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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으로 나노 세계 비밀 푼다

 

전산모사 센터 강정구 교수가 개발한 KMLYP 방법을 이용해 원자 구조를 시뮬레이션 한 모습.


신소재공학과 4층에 위치한 강정구 교수의 연구실은 의외로 텅 비어 있다. 한쪽 벽을 차지한 책장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짐’ 이라고는 커다란 모니터뿐이다.

강 교수는 지난해 KAIST에 부임하면서 미국 SGI사로부터 나노기술과 생명기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기증받았다. SGI가 시가 15억원 상당의 비싼 슈퍼컴퓨터를 한국의 젊은 교수에게 공짜로 제공했다는 점과 슈퍼컴퓨터가 국내 최대 용량인 48개의 CPU를 장착해 국내 최고 성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슈퍼컴퓨터는 몇 블록 떨어진 옆 건물에 있어요. 저는 여기서 슈퍼컴퓨터를 원격 제어하기만 하면 됩니다.” 강 교수가 이끄는 나노재료 및 공정 전산모사 센터에서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물질의 구조를 밝히고 제조 공정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방법론(전산모사)을 연구한다.

MLYP의 주인공 ‘K’
 

강 교수(맨 오른쪽)와 나노재료 및 공정 전산모사센터 석사과정 학생들.


물질의 구조와 제조공정을 연구하기 위해서 슈퍼컴퓨터를 통한 시뮬레이션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강 교수팀은 물질을 원자단위에서 다룬다. 보통 원자는 직경이 수 Å(옹스트롱, 1Å=${10}^{-10}$m) 정도인데, 1Å은 1nm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처럼 원자의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실제 실험으로는 원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 메커니즘을 제대로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결국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강 교수팀은 양자역학적 방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양자역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물질의 물리, 화학적 성질을 계산한다. 이 중 외부 변수를 도입하지 않고 전자 구조만을 변수로 사용하는 ‘압 이니쇼’(AB INITIO) 방법과 전자 밀도로 물질의 에너지 상태를 결정하는 ‘밀도함수이론’ (DFT,Density Functional Theory)이 주로 사용되는데, 압이니쇼 방법은 정확도가 높지만 계산시간이 오래 걸리고, DFT 방법은 계산시간이 빠른 대신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강 교수팀이 사용하는 방법은 ‘KMLYP DFT’ 다. 여기서 K는 강 교수의 영문 머리글자이고, M은 그의 지도교수, LYP는 연구에 협조했던 다른 3명의 머리글자다. 강 교수가 스탠포드대 박사과정 시절 압 이니쇼 방법과 DFT 방법의 단점들을 보완해 개발한 새로운 방법이다.

“우리 팀이 사용하는 KMLYP 방법의 가장 큰 특징은 나노 수준에서 원자의 반응 메커니즘을 빠르고 정확하게 산출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를 토대로 정확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물질을 나노 크기에서 실제 응용할 수 있는 크기로 확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KMLYP 방법의 개발로 강 교수는 시뮬레이션계의 일약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됐다. 덕분에 지난 3월에는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재료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에 대한 국제컨퍼런스’ 에서 한국인 최초로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탄소나노튜브 수소연료전지 개발

요즘 강 교수팀이 심혈을 기울이는 연구는 KMLYP를 이용해 탄소나노튜브에 수소 연료를 저장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4백km를 달리기 위해서는 휘발유가 24kg 가량 필요하다. 이 때 휘발유를 수소 기체로 대체하면 4kg밖에 들지 않아 무게가 6분의 1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지름 4.5m의 구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의 연료 저장 탱크가 필요하다. 때문에 수소에너지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고압의 수소 기체는 폭발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수소 기체를 탄소나노튜브에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 탄소나노튜브에 수소 기체를 담은 연료전지가 개발된다면 크기나 위험성의 문제가 모두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어요.” 강 교수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첫번째 문제는 탄소나노튜브에 수소가 저장되는 메커니즘을 전산모사를 통해 규명하는 것이다. 수소가 탄소와 결합하는 형태부터 수소의 안정한 위치를 찾아내고 반응 속도까지 계산할 계획이다.

또한 이러한 전산모사 결과에 근거해서 탄소나노튜브에 수소를 담을 수 있도록 탄소나노튜브 제조와 제어 기술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탄소나노튜브는 튜브 끝이 막힌 형태로 제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탄소나노튜브 안으로 들어가는데 용이하도록 한쪽 끝이 열려 있어야 한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수소 연료전지 개발은 전산모사를 이용한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우주선 추진체로 사용할 수 있는 고에너지 물질과 나노 트랜지스터 개발 등 나노 수준에서 전산모사를 통해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200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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