문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가운데 퍼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구는 성냥개비가 아닐까 싶다. 성냥개비는 똑같은 길이의 선분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묻는 수학 문제의 모델로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성냥개비 퍼즐 가운데 가장 유명한 문제를 골라봤다.
성냥개비 6개를 이용해 정삼각형 4개를 만들어라. 성냥개비를 서로 겹치거나 걸쳐서는 안 되며, 부러뜨려서도 안 된다.
답 : 이 문제는 1826년경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도 세월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베스트셀러 소설 ‘개미’에 등장한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문제의 정답은 정사면체를 만드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성냥개비 퍼즐이 평면 위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데 비해, 입체 도형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 하겠다. 베르베르가 소설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도 ‘차원을 달리해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인식하기’ 정도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문제는 성냥개비를 평면위에서 움직인다는 성냥개비 퍼즐의 기본적인 가정을 무시했다. 때문에 처음 이 문제가 발표됐을 때 찬사와 함께 비난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실제로 정사면체 모양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부터 어렵다.
여하튼 평면위에서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간단한 수학적 사실을 이용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수학에서는 성냥개비를 늘어놓아 만들어지는 모양처럼 일정한 개수의 선들을 이어 만든 도형을 ‘그래프’라고 부른다. 평면그래프의 성질 가운데 하나는 꼭지점의 개수를 v, 선분의 개수를 e, 면의 개수를 f라고 할 때 v-e+f=1이 되는 것이다. 이 문제의 경우 e=6, f=4이므로 v=3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는 그래프는 만들 수 없다.
평면그래프의 수학적 성질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정삼각형 하나를 만드는 데 성냥개비 3개가 쓰인다. 따라서 정삼각형 4개를 모두 따로따로 만든다면 3×4=12개의 성냥개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삼각형 2개가 한 변을 공유한다면 이 때 사용된 성냥개비 수는 12개에서 1개가 줄어 11개가 된다. 처음에 성냥개비가 6개 주어졌으므로 결국 모든 성냥개비가 두 정삼각형의 공통변이 돼야 한다는 뜻인데, 평면에서는 이런 일이 불가능 하다. 대신 그 생각을 입체 도형에 적용해 보면 답이 정사면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 어려운 성냥개비 문제에 맞닥뜨릴 때에는 무작정 성냥개비를 움직이기 전에 그 개수부터 세어 보는 여유를 가지시길.
지 난 달 정 답
[ (80+$\frac{1}{5}$)×25 = 2005. 진분수라는 조건이 없다면 (80+$\frac{7}{2}$)×12 = 1002도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