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많이 빛나는 겨울 하늘에서 특별히 밝은 별이 하나 있다. 바로 시리우스다. 가장 밝은 만큼 오래전 부터 인류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많은 전설과 애환을 간직한 별이기도 하다.
개의 별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에 속하는 다른 일등성보다 약 9배나 더 밝은 시리우스는 밝기가 -1.4 등급이다. 겨울철 남쪽하늘에 떠있는 큰개자리에서 가장 밝은 이 별은 실제 밝기가 태양의 23배이며 크기 또한 약 1.8배나 더 크다. 표면온도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1만K 가량이다. 그래서 이 별은 우리의 눈에 푸른색을 띤 백색의 별로 보인다.
시리우스는 옛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왔다. 시리우스라는 이름은 ‘눈부시게 빛나는’(sparkling)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일설에는 이집트 신화 속 신인 오시리스(Osiris)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리우스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별이었다. 해마다 이 별이 동쪽에서 떠오르면 나일강에 홍수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시리우스를 홍수를 알려주는 ‘나일의 별’로 제사를 지내곤 했다. 뿐만 아니라 시리우스를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이 별을 티시야(Tishiya) 또는 수크라(Sukra)라고 불렀다. ‘비의 별’이란 뜻이었다. 때로는 사냥꾼의 별 또는 개의 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메소포타미아의 칼데아 사람들은 시리우스를 ‘앞장선 개의 별’이라 해 칵시샤(Kak-shisha)라고 불렀다. 이런 시리우스의 이름은 아시리아와 페르시아로 이어져 내려왔으며 점차 ‘태양의 개’(Kal-bu-sa mas)란 뜻으로 불렸다. 중국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 해서 시리우스를 ‘하늘의 늑대’로 봤다. 이처럼 세계 4대 고대문명 모두에서 시리우스를 매우 중요한 별로 여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신기하게도 시리우스와 개를 연결하는 경향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리우스를 ‘늑대의 별’로 불렀다.
밝다는 것 이외엔 별 특징이 없던 시리우스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핼리혜성으로 유명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 때부터다. 18세기 초 핼리는 춘분점의 이동과 황도경사각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천체 관측기록이 필요했다. 그는 기원전 무렵의 프톨레마이오스와 히파르쿠스의 관측 기록과 자신의 기록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 뒤 핼리는 세차운동으로 춘분점이 이동하는 크기를 계산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을 진행하는 도중 그는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이 세 별의 위치가 과거와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시리우스의 위치는 달의 지름 만큼인 약 0.5도 가량이나 차이가 나 있었다.
고대의 기록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핼리는 육안 최고의 천문학자였던 티코의 기록과 비교해보기로 했다. 역시나 티코의 기록과 현재의 위치 사이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고심하던 그는 마침내 이 별이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즉 다른 별보다 가까이 있어서 그 움직임이 더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발상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당시로선 ‘항성은 항상 고정돼 있다’는 생각을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었다.
별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확신을 가졌지만 핼리로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학회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정도로 별의 고유운동을 언급했다. 이 고유운동이 실제로 증명되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믿게 된 것은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뒤였다.
핼리에게 잠시 관심의 대상이 됐던 이 별이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뒤 베셀에 의해서였다.
짝꿍을 발견하다
19세기 초 천재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베셀은 밤하늘의 좌표를 정밀히 구하고 기준성으로 삼았던 38개 별의 정확한 위치를 발표했다. 그는 이 기준성들의 고유운동을 정밀히 연구했는데, 그 가운데서 베셀이 가장 흥미를 보인 별이 바로 시리우스였다. 그동안 관측기술이 발달해 핼리가 언급했던 별들의 고유운동은 실제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됐으나 시리우스의 움직임은 다른 별들과 또다른 점이 있었다. 즉 시리우스는 일정한 방향의 고유운동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별이 흔들리는 듯 고유운동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베셀은 이 현상이 밝은 별 주위에 어두운 별이 있어 밝은 별을 흔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밝은 별이 어두운 별과의 중심을 기준으로 돌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내 베셀은 시리우스 주성 옆에 반성(짝꿍별)이 있다는 예언을 1844년에 발표했다.
1862년 1월 31일 미국의 천체망원경 제조업자인 클라크가 지름 47cm의 새 망원경을 테스트하다가 시리우스 옆에 있는 어두운 반성을 발견한다. 이 반성이 바로 8.7등급의 시리우스B로 백색왜성으로서는 최초로 발견된 별이다. 시리우스B는 태양과 거의 같은 질량을 갖고 있으나 밝기는 불과 1/400에 불과하다. 또 이 별의 크기는 태양의 1/50밖에 안될 정도로 대단히 작다. 백색왜성의 존재는 별의 성장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돼 천문학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낮에도 보이는 시리우스
해가 뜬 대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별이 사라져서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태양빛이 너무 밝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경험으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별이 밝다면 혹시 낮에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늘에서 가장 밝은 금성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금성 최대이각 무렵 태양에서 떨어진 위치를 미리 인지하고 그 지점을 주의해서 보면 금성이 보인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도 보일까?
시리우스는 낮에 맨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그러나 관측자들에 따르면 시리우스는 50mm 이상의 구경을 가진 작은 망원경이라면 해가 떠 있는 경우에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천체망원경이라면 60mm 이상의 구경이므로 어떤 천체망원경이든지 대낮에 시리우스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아마추어들이 소유한 작은 망원경으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해가 떠있는 낮에 망원경으로 시리우스를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낮에는 다른 별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밤에처럼 망원경 파인더로 별을 찾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망원경에 부착돼 있는 눈금환을 이용해 시리우스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별의 위치를 찾았으면 중간 배율 정도로 해서 망원경을 들여다보자. 주의 깊게 살펴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희미하지만 하얗고 동그란 작은 점이 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리우스다. 대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참 신기하지 않은가?
백색왜성 | 표면온도가 4만~ 10만K인 청백색 별. 밝기는 태양의 1/1000~10배다. 평균 크기가 지구만큼 작지만 별을 이루고 있는 구성물질이 압축돼 있어 평균 밀도는 상당히 높다. 별의 일생에서 마지막 단계에 백색왜성이 되므로 별의 성장과 진화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