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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와 마찰의 조화, 스키

겨울 스포츠의 꽃

흰 설원을 가르며 계곡을 누비는 상쾌함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자.레저로 즐겼던 스키를 과학의 눈으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스피드와 마찰의 조화로 벌어지는 슬로프 위의 매직을 지상에서 만나보자.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스키’의 계절이다. 흰 설원을 가르며 만끽하는 스피드는 스키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설명하기 힘든 쾌감이다. 그렇다고 스피드만이 유일한 즐거움은 아니다. 얼마든지 속도를 조절해가며 슬로프 이곳 저곳을 유람하듯 달릴 수 있는 기쁨 또한 크다.


예전에는 겨울철의 수렵과 이동에 쓰이던 생활스키가 이제는 만인의 레저로 자리 잡았다. 생활의 여유라는 측면 말고도 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적으로 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침 일찍 슬로프에서는 커다란 기계 속에서 뿜어져나오는 눈이 햇빛을 피해 슬로프 위를 덮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뜻한 햇살을 반가워 하지만 눈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이 햇빛을 받으면 눈의 질이 푸석푸석해져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 또 아침저녁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녹아버린 부분은 곧 빙판으로 바뀌기 때문에 슬로프의 사고다발지역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인가, 대부분의 슬로프는 가능하면 북쪽을 향하려고 한다. 이제 스키장을 찾을 때 슬로프가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방울과 압축공기의 만남

 

눈을 만드는 기계에서는 물방울이 나오면서 어는 것일까. 아니다. 기계에서 빠져나오는 물방울은 사실 온도가 0도 이하인 과냉각 물방울이다. 하지만 이런 과냉각 물방울만 뿌려서는 효과가 없다. 이것은 물의 상태변화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은 얼 때 많은 열을 내놓는다. 많은 양의 물이 기계에서 나와 얼면 이때 발생하는 열이 주변 공기를 데워 슬로프의 여건을 나쁘게 만든다. 자연계에서 만들어지는 눈은 매우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므로 눈이 형성될 때 데워진 공기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공적으로 눈을 만들 때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까.

 

얼면서 발생하는 열을 해결하기 위해 기계는 압축공기를 같이 뿜어낸다. 공기뿐 아니라 어떤 기체든 압축돼 있다가 갑자기 팽창하면 차가워진다. 이때 팽창하는 공기의 흡열 효과는 물이 얼 때 내놓는 열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또 압축공기는 물이 결정 형태의 눈으로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적절한 충격 역할을 한다. 물방울과 압축공기가 만나 인공적인 눈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폭풍처럼 노즐을 빠져나오는 압축공기는 한마디로 슬로프를 흰색으로 덮어버리는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릴만하다.

 

 

스키어와 스카이 다이버 중 누가 더 빠를까?

 

스키를 ‘중력장에서의 사면 활주 운동’으로 표현한다면 너무 재미없어질까.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키를 역학적으로 완전히 분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키의 기본 동작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과학적인 면을 알아두는 것은 스키를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스키를 슬로프와 나란한 방향으로 모으거나 A자 형태로 벌려 속도를 조절하는 것, 상체를 펴거나 구부려 속도를 조절하는 것, 위험한 순간 쓰러질 때 몸을 구부려 산 쪽으로 쓰러뜨리는 것,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은 기본 동작 속에는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을까.

 

스키어가 슬로프에 있을 때 스키어에게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스키와 설면 사이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 저항이다. 물론 중력은 스키어의 무게로, 이를 분해하면 슬로프 진행방향의 힘은 속도에, 수직방향의 힘은 마찰력에 영향을 미친다. 마찰력은 마찰계수와 몸무게, 그리고 슬로프 각도의 코사인 값을 곱해 얻어진다(F마찰력= mgcosθ ). 공기저항은 공기의 밀도(ρ)와 공기저항계수(C), 스키어가 통과하는 전방 면적(S), 그리고 스키어의 빠르기(V)의 제곱에 비례한다(F공기저항=$\frac{1}{2}$${ρCSV}^{2}$). 여기서 간단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스키어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공기저항은 증가한다는 것과 슬로프를 내려갈 때 공기가 닿는 면적도 공기저항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 경기에서 스키어들이 몸을 최대한 굽히고 슬로프를 질주하고, 공기 저항을 줄이는 소재로 만들어진 스키복을 몸에 착 달라붙게 입으며, 유선형의 헬멧을 쓰는 것도 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런 알파인 스키 경기 중 속도 경기에서 시속 2백km는 무난하게 도달한다. 스카이 다이버가 온몸을 쫙 펴고 공기저항을 최대로 했을 때의 종단속도보다 큰 빠르기다. 하늘에서 낙하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스키를 타고 내려올 때 빠르게 하기 위한 것에서 공기저항을 줄이거나 늘이는 몸부림이 있다는 말이다.

 

스카이 다이버의 종단속도가 스키어의 최대 속도보다 느리다면 믿을 수 있을까.물론 스카이 다이버가 공기저항을 최대로 했을 때 말이다.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들이 스키를 탈 때 처음 배우는 것은 넘어지는 것과 속도를 줄이는 방법 두가지다. 스키에 체중을 실은 스키어가 사면에서 지구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빗면에 구슬을 놓으면 굴러 내려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슬로프 정상에 서는 스키어는 ‘어떻게 저 아래로 내려갈까’라는 심정이 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인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스키가 설면 위를 자연스럽게 미끄러질 때 초보자는 그 속도감을 이기지 못해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면서 엉덩이를 뒤로 뺀다. 이렇게 되면 몸의 무게중심이 뒤로 가는 동시에 스키 뒷부분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져 스키 앞부분이 들린다. 이것을 느끼는 순간 스키어는 꽈당. 즉 스키를 탈 때 첫 번째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몸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는 것이다. 스키 강사들이 항상 정강이를 부츠에 붙여 놓아야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슬로프에서 잘 넘어질 줄 알아야 사고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몸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해야 하지만 활강 중에 몸의 균형을 잃으면 무게중심을 낮추고 몸을 모아 산 쪽으로 넘어져야 한다.

 

잘 넘어질 줄 알면 그 다음에는 속도 줄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경사진 슬로프 위에서 스키를 설면과 나란히 두면 스키는 점점 빠르게 진행한다. 이때 스키의 뒷부분을 넓히면 속도가 줄어든다. 플레이트가 A자 형태일 때는 스키가 나란하게 있을 때보다 스키의 이동을 방해하는 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즉 스키 뒷부분이 넓어질수록 저항은 증가하고 속도는 줄어든다는 말이다(그림1).

 

 

한쪽 발에 힘을 주면 왜 방향이 바뀔까

 

(그림2)슬로프에서 속도를 줄이는 방법^벌린 스키의 각도가 커질수록 스키의 이동을 방해하는 제설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이동 속도는 줄어든다.


보기에도 아찔한 슬로프를 잔잔한 호수 위를 걷듯 진행하는 스키어의 동작은 한마디로 한 폭의 그림이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이 동작의 출발점은 턴(회전)이다. 전문가들은 초보자에게 턴을 위한 동작으로 엣지를 가르친다. 엣지는 말 그대로 스키의 한쪽을 약간 들어 한쪽 가장자리(edge)만 설면에 닿게 해 방향을 전환하는 것. 경사진 설면에 스키의 바닥면을 모두 붙이고 있으면 중력에 의해 계속 아래로 미끄러지는데, 이때 엣지를 하면 방향이 바꾸는 것은 물론 제동도 가능하다.

 

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키 플레이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키를 평평한 곳에 올려놓고 옆에서 살펴보면 가운데 부분이 가장 두텁고 약간 볼록하게 위로 솟아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캠버라고 한다. 스키어가 부츠를 신고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스키어의 체중으로 플레이트 바닥면은 평평하게 펴진다. 여기다 턴을 하기 위해 엣지로 스키에 힘을 가하면 처음과는 반대로 아래로 오목한 형태를 띤다. 활과 같은 모양을 한다는 말이다. 이것을 리버스 캠버라 한다.

 

한쪽으로 체중을 옮긴 스키 바깥쪽을 들어올리는 엣지 동작을 하면 설면과 닿는 부분이 타원이 된다. 스키가 직선운동을 하는 대신 곡선운동을 하는 이유다. 여기에 휘어진 스키 앞쪽이 설면으로부터 계속 힘을 받기 때문에 쉽게 방향 전환이 이뤄진다. 또 스키를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면 스키의 가운데 부분이 잘록하게 파인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사이드 컷(side cut)이라고 부른다. 엣지를 주면 스키가 설면과 접촉할 때 타원 형태에 가까워지는데 사이드 컷 부분에서는 원형이므로 턴이 보다 쉬워진다. 선수들 스키의 사이드 컷을 일반인들 것 보다 많이 파 놓은 것도 턴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다(그림3).

 

 

마찰열 플레이트, 탄성력 바인딩


스키는 썰매와 달리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 플레이트, 바인딩, 부츠, 폴은 기본이고, 스키복, 장갑, 모자, 고글 등 갖춰야 할 것이 많다. 이 중 플레이트는 스키가 눈밭을 씽씽 달리도록 하는 기본 요소다. 플레이트가 눈 위를 미끄러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근래 인정받고 있는 것은 마찰에 의한 융해설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바우덴 교수는 스키와 눈 사이의 마찰계수를 0.05로 하고 스키가 1cm 달릴 때 발생하는 열을 계산한 결과, 그 열로 인해 수 미크론 정도의 물 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눈과 닿는 플레이트 표면에 얇은 물 층이 만들어져 스키가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는 말이다. 눈 위를 달린다고 말하지만 플레이트 아래는 물이란 얘기다.

 

스키 장비 중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인딩이다. 플레이트와 부츠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위험한 순간에는 플레이트와 부츠를 분리시켜주는 이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설면에서 부딪히는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도 포함돼 있어 플레이트와 부츠가 쉽게 분리되는 것도 막아준다. 바인딩이 너무 강해 안 풀리면 골절상을 입기 쉽고, 너무 잘 풀리면 어깨 부위가 뒤틀릴 수도 있다. 슬로프에서 굴러 넘어질 때 바인딩이 부츠와 플레이트를 분리시키지 않는다면 스키는 골절 레저로 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신장, 체중에 맞게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바인딩의 기본 원리는 탄성력을 이용한 것이다. 바인딩에 걸리는 힘이 정해진 탄성력보다 커지면 플레이트에 연결된 바인딩에서 부츠가 분리된다. 대개 뒤쪽 바인딩에 좌우방향의 무리한 힘이 걸리면 바인딩은 부츠를 밀어낸다. 이밖에도 발의 힘을 플레이트에 잘 전달시켜주는 부츠와 활주할 때 균형을 잡아주는 폴 등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설면에서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고글이 잡아야하는 두 마리 토끼

 

셜면에 의해 반사되는 자외선은 일반적인 땅에서보다 30-40%가 증가한다.그리고 스키장에서는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고글을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스키장에서는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 고글을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IMG_TXT}스키 장비 외에 스키를 탈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 중 하나가 고글이다. 고글은 설면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자외선하면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 물론 자외선은 여름철에 가장 강하고 겨울철에 가장 약하다. 하지만 눈에 의해 반사되는 자외선은 일반적인 땅에서보다 30-40% 증가한다. 그래도 여름보다는 전체적인 자외선 강도가 약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다.

 

여름철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 빛에 노출되기를 꺼린다. 이에 반해 스키장에서의 사람들은 자외선을 피할 방법이 거의 없다. 따라서 스키 고글은 물론이고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박기범교수(삼성서울병원 피부과)에 따르면 실제로 스키 시즌 후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기미나 주근깨가 악화돼 피부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자외선B(290-320nm)에 의한 화상이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은 자외선A(320-400nm)가 멜라닌 세포와 반응해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김우중(삼성서울병원 안과)교수는 고글을 쓰지 않고 스키를 장시간 탄 사람들 중에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는 각막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대개 고글 렌즈 자체에 자외선을 차단하는 첨가제가 들어가 있거나 컬러 코팅을 한 막들에 의해 자외선이 차단되므로 스키를 탈 때 고글은 필수품인 셈이다.

 

또 고글에서 중요한 것은 김서림이 방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고글에 김이 서리면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눈을 감고 스키를 타는 격이 될 것이다. 고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개 이중렌즈로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깥쪽 렌즈는 물안경에 쓰이는 강도가 강하고 코팅이 잘되는 폴리카보네이트이고, 안쪽 렌즈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나 셀룰로오스 프로피오네이트로 돼 있다. 이 두 렌즈 사이의 공간은 거의 진공에 가깝다. 이것은 바깥쪽의 찬 공기가 안쪽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김을 서리게 하는 것을 막는 1차적인 역할을 한다. 김서림을 방지하는 2차적인 것은 렌즈의 소재다. 대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와 셀룰로오스 프로피오네이트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소재 자체가 친수성기를 갖도록 만든다. 이렇게 만든 소재는 자체적으로 수분을 흡수하는 특성을 갖는다. 고글 안쪽에 수분이 생기면 수분이 렌즈에 흡수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용 후에는 꼭 건조시켜야 한다. 이제 스키를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슬로프 위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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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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