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가까이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아르메니아의 사진작가 수렌 맨벨리안은 사람의 눈을 찍은 초근접 사진인 ‘Your Beautiful Eyes(당신의 아름다운 눈)’ 시리즈로 유명하다(왼쪽부터 두 사진). 블랙홀 같은 동공과 성운 같은 홍채. 그가 찍은 눈에는 그야말로 소(小)우주가 담겨있다. 그 복잡다단함이 모두 제각각이다. 동물의 눈은 어떨까.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Animal Eyes(동물의 눈)’를 소개한다.
인간 | 사람의 눈동자는 둥글다. 동공을 둘러싼 홍채는 근육을 조이거나 늘여 동공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홍채 모양은 사람마다 그 패턴이 고유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홍채 인식이 지문처럼 사람을 식별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이유다.
침팬지 | 침팬지의 눈은 인간의 눈과 매우 비슷하다. 도넛 모양 홍채가 둥근 눈동자를 감싸고 있어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게 동공을 확장하거나 축소한다. 인간의 눈처럼 가깝고 먼 곳을 두루 살펴보기에 좋다.
게코도마뱀(도마뱀붙이) | 게코도마뱀의 눈동자는 울퉁불퉁하다. 야행성인 게코도마뱀의 눈동자는 밤이 되면 더욱 좁아진다. 게코도마뱀은 누구보다 조용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있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는 순간 혀를 잽싸게 뻗어 잡아챈다. 세로로 긴 눈동자를 가진 동물은 원근감을 알아내는 ‘입체시’와, 거리에 따라 사물의 윤곽이 흐려지거나 또렷해지는 ‘초점 흐림’이 발달해 원근감이 뛰어나다. 먹잇감을 숨어서 지켜보다가 순식간에 달려드는 매복 사냥에 유리한 이유다.
친칠라 | 봉긋 솟은 산맥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를 가진 주인공은 바로 친칠라다. 친칠라는 안데스산맥에 서식하는 설치류다. 사나워 보이는 눈동자와는 달리 외모는 햄스터를 닮아 아기자기하다. 고양이처럼 세로로 긴 눈동자를 갖고 있다. 동공 양옆에 근육이 길게 붙어 있어서 세로로 눈동자를 수축시킨다. 그래서 수직으로 길쭉한 물체를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사슴 | 흔히 크고 반짝이는 눈을 ‘사슴 같은 눈’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사슴의 눈동자는 사진처럼 네모난 모양이다. 어떤가. 여러분의 상상과 비슷한가? 이런 눈동자는 초식동물 대부분이 가지고 있으며, 수평 시력이 좋아 멀리서 적이 오는지 살피는 데 효과적이다. 신기하게도 초식동물은 머리를 숙이거나, 들거나, 기울일 때에도 항상 사각 눈동자를 땅과 수평으로 유지한다. 그래서 머리를 땅으로 수그리고 풀을 뜯을 때도 눈으로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다.
라마 | 풀을 뜯으며 주변을 감시하는 초식동물의 눈이 어쩐지 순하고 맹하게 느껴지는 건 네모난 눈동자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라마의 눈은 동공 주변에 ‘프릴’까지 달려있다. 동공 주변의 프릴은 ‘홍채과립(granula iridica 또는 corpora nigra)’으로, 선글라스처럼 빛의 양을 조절해 햇빛이 강한 지역에 사는 라마의 눈을 보호한다. 사각 눈동자는 수평으로 길쭉한 물체를 봤을 때 상이 정확하게 맺힌다. 동공 위아래에 있는 근육이 동공을 가로로 길게 수축시켜 옆으로 움직이는 사물을 비교적 또렷하게 본다.
바닷가재 | 바닷가재는 매우 독특한 눈 구조를 갖는다. 대부분 동물의 눈은 빛의 굴절을 이용해 초점을 맺지만, 바닷가재의 눈은 빛의 반사를 이용해 초점을 맺는다. 돌출된 눈을 잘 들여다보면 작은 ‘낱눈’이 여러 개 보이는데, 이 낱눈이 거울처럼 여러 방향에서 오는 빛을 반사해 하나의 상을 맺는다. 넓은 범위에서 오는 빛을 한곳에 모을 수 있어 어두운 곳에서 특히 유용하다. 이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천문학자들은 가재의 눈 구조를 모방해 일반 망원경으로는 찾기 어려운 X선과 감마선을 포착하는 망원경을 개발하기도 했다.
달팽이 | 달팽이 머리에는 뿔처럼 생긴 유연한 더듬이가 두 쌍 있다. 기다란 쪽이 대촉각, 짧은 쪽이 소촉각이다. 대촉각 끝에는 시력이 거의 없지만 명암을 판별하는 눈이 있다. 네 개의 더듬이 모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어서 손으로 톡 건드리면 쑥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소촉각은 후각을 느낀다.
물고기 | 반구 형태의 물고기 눈이 마치 투명한 유리구슬 같다. 흔히 광각이 180도를 넘는 초광각렌즈를 ‘어안렌즈’라고 하는데, 그만큼 물고기는 시야가 넓다. 사람의 눈은 얼굴 정면을 향하고 있어 뒷부분에 사각이 생기지만, 물고기의 눈은 얼굴 좌우에 하나씩 있어 물고기 몸 바로 뒤를 제외하고는 사각지대가 없다. 살짝 돌출돼 위아래 방향으로도 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