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던 물이 갑자기 콸콸거리는 이유가 뭘까.
관 속을 흐르는 유체에서는 가끔 복잡한 형태의 파동이 일어난다. 낮은 속도에서 이런 파동들은 빨리 사라져 유체는 다시 부드럽게 흐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불안정한 난류가 생겨 좀더 복잡한 소용돌이 상태가 된다. 지금까지 관 안에서의 ‘와류’ 현상은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채 이렇게 모델로만 설명돼 왔다.
최근 네덜란드 델프트대 연구팀이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제시됐던 수도꼭지의 와류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지름 4cm 굵기의 긴 관에 물을 통과시켰다. 관끝에 달린 물분출기가 물을 휘젓는 동안 레이저와 카메라로 물거품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물흐름이 빨라지자 물분출기가 만든 심한 요동에서 작은 물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관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물의 흐름이 더 빨라지고 가운데에서는 더 느려지면서 관을 따라 이런 흐름이 길어지는 와류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형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 것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9월 10일자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