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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인 에어팟을 쓰면 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3월 중순 무선이어폰 사용이 암 발생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무선 전자기기의 전자파 인체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기사는 결국 오보로 판명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찝찝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건 사실일까. 최근 5세대(5G) 서비스까지 시작되면서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무선이어폰, 태블릿PC, 공기청정기 등 생활제품 37종에 대해 전자파를 측정해 5월 말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5G 스마트폰, 전자파흡수율 낮아


논란이 됐던 무선이어폰부터 살펴보자. 무선이어폰은 ‘신체밀착제품’으로 분류된다. 신체밀착제품은 인체로부터 20cm 이내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말한다. 무선이어폰을 포함해 탈모 치료기, 안마의자, 온열 찜질기, 아동용 헤드폰, 전기면도기, 족욕기, 흙침대, 전기장판, 무선전화기, 태블릿PC, 전동칫솔, 전자담배 등 총 13종이 이번 측정대상에 포함된  신체밀착제품이다.


무선이어폰 등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신체밀착제품의 경우 전자파흡수율(SAR)을 측정한다. 전자파흡수율은 인체에 전자파가 흡수되는 정도를 측정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통신에 사용하는 100kHz(킬로헤르츠) 이상 고주파 대역의 전파는 인체에 흡수되면 온도를 상승시킨다. 반면 100kHz 이하의 저주파는 인체에 전류를 유도해 근육이나 신경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저주파 치료기 등 주로 의료기기에 사용된다. 


그동안 무선이어폰은 전자파흡수율 측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자파 발생량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최동근 국립전파연구원 전자파안전담당 공업연구사는 “무선이어폰은 기본적으로 수신기”라며 “마이크를 사용하거나 이어폰을 통해 기기를 조작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따로 전파를 송출하지 않아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최 연구사는 “무선이어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기기를 제어하는 경우에는 전파가 발생하지만, 세기가 매우 낮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파흡수율 측정은 안테나 출력이 20mW(밀리와트) 이상인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무선이어폰의 출력이 이보다 낮은 점도 측정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다. 최소 출력 기준인 20mW는 국제비이온화방사보호위원회(ICNIRP)가 정한 전자파흡수율 기준(머리 기준 2.0W/kg)을 환산한 것이다. 최 연구사는 “최근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조사에는 특별히 무선이어폰을 측정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전자파흡수율 측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인체 주요 장기의 전기적 특성과 유사한 전해질 용액이 채워진 머리 모형에 실제 사용할 때와 동일한 상태로 측정대상을 고정한다. 모형 내부에 있는 측정 센서를 이용해 전해질 용액에 전자파가 얼마나 흡수되는지 측정한다. 최 연구사는 “안테나 출력을 기기의 최대출력으로 강제 조정한 뒤 전자파흡수율을 측정한다”며 “실제로 기기를 사용할 때는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적은 양의 전자파가 방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신에 작용하는 전자기기의 경우 전자파흡수율이 0.08W/kg을 넘지 않아야 한다. 스마트폰 등 머리 근처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1.6W/kg(우리나라는 ICNIRP보다 엄격한 미국 기준을 따르고 있어 2.0W/kg보다 낮다)을, 팔이나 다리에 착용하는 전자기기는 4W/kg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 기준은 체온이 1도 상승하는 4W/kg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임계 수치로 삼고, 그 50분의 1인 0.08W/kg을 안전 기준으로 삼아 정한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VR) 기기,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밀착제품이지만 이번 측정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대신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에 제품별 전자파흡수율이 공개돼있다. 5G 스마트폰의 전자파흡수율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머리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경우 전자파흡수율을 세분화한 ‘전자파 등급제’도 운영하고 있다. 머리 허가 기준인 1.6W/kg의 절반인 0.8W/kg보다 흡수율이 낮으면 1등급, 0.8~1.6W/kg은 2등급으로 분류한다. 현재 판매 중인 5G 스마트폰의 전자파흡수율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가 0.717(1등급), LG전자의 ‘V50 씽큐 5G’는 0.9(2등급)다.

 

 


"전자파를 측정할 때는 기기의 출력을 최대출력으로 강제 조정한 뒤 측정한다.

실제로 기기를 사용할 때는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적은 양의 전자파가 방출된다"

 

 

공기청정기는 자기장, AI 스피커는 전기장


이번 측정대상에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생활가전 16종도 포함됐다. 공기청정기, 의류청정기, 전기레인지, 대형TV(75인치), 셋톱박스, 게임용 고성능 컴퓨터, 모니터,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저주파 치료기, 인공지능(AI) 스피커, 와이파이 무선공유기, 냉장고, 에어컨, 실외기,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등이다.


이 중 무선공유기와 AI 스피커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선통신 기능이 없는 제품이다. 저주파 치료기를 제외하면 신체에 밀착해서 사용하는 제품도 없다. 무선통신 기능이 없는 생활가전의 경우 전자파흡수율을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신 이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60Hz의 전자파를 주로 방출한다. 우리나라의 정격 전류가 60Hz 교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터를 사용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60Hz 이외 대역의 전자파가 검출되기도 한다. 


저주파 대역의 전자파가 방출되는 기기는 전자파흡수율 대신 전기장과 자기장의 강도를 측정하는데, 특히 자기장 강도가 중요하다. 최 연구사는 “고주파와 달리 저주파는 인체 표면에 유도된 전류로 인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유도 전류에 의해 발생한 자기장 강도를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은 60Hz 전자파의 자기장 강도를 기준으로 하며, 자속 밀도가 83.3μT(마이크로테슬라)를 넘지 않아야 한다. 반면 무선공유기나 AI 스피커처럼 고주파를 이용하는 생활가전은 전기장 강도도 중요한데, 전기장 강도는 61V/m을 넘지 않아야 한다. 


생활가전 측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측정대상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장 강도를 측정한다. 전자파흡수율과 달리 측정대상을 기기에 밀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잡음을 측정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이어서 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 대역을 측정한다. 대개 60Hz 대역의 전자파가 방출되지만, 그 외에 다른 대역의 전자파가 발생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최 연구사는 “전자파 대역에 따라 발생하는 자기장이 다르다”며 “여러 파장의 전자파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전자파 대역별로 발생하는 자속 밀도를 구한 뒤 이를 합산해 최종적으로 자기장을 계산한다. 최 연구사는 “요즘에는 여러 대역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자동으로 합산하는 측정기기를 이용하고 있어 한 번에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측정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도 포함됐다. 최근 점포에 많이 도입된 무인주문기, 전기자동차 실내, 가정용 이동통신 중계기, 지하철역 대형 광고패널, 전기 분전함, 시내버스 운전석, 경찰서 통신실 등 총 8곳의 생활공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측정대상이다. 최 연구사는 “생활공간의 전자파 측정은 일상적인 생활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측정했다”고 말했다.


최 연구사는 “이번 측정대상은 2019년 개정된 ‘전자파 강도 및 전자파흡수율 측정대상 기자재’ 고시 대상이 아니다”라며 “비록 법령으로 정한 측정대상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는 만큼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측정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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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나주=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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