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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연대측정법 OLS

모래 속 빛을 잡아라!

 

연대측정에 사용되는 장비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아휴~ 깜깜해. 박사님, 아무것도 안보여요.” 암실에 들어서자마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1-12일 이틀 동안 서울 숭문고 과학반 2학년 학생 8명은 여름방학을 맞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연대측정팀의 최정헌 박사와 함께 해안사구의 ‘나이’를 측정한 것.

이날은 최 박사와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한달 전 그와 함께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로 야외조사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해안사구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실험실에서 연대를 측정할 시료도 채취해왔다.

학생들이 해안사구에서 가져온 시료들은 암실에 보관돼 있었다. 학생들이 암실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굳이 모래를 암실에 보관하는 이유가 있을까.

“시료에서 방출되는 빛을 측정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최 박사의 설명이다. 모래를 구성하는 석영, 장석 등 무기결정이나 몇몇 유기물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면 이를 다시 빛의 형태로 외부에 방출한다. 이 때 방출되는 빛을 ‘루미네선스’ 라고 부른다.

모래가 물이나 바람 등에 의해 해안으로 운반되면서 빛에 노출되면 갖고 있던 루미네선스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퇴적되면서 사구를 형성하면 다시 루미네선스를 축적하게 된다.

실험실에서는 이렇게 축적된 루미네선스를 측정해 축적된 양에 따라 사구의 연대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시료를 채취하고 운반해 실험실에 도착할 때까지 빛을 차단하는 것은 필수다.

학생들이 루미네선스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첨단 장비는 광여기루미네선스(OSL, 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 시료의 루미네선스를 측정하기 위해 외부에서 흡수되는 에너지가 빛이라는 의미다. OSL을 이용하면 수년에서 수십만년까지 연대 측정이 가능하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경우 해안에서 3백m 가량 떨어진 사구는 약 50년 전에, 해안가 바로 앞 사구는 약 20년 전에 퇴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구가 형성되는 속도는 매우 빨라서 1년에 10cm가량 쌓였다.

해안사구의 연대 측정은 끝났지만 학생들의 체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지구과학 전문학술지에 실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최 박사와 함께 공동 연구자로 명기된다.

김요한군은 “우리나라 첨단 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은 9월 초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 실험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다른 팀에서 체험한 학생들과 경합을 벌인다. 최 박사는 “우리 팀이 1등할 겁니다”라며 은근히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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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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