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 탐험에 어지간히 자신이 붙은 경우라면 예의 바른 통신에 대해서도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간 고매한 인격을 갖추지 않고선 자신을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것이 인간본성이다. 통신상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해 살펴본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가 이념 경제 문화 등 그동안 장벽으로만 느껴졌던 개념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혁의 주역은 전세계를 하나의 단일 구역으로 엮는 인터네트.
10여년전 PC통신이 등장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었고, 이 방면에 일찍 눈을 뜬 일부는 해커 수준의 전문 지식을 쌓을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작년말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인터네트 열풍은 현재 기업 연구소 대학 일반인을 모두 합쳐 근 10만 이상의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운영하는 일반 PC통신(하이텔, 천리안 등)과는 달리 인터네트에는 마땅한 주인이 없어 모든 활동을 사용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인터네트 이용을 잘하고 못하고는 관련 기술서적을 읽음으로써 쉽게 해결할 수 있으나, 우리와 문화가 다른 타국 사용자와 교제를 갖는데는 네트워크 세계에서만 통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인터네트와 같은 사이버스페이스(가상 현실) 상에서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려면 특히나 예의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 PC통신인들은 이러한 예의범절을 '네티켓'(Netiquette)이라 부른다. 에티켓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생활을 건강하게 해나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형식'. 따라서 네티켓은 온라인상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법도라고 해석하면 쉽다.
외국 여행 등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될 때, 특히 사이버스페이스와 같은 전혀 낯선 환경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큰 실수를 하게 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가끔씩은 사이버스페이스에 익숙한 사람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해 핀잔을 받기도 한다.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 모니터 상에 나오는 문자로만 상대를 대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터네트을 비롯한 PC통신에 입문하려는 초보자들이 무엇보다도 먼저 네티켓을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실수를 최소한으로 막아 건전한 통신문화를 영위하자는 데 있다. 통신 경력이 얼마간 쌓이게 되면 가끔씩 자신이 마치 사이버스페이스의 중심이나 주인이 된 양 자만심에 가득찬 행동을 하는 사용자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PC통신의 기본 개념은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를 만나 삶을 나눈다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은 건전한 통신 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 네티켓이다.
●상대방을 기억하라
언젠가 자신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든지 아니면 게시판을 통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든지 메일교환이 있었던 사람을 다시 만났다면 될 수 있는대로 반갑게 그를 대하라. 모니터 상이라 비록 얼굴이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쪽에서 먼저 반가움을 표하면 둘의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질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는 교육 가운데 "상대방에게 좋은 대접을 받고 싶다면 먼저 그렇게 대하라"는 대목이 있다. 만약 상대방은 기억을 하는데, 정작 자신은 상대방이 가물거린다면 이는 굉장한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도덕적인 행동을 하라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항상 도덕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법을 어기는 행위는 현실이나 네트워크 상에서나 나쁜 습관이다. 현실에서는 벌금을 내거나 법적인 제재를 당하지 않으려다 보니 할 수 없이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이버스페이스 상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법적인 제재는 물론이고 체포를 당할 정도까지의 불법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다만 모니터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상대방이 인격체로 보이지 않아 비도덕적이며 건방진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들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가 나와 똑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사소한 실수로 상대방에게 비난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어느 곳에 들어와 있는지 수시로 뒤돌아 본다
네티켓은 접속하는 사이트에 따라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지역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한국 사이트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이 독일 사이트에서는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려면 항상 자신이 현재 어느 곳에 접속하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며 통신하는 버릇을 들이는 편이 낫다. 채팅에 참여했으면 우선 점잖게 인사부터 하고 말없이 묵묵하게 분위기를 파악한다. 어떠한 내용의 대화가 오가는지 대략적인 파악이 끝났으면 그 다음에 양해를 구하고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예의다.
●자신의 시간이 소중하다면 상대방의 시간도 소중하다
자신의 시간이 소중하다면 상대방의 시간도 소중하다. 특정 모임이나 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우선 그 장소나 모임의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 : 자주 거론되는 질문에 대한 답)를 읽고 난 후 질문하는 것이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방법이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여러번 보내거나 빨리 답을 안 준다고 재촉하는 것도 상당한 실례가 된다. 또한 게시물을 올려 놓고 여러 차례에 걸쳐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또다시 올린다면 같은 내용의 글을 보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모든 것이 상대방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이 이 생각에 동의하리라고는 아예 꿈도 꾸지 말라. 따라서 개인적인 주제에 관한 얘기를 하는 장소에 끼어들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에게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동의를 구한 다음 참여해야 한다. 이 때 상대방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질문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편이 이롭다. 만약 상대방이 대화를 거부한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물러서는 것이 예의다.
●항상 고운말을 사용한다
게시물을 올리거나 채팅을 할 경우,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이 철자법과 문법에 맞는지 검사하는 것은 상대방을 높이는 예의가 된다. 네트워크 상에서는 피부 색깔이나 몸무게, 나이, 빈부의 격차 등이 기본적으로 무시되고 상대방이 자신을 평가하는 유일한 근거는 지금 써 내려가고 있는 문장뿐이다. 말이나 행동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릴 수도 있지만 문장은 항상 어느 곳에든 기록으로 남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보는 공유해야 제 맛
될 수 있으면 좋은 정보는 서로 공유해야 제맛이 난다. 간절히 찾던 정보를 누군가가 전자메일로 보내 준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반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렇게 알고 싶었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면, 이것을 요약하여 게시판에 올려 놓는 것도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논쟁에 휩쓸리지 말라
상대방이 자신을 비방하거나 헐뜯는다고 해서 그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네트워크 상에서의 논쟁은 끝이 없으며, 설사 어찌어찌하여 끝난다 해도 뒷맛이 영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논쟁을 일으킬 불씨가 될 만한 단어나 문장은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자신으로 인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판단이 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불씨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준다
상대방과 대화 중이거나 그 사람이 올린 게시물, 메일 등에 쓰인 논리나 표현이 부적절하고 기분 나쁘다고 해서 곧장 반박하거나 비난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다. 이럴 경우에는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 사과를 받아낸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참는다면 나중에 반드시 그 대가가 자신에게 돌아온다.
●매사에 겸손하라
자신이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방면에 문외한이거나 초보자를 대상으로 실력을 자랑하거나 설교하려 든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잘난 체 하는 사람을 고운 눈으로 봐줄 정도로 마음이 넓은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사에 겸손하고 친절하게 상대를 대한다면 네트워크 생활에서도 성공할 소지가 다분하다.
●상대방의 실수는 관대히 용서하라 당신도 한 때 초보였다
PC통신을 한 경력이 오래되어 네티켓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습관화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때는 초보였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우연히 초보자를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짜증스럽게 연차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상대방이 우매한 질문을 하거나 불필요하게 긴 질문을 하는 등 비교적 사소한 내용의 것이라면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꼭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그래도 답변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답변을 하는 것이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