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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있는 친구가 2층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공을 던져 올리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공을 올리려면 마당에 있는 친구가 공을 던져 줄 때 공이 2층보다 더 높이 올라갈 만큼 충분히 세게 던져야 할 것이다.

마당에 있는 친구가 약하게 쳐올려서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여러 번 쳐도 그 공은 2층에 올라갈 수 없다. 이처럼 당연한 생각이 1921년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광전효과의 원리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자유전자를 떼어내는 빛

금속을 이루고 있는 금속 원자들은 다른 원자들과 마찬가지로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전자는 핵 주변에서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전자들 중 일부는 어느 특정한 핵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러한 전자들을 자유전자라고 부르는데, 금속의 전자만 자유전자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자유전자들은 금속 내부에서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열에너지의 전달, 전류의 흐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속들이 전기와 열을 잘 통하는 것도 자유전자 때문이다.

자유전자들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주면 금속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전자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방법 중 한가지는 가열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빛을 쪼이는 것인데, 금속에 빛을 쪼일 때 전자가 튀어나가는 현상을 광전효과라고 한다.
 

(그림1) 파동의 간섭효과


마당에 있는 공을 2층으로 쳐올리는 것처럼 전자가 금속에서 튀어나가려면 금속과 전자사이의 결합을 끊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일함수라고 부른다. 빛을 쪼일 때 전자는 그 빛을 흡수해서 에너지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에너지가 일함수 이하면 전자는 에너지를 흡수했다 방출해버리지만, 일함수를 넘을 만큼 충분히 크면 전자는 금속을 튀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빛으로부터 전자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에는 매우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힌 중요한 문제가 숨어있다. 그것은 빛의 본성이 파동인가 입자인가 하는 것을 밝혀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그림2) 광전효과 실험


파동설과 입자설 어려운 심판

자동차의 전조등이 켜지면 전조등 앞의 공간이 빛으로 채워진다. 이 현상은 빛이 연속적인 흐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파동설에서는 빛을 에너지가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전자는 광원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모았다가 적당한 양이 쌓이면 이를 이용해 원자를 박차고 튀어나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입자설에 따르면 빛은 연속적인 흐름이 아니라 에너지의 작은 덩어리들이 조금씩 뭉쳐서 전해지는 것이다. 전자가 튀어나가는 것은 전자를 튕길 수 있는 큰 에너지 덩어리가 전자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이 여러 실험을 통해 알려져 있었다. 위상이 같은 파가 겹치면 그 세기는 더욱 강해지고, 위상이 어긋나는 파가 겹치면 그 세기가 약해지는 간섭현상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관찰되는 파동의 성질이다. 이중슬릿을 통해 만들어지는 빛의 간섭무늬는 파동설의 결정적인 증거였다.

파동은 물결과 같이 연속적인 매질에서 관찰되므로 빛도 연속적인 흐름으로 생각됐던 것이다. 파동설에서는 서로 다른 색의 빛은 파장이 서로 다른 파동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빛의 파동은 너무나 작아 우리 눈에 파동의 모양이 보이지 않아 직접적으로 광파의 파동을 감지할 수 없다. 빛에서 물결 모양 한 개의 길이, 즉 빛의 파장은 1백만분의1m 보다 작다.
 

(그림3) 빛의 종류에 따른 전자의 탈출


파동설로 설명 안되는 광전효과


서로 분리된 전극에 빛을 비추면 전류가 흐르는 것이 관찰된다. 전류는 전자의 흐름이므로 전류가 검출됐다는 것은 빛이 전극에서 전자를 떼어내 다른 전극으로 전달해줬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광전효과라 부르는데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에 빛의 파동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각각 파장문제, 조도문제, 반응시간 문제였다.

(가) 파장 문제

만일 빛이 파동의 성질을 지닌 연속적인 흐름이라면, 어떤 파장의 빛을 비추더라도 충분히 오래, 그리고 밝게 비추기만 하면, 전자는 에너지를 모았다가 충분한 에너지가 쌓이면 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빛의 파장이 짧으면 에너지가 강하고 파장이 길면 에너지가 적다.

광전 효과의 실험결과, 전자를 떼어내는 빛의 파장은 항상 특정한 파장보다 작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리 밝기를 높여 주어도, 즉 같은 파장의 빛을 아무리 많이 비춰주어도,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나) 조도 문제

빛이 연속적인 에너지의 흐름이고, 전자가 에너지를 모아서 튀어나온다면, 전극 표면에 비치는 빛의 세기, 즉 많은 빛을 비출수록 튀어나오는 전자의 에너지가 커야 한다.

그런데 실험에서는 튀어나오는 전자의 에너지는 사용한 빛의 양이 아니라 빛의 파장에만 영향받는다. 많은 빛을 비추면 튀어나오는 전자의 수가 많아질 뿐, 전자 한 개의 에너지는 항상 일정하다.

(다) 반응 시간 문제

전자가 에너지를 모아서 튀어나오는 것이라면, 빛의 세기가 약한 경우 전자가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따라서 빛을 비추기 시작해서 전자가 튀어나올 때까지 반응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특정 파장보다 짧은 빛을 비추면 아무리 빛을 약하게 해도 전자는 빛을 비추자마자 튀어나온다. 빛이 약해지면, 튀어나오는 전자의 개수가 감소할 뿐, 반응시간에 지연되지 않는다.

해결사 광량자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라는 가정으로 위의 세 문제를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전자는 빛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의 덩어리, 즉 광량자와 충돌해서 광량자 한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흡수한다.

전자는 마치 공을 탁 쳐주는 것처럼 광자와 충돌해서 광자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반응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반응 시간 문제의 해결).
아인슈타인은 일정한 에너지의 빛 입자를 광량자(光量子) 또는 광자(photon)이라 부렀는데, 특정한 파장의 빛에 해당하는 광량자들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특정한 파장의 빛을 이루고 있는 광량자들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춰주는 빛의 파장이 일정할 때 광량자를 흡수한 전자의 에너지도 일정하다.

이를 광전효과에 적용하면 나머지 두 개의 문제도 해결된다. 즉 전자는 광량자 한 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흡수하므로 전자가 튀어나오려면 광량자의 에너지가 전자와 금속이 결합하는 에너지(일함수)보다 커야 한다. 그러므로 사용하는 빛의 파장이 특정한 값보다 짧을 때, 즉 광량자의 에너지가 특정값 이상일 때만 광전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파장문제의 해결).

또 파장이 긴 빛, 즉 광량자의 에너지가 적은 빛은 공을 이층으로 쳐올릴 때 약하게 치는 것과 같아서 전자를 떼어낼 수 없다. 떨어져 나온 전자가 갖는 에너지는 전자가 광량자로부터 받은 에너지에서 전자를 떼어내는데 들었던 에너지지를 뺀 값으로 일정하다. 때문에 빛을 많이 비추면 전자 한 개의 에너지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전자의 수가 증가할 뿐이다(조도문제의 해결).
 

프리즘을 통과한 백색 광은 파장에 따라 다르게 굴절돼 여러 색으로 퍼진다.


빛의 본질은 이중성

광전효과의 문제에서는 빛이 입자인 것이 명백하지만, 빛은 여전히 간섭현상과 같은 파동의 성질이 있음도 분명하다.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인 이중적인 본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사물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의 문제는 계속 논란이 돼 왔다.

원래 입자·파동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적인(mactoscopic) 현상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다. 실제로 빛은 아주 작은 미시적인(micvoscopic) 존재로서 거시적인 모형에 끼워 맞추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다.

현대의 양자역학에서는 빛이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지녔다는 것을 모순으로 생각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다만 우리가 흔히 관찰하는 거시적인 영역에서는 빛이 파동과 같은 성질로 관측되는 면도 있고, 입자와 같은 성질로 관측되는 면도 있는 것으로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

파동설이 주류를 차지하던 시기에 아인슈타인은 광량자설을 내세워 광전효과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이후의 이론물리학에 크게 공헌했다. 아인슈타인 이후 과학자들은 빛과 마찬가지로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의 에너지는 어떠한 에너지도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값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것을 양자화돼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이 궤도를 바꾸면서 빛을 낼 때 그 빛이 특정한 에너지 값을 가진 광량자가 되는 것이다. 빛이 작은 에너지 덩어리인 광량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현대의 양자역학을 이루는 큰 기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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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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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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