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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누구나 컴퓨터를 입는다

웨어러블 PC 패션쇼

 

지난 10월 27~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 입는 컴퓨터 패션쇼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부터 유비쿼터스 시대가 가져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그리고 비전을 제시할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를 시작하겠습니다!”

첨단기능이 내장된 옷과 악세서리를 착용한 모델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로 걸어나온다. 옷과 악세서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10월 27~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는 국내 최초로 입는 컴퓨터를 패션쇼로 선보인 독특한 행사가 열렸다.

‘어디서나, 누구나 입는다’(EveryWhere, Every Wears!)라는 테마로 진행된 이번 패션쇼에서 인간 중심의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이 보여준 미래의 생활모습을 들여다보자.

도시의 여행자
 

사이버너트가 개발한 POMA를 사용하고 있는 모델. POMA는 CPU와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광학 포인터로 구성돼 있는 부착용 컴퓨터다. POMA를 몸에 착용하면 길을 걸으면서도 비디오를 볼 수 있다.


미래의 비즈니스맨이 등장. 서로 악수를 하는 동안 각자 들고 있던 PDA에 있는 전자명함 정보가 손을 통해 전달돼 상대방의 PDA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인간이 지니고 다니는 모든 기기들이 몸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이같은 기술을 ‘인체매질통신’이라고 한다. 즉 인체에 전기가 통하는 원리를 이용해 전자제품의 ‘선’을 없애고 인체를 통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이어폰을 끼고 MP3플레이어에 손을 대면 소리가 들리고 손을 떼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MP3플레이어의 전극에서 나온 디지털신호가 몸을 타고 이어폰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인체매질통신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적극적으로 연구 중이며, 이번 행사 때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이를 이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손목시계형 퍼스널 스테이션에는 카메라가 달려있고 인터넷과 연결된다.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 원하는 곳에 곧바로 전송하거나 화상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미래에는 손목시계나 목걸이 등에도 컴퓨터가 장착돼 이들이 더이상 악세서리가 아니라 모바일 오피스 시대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행복한 디지털유목민

웨어러블 컴퓨터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곳곳을 누비는 디지털 유목민의 시대. 그들의 건강은 바이오 셔츠가 지킨다. 바이오 셔츠에는 여러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어 각종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이오 셔츠를 통해 구급요원에게 곧바로 전달돼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뤄진다.

조깅복에 부착된 바이오센서는 심장박동을 확인하고 칼로리를 계산해 운동량을 조절해주는 보이지 않는 트레이너 역할을 한다. 헤어밴드형 MP3플레이어로 수영을 하면서 음악도 즐길 수 있다.

곧이어 리드미컬한 음악과 함께 래퍼들이 등장해 손등에 부착한 공간마우스와 안경 모양 디스플레이로 게임을 즐긴다. 스마트펜을 들고 허공에 ‘Thank You’라고 쓰니 무대 뒤 스크린에 글자가 그대로 나타난다. 공간마우스나 스마트펜은 일을 하다가 손이 부족하거나 급하게 메모를 해야 할 경우 허공에 글씨를 쓰면 자동으로 입력되는 장치. 3차원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로 인식한 뒤 디지털 신호로 바꿔 항법기술을 이용해 궤도를 만든 다음, 인식소프트웨어로 글자를 추출하는 원리다.

스마트 워커
 

양어깨에 플렉서블 태양전지가 달린 옷을 입고 허리에 주전원 전지를 착용한 모델이 소형 고성능 전지를 들고 있다.


미래의 공항.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길게 늘어선 승객들의 줄은 보이지 않는다. 공항 직원이 웹패드에 장착된 카메라로 승객의 가방에 부착돼 있는 컬러코드를 인식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탑승 수속이 끝난다. 목적지에 도착한 승객이 호텔을 찾아가면 모든 개인정보가 이미 전송돼 있어 예약 확인이나 요금 지불 등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산업현장에서는 머리에 쓰는 휴대용 디스플레이 장치(HMD)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전원은 허리에 착용한 전지에서 공급한다. 이 외에도 웨어러블 컴퓨터를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기 위해 보조전원으로 양어깨에 플렉서블 태양전지를 붙인다.

“얼리어답터 문화, 차세대 PC에 적극 반영해야”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는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열린 ‘IT-SoC 2004 & 차세대 PC 산업 전시회’의 부대행사로 마련됐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10여차례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가 개최된 적이 있지만 단순히 제품 한가지씩을 ‘걸치고’ 나온 형식이었다고. 반면 이번 패션쇼는 여러가지 상황마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발휘하는 기능을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다음은 전시회 전체를 총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유회준 교수(정보통신연구진흥원 연구위원)와의 일문일답.

■ 패션쇼를 기획한 계기는?

지난해부터 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PC와 시스템온칩(SoC) 관련 산업 전시회를 준비해왔다. 그 일환으로 손목시계형 PC, 바이오 셔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인체매질통신, 3차원 입력장치 같은 차세대 PC기술이 미래의 일상생활에 어떻게 활용될지를 좀더 친근하게 선보이기 위해 패션쇼라는 형식으로 기획했다.

■ 옷에 부착된 컴퓨터에 전원은 어떻게 공급하나.

패션쇼에서는 가로 세로 각각 10cm 정도 크기면 휴대전화를 걸 수 있는 의류용 태양전지를 어깨에 붙였다. 운동화 뒤꿈치에 압전소자를 달아 걸을 때마다 전기가 발생하면 이를 축전기에 저장했다가 쓰는 방법, 연료전지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건전지로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섬유 자체를 전원공급이나 통신이 가능한 소재로 바꾸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 인간 중심이라는 테마가 철학적이다.

지금까지는 컴퓨터를 주파수가 몇기가헤르쯔(GHz), 메모리가 몇배라는 등 성능이나 속도를 중심으로 얘기했다. 게다가 초보자는 며칠씩 ‘공부’해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컴퓨터는 그야말로 기계일 뿐이었다. 그래서 PDA나 스마트폰 정도로만 생각하던 차세대 PC의 개념을 이번 기회에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 중 하나인 의복과 통합시켜 일상생활 중에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 국내 차세대 PC가 외국과 차별화되려면?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술 자체는 외국에도 이미 나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디지털 문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6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6개월만에 바꾸나. 한국 젊은이들의 이런 ‘얼리어답터’적인 성향을 웨어러블 PC 개발에 적용한다면 외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참신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무대 기획을 담당한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조수지 연구원은 “기존 패션쇼와 달리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는 옷 자체가 아니라 옷에 붙이는 정보통신기기가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의상디자인은 용인송담대 의료정보시스템과 정기삼 교수와 스타일리스트과 이현미 교수가 담당했다. 이 교수는“먼저 각 장치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옷에 붙였을 때 입는 사람이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디자인하는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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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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