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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법의학 그림으로 보는 사건

명화로 보는 사건

 


얼마 전 부인이 재산을 노리고 멀쩡한 남편을 정신병자로 몰아 6개월간이나 감금시켰던 일이 있었다. 남자는 정신병동에 갇히기 전에 자신은 정상인이라고 필사적으로 주장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억울함을 밝히는 일도 이처럼 쉽지 않을진대, 하물며 죽은 사람의 억울함을 밝히는 어려움이 오죽할까.

법의학은 범죄사건과 관련돼 피해를 당한 사람의 억울함을 밝히고 풀어주는 학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이나 개구리소년사건, 대구지하철사건 등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법의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법의학 자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법의학계의 대부로 통하는 문국진 교수가 쓴 이 책은 “법의학은 사회와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숨쉬는 ‘현장의 학문’ 이어야 한다” 는 그의 지론대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명화와 다양한 사건사고의 실제 사례를 엮어 법의학 지식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책에는 ‘시민법의학’ 이라는 또다른 이름이 붙어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만테냐(A.Mantegna)가 그린 ‘죽은 그리스도’(1497)를 보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해 시사회 도중 쇼크로 사망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가 연상된다. 이 그림은 화면 전체가 죽은 예수의 시신으로 가득 차 있는데, 특이한 것은 시신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구도로 그렸다는 것이다.

전면에서 보통 상태로 그림을 그리면 예수의 몸에 난 발바닥과 손잔등의 상처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술계의 거장 렘브란트가 이 그림의 구도를 응용해 해부장면을 그린 명화를 남겼다면, 문 교수는 그림의 구도를 소재로 살인사건과 현장검증에서 주요한 법의학 지식을 풀어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통해 살펴본 자살과 타살 논쟁, 로댕의 ‘키스’ 를 통해 본 치정 살인사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와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에서 읽을 수 있는 범죄심리, 마릴린 먼로와 찰리 채플린의 사인규명에 이르기까지 명화 속에 숨겨진 사건의 비밀을 밝혀내는 대목이 추리소설 못지않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밖에 교수형 당한 사람들의 이빨이 약으로 효험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미신을 그린 고야의 ‘이빨 사냥’ 등에 나타난 당시 사회의 풍습 등 고전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림에 표현된 다양한 사회상도 설명하고 있다. 명화를 재해석해 법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저자의 안목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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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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