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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스키장 밤하늘을 가로지르다

1월 초가 맥홀쯔혜성 관측에는 최적

항상 똑같은 밤하늘인 듯 하지만, 밤하늘은 항상 변화한다. 새로운 천체들이 나타나고, 그로 인한 독특한 천문현상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올 겨울에도 신비한 방랑자가 나타났다. 바로 맥홀쯔혜성이다. 밤하늘에는 적어도 100여개의 이미 알려진 혜성이 항상 떠 있다. 그 대부분은 주기혜성으로 수년 또는 수십년에 한번씩 태양에 접근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매우 어두워 보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흥미를 그다지 끌지 못한다.

반면 일년에 한두개씩 발견되는 밝은 신(新)혜성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밝아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혜성이 나타나면, 우리는 변화하는 우주의 신비에 감동한다. 2005년도 예외가 아니어서 벽두부터 새로운 혜성 하나가 나타나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찾아

2004년 8월 24일,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돈 맥홀쯔는 소형 망원경으로 혜성을 하나 발견했다. 그의 발견은 우연이 아니라 그동안 항상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고자 하늘을 열심히 탐색한 결과다. 최근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외국의 경우 아마추어 천문가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해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가 새로 발견한 혜성은 당시 남동쪽하늘의 에리다누스자리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무렵 혜성은 약 11등급의 밝기에 크기는 2′으로 혜성임을 알아보기에 그리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이것은 맥홀쯔가 10번째로 발견한 혜성이다. 이 혜성에는 맥홀쯔(Machholz)혜성이라는 이름과 함께 C/2004Q2라는 공식부호가 붙게 되었다. 2004Q2는 2004년 8월 하순에 발견된 두번째 혜성이라는 뜻이다.

크기면에서 볼 때 이 혜성은 일반적인 신혜성과 별 차이가 없는 평범한 혜성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혜성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특이한 궤도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목할만한 신혜성들은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지점, 즉 근일점이 지구 궤도보다 안쪽에 위치한다. 지구보다 혜성이 태양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반면 이 혜성은 근일점이 다소 멀어 지구궤도 밖에 있다. 태양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다. 혜성이 태양에 가까이 갈수록 혜성 표면에서 다량의 가스가 방출돼 혜성 본체가 밝아지며 꼬리도 길어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혜성은 새해초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혜성과 태양, 지구 사이의 상대적인 위치가 관측에 대단히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 혜성 그 자체는 밝아지지만, 반대로 관측 조건이 나빠진다. 우리가 태양에 가까운 수성을 자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 혜성들은 태양이 지고 난 직후 초저녁 서쪽하늘이나, 뜨기 직전 동쪽하늘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그 결과 관측기간이 대단히 짧았다. 그러나 이 혜성의 경우 다른 일반 혜성들과 관측조건이 완전히 다르다.

맥홀쯔혜성과 태양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때는 1월 25일로, 태양에서 약 1.2AU(1AU는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 떨어진 지점을 지나간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지구가 태양과 혜성 사이에 위치한다. 이것은 외행성의 위치가 충(衝)일 때와 비슷한 조건을 조성해 관측에 대단히 유리해진다.


토끼자리 옆에서 북상중인 혜성. 지난해 12월 혜성은 오리온자리 아래쪽인 토끼자리 부근에 있었다. 다소 남쪽에 치우쳐 고도가 낮았음에도 맨눈으로 혜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어 훌륭한 혜성으로 성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구에서 볼 때 혜성은 태양의 정반대 편에 위치하므로 한밤중에 하늘 높이 보이게 된다. 즉 고도가 높아진 혜성은 최상의 관측 조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혜성의 꼬리는 태양의 반대편으로 뻗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 혜성의 꼬리가 반대편인 우주 저편으로 향하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꼬리 길이가 짧게 보일 수밖에 없다. 또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둡고 활동도 활발하지 못하다.

달이 없는 1월 10일은 관측에 최적

새해를 맞이하는 1월은 맥홀쯔혜성의 달이 될 전망이다. 이미 작년 12월에 접어들면서 혜성의 밝기는 6등급 이내로 들어와 맨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 혜성은 12월 내내 태양과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밝아지고 뚜렷해진다. 이 혜성은 1월 4일이 되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 즉 근지점을 지난다. 이때 지구와의 거리는 0.35AU 정도다. 이때부터 혜성이 태양과 가장 근접하는 시기인 1월 25일까지 혜성은 최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밤하늘에 달이 없는 1월 10일을 기준으로 앞뒤 7일 가량이 이 혜성을 위한 최상의 날이 된다. 달빛이 있다면 엷은 혜성의 꼬리를 보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혜성은 초저녁 동쪽하늘에서 떠올라 자정 무렵 하늘 꼭대기에 떠 있다가 새벽이 되면 서쪽으로 진다. 굳이 특정 시간을 잡아 관측하지 않더라도 혜성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는 대도시를 벗어난 곳이라면 혜성을 맨눈으로 보기에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다. 스키장에 가서 신나게 놀다가 밤이 되면 불빛이 없는 곳에서 하늘을 쳐다보자. 하늘 꼭대기에 희미하게 빛나는 꼬리를 가진 혜성이 두둥실 떠있을 것이다.

1월 중순, 혜성의 밝기는 3등급대로 전성기를 맞게 되며 꼬리길이는 10° 남짓이나 될 전망이다. 3등급이라면 북극성보다 약간 어두울 정도이며, 꼬리길이 10°는 북두칠성 길이의 절반에 해당한다. 또 혜성의 머리 부분인 코마가 상당히 크게 보일 것으로 전망되므로 날씨가 좋은 곳에서는 자정무렵 밤하늘 천정 높은 곳에 한쪽으로 어두운 꼬리가 나부끼는 둥근 솜사탕 같은 것이 둥그렇게 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맥홀쯔혜성은 밤하늘 중앙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로지르는 궤도를 갖고 있다. 1월 초순 황소자리 영역에서 시작해 1월 하순까지 페르세우스자리로 이동한다. 그후로도 이 혜성의 북상이 지속돼 3월 8일 경이 되면 북극성 주변을 지나가게 된다. 이때 혜성 밝기는 다시 어두워져 6등급대가 된다. 이를 감안한다면 이 혜성은 1월을 정점으로 3월까지 좋은 관측 대상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 혜성을 찾아 시골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물론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소형 쌍안경을 갖고 간다면 이 혜성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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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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