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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다하는 과학비평가이고 싶어

과학책 1백여권 기획, 번역한 김동광 박사

 

과학책 1백여권 기획, 번역한 김동광 박사


신문이나 잡지를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언젠가부터 ‘과학저술가’ 라는 명칭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봤을 것이다. 아직은 그 수가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들은 과학을 주제로 한 전문적인 글쓰기를 통해 과학이 다른 문화 속에서 융합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대표적인 과학저술가 중 한사람인 김동광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간 위한 과학 꿈꾼다
 

거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과학


김 박사가 과학저술가이자 과학도서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게된 것은 ‘과학세대’ 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인간을 위한 과학’ 이라는 다소 거창한 구호를 목표로 내건 과학세대는 80년대에 탄생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대중화의 씨앗을 뿌린 모임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과학기술 운동을 목적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80년대 후반 과학대중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과학도서 기획, 출판모임으로 바뀌었다.

과학책하면 지금도 발행을 망설이는 출판사가 많지만, 당시는 과학책이 아예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던 시대였다. 그야말로 과학에 특별한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운 과학책을 굳이 낸다는 게 무리였다. 과학세대의 번역, 출판 활동 역시 의미 있는 과학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의지와 신념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땀과 노력의 댓가를 바랐다면 아마 이토록 오랜 기간 열정적으로 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김 박사의 원래 전공은 독어독문학. 그래서 박사는 자신을 ‘시대를 앞서간 하이브리드(잡종)’ 라고 말한다. 대학시절 현실과 미래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접한 과학책들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는데, 특히 그 무렵 읽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가 인상적이었다고.

“불확정성의 원리로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바꿔놓은 하이젠베르크의 책은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문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죠. 이런 경험으로 인해 좋은 책 한권이 사람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기여하는 가치를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과학은 일상의 문화

김 박사가 과학세대와 자신의 이름으로 기획, 번역한 책은 무려 1백여권에 이른다. 그런데 거기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우선 입시 관련 도서는 출판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일반적으로 입시와 관련된 책은 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다룬 책만 소개한다는 처음 다짐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두번째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책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인간을 위한 과학을 추구하는 책만 내기로 한 것이다.

책을 내는 이런 원칙은 김 박사가 과학을 대하는 자세와, 그가 추구해온 삶의 모습을 닮아있다. 과학기술, 그리고 사회라는 주제의식에 충실한 책 중에서도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생명과학의 발전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책들은 그의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특히 리처드 르원틴의 ‘DNA 독트린’ 과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 같은 대안적 관점을 가진 책을 소개할 수 있었던데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최근 김 박사는 작심한듯 어린이를 위한 과학도서 시리즈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과 사회를 연관시킨 이른바 STS(Science-Technology-Society) 시리즈들은 그동안 지식 위주로만 접근하던 과학책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다. 김 박사는 어린이들이 과학을 일상의 문화로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과학은 학문이기 이전에 문화’ 라는 그의 철학이 짙게 깔려있다. 그가 ‘과학저술가’ 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것도 양질의 문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평이 필요하듯 과학에도 비평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과학비평은 과학과 사회에 책임 있게 관여하는 방법입니다. 과학저술가는 그런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소중한 존재죠.” 하지만 과학저술가는 아직 낯선 명칭이고, 과학저술가로서의 활동은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김 박사는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으로 활동하며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한 영역으로, 그리고 문화의 한 영역으로 생각하며 과학을 좋아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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