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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누빌 10kg급 초소형위성

덩치 큰 하나보다 가벼운 여럿이 낫다

2020년 1월 1일. 우주사령부에 한 테러국가가 공격 준비를 완료했다는 급보가 들어온다. 며칠 안으로 공격 예상 지역의 위성사진을 확보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지역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위성이 없다면?

이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몇십-몇백kg 정도의 소형위성이다. 이 위성은 수일-수주만에 여러대를 제작해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여러대의 위성이 보내온 여러 파장의 영상을 조합해 원하는 지역의 전체 영상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우주개발 초기 단계인 1950년대 말-1960년대에는 대부분의 위성이 작았다. 발사체인 로켓을 크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58년 1월 미국이 발사한 첫 위성 ‘익스플로러’의 무게는 14kg이었다. 이후 로켓이 대형화되면서 위성의 규모도 점차 커졌다.

통신·방송위성의 경우 필요한 중계기를 많이 실을수록 한번에 더욱 많은 채널의 통신과 방송이 가능해진다. 또한 고도 3만5천7백86km인 정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위성의 수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번 발사할 때 가능하면 많은 중계기를 탑재해야 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결국 지난 40년 동안 위성은 점점 덩치가 커졌다.

작게, 싸게

 

소형위성을 이용하면 수일-수주만에 특정 지역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형위성 연구가 다시 활성화되는 추세다. 주로 고도 1천km 이하의 저궤도를 비행하는 소형위성은 통상 무게가 5백kg 이하의 위성을 말한다. 이는 다시 미니위성(1백-5백kg), 마이크로위성(10-1백kg), 나노위성(10kg 내외), 피코위성(1kg 이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노위성과 피코위성은 초소형위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은 우주개발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좀더 단기간 내에, 좀더 적은 비용으로, 좀더 우수한 성능’(Faster, Cheaper, Better)의 위성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마이크로위성을 이용한 달 탐사를 계획중이고, 다수의 소형위성을 군사위성으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수의 소형위성이 위성군을 형성하면 발사나 임무 수행에 실패할 위험부담이 줄어들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넓은 지역의 영상을 얻고자 할 때 하나의 대형위성을 쏘아 올렸다가 문제가 생기면 전혀 영상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소형위성을 여러대 쏘아 올린다면 그중 몇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위성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몇대씩 그룹을 만들어 궤도를 도는 편대비행을 통해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임무를 좀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대의 소형위성을 발사했다고 가정해보자. 통신을 할 때는 위성들이 서로 방해받지 않도록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어떤 지역의 상세 사진을 찍을 때는 그 지역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도록 각 위성의 위치를 육각형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소형위성은 마이크로 정밀 추력기, 레이더나 센서 등을 이용해 자체 궤도나 위치를 조절하고 다른 위성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비행 형태를 바꾼다.
 

미 국방성이 계획중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 우주기술 기반의 이 시스템은 미국을 공격하는 탄도 미사일을 감지하게 된다.


1kg 위성 발사
 

여러대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소형위성군에서는 몇대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가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므로 실패할 위험이 적다. 사진은 나노위성군의 비행 상상도.


소형위성은 새로 개발된 장비나 부품을 시험하는데 많이 이용된다. 고가의 대형위성에 새로운 기술을 직접 적용해보기 전에 저가의 소형위성을 통해 먼저 검증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런 목적으로 미국, 일본, 한국, 대만, 캐나다, 노르웨이의 각 대학은 피코위성을 연구하고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이고 무게가 1kg인 정육면체 위성인 ‘큐브셋’(CubeSat)이 그 주인공. 지난 2003년 6월 30일 러시아의 발사체인 ‘로콧’(Rockot)에 의해 큐브셋 6기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처럼 초소형위성의 개발과 발사에는 기술시험을 적은 비용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대학, 기업과 연구소들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대학, 민간기업과 협력해 지구와 태양 사이 여러 지점에 나노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나노위성은 지구의 기후나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 지구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2008년 지상에서 제어하지 않고도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1백여대의 자동화된 나노위성을 발사할 STP(Solar Terrestrial Probes)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영국 서리대와 SSTL사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요 부분인 탑재체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등의 보조 역할을 하는 위성버스의 핵심기술을 개발, 상업화해 수출하고 있다. 특히 9개월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한 6.5kg의 극초소형위성인 SNAP-1이 2000년 6월 발사돼 성공적인 영상을 보내옴으로써 향후 극소형위성의 효용성에 대해 밝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SNAP-1은 부탄가스를 노즐을 통해 분사시켜 추진력을 얻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어 우주에서 원하는 궤도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소형위성은 또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위성이 군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타국 영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전세계를 볼 수 있는 24시간 전가동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 이는 대형위성 한대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강력한 소형위성 여러대가 필요하다.

미 공군연구소는 ‘테크셋(TechSat)-21’이라는 위성기술을 연구 중이다. 테크셋-21은 자동차와 비슷한 크기와 무게를 가진 대형위성들 대신 1백30kg 정도 되는 마이크로위성군과 10-20kg급 나노위성군을 구축하는 계획이다. 소형위성 여러대를 다양한 위치로 분산시켜 각각의 결과물을 조합하는 이른바 ‘가상 위성 시스템’이다. 각 마이크로위성은 자체의 송신기가 송출해 지상에서 되돌아오는 신호는 물론, 인접한 위성에서 송출한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소형위성을 이용한 우주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한 호주,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터키, 이집트, 이란, 나이지리아, 알제리와 같은 후발주자들도 우주 선진국과의 공동개발과 기술이전 방식을 통해 기술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덩치 큰 고가 위성과 장비들이 결국 집단적으로 작동하는 마이크로, 나노, 피코위성들로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소형위성은 규모는 작지만 임무를 수행하려면 전력시스템, 컴퓨터시스템, 통신시스템, 자세제어시스템과 같이 대형위성과 동일한 구성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형이나 소형위성은 구조에 거의 차이가 없다.

단 초소형위성 개발을 위해서는 추진시스템, 센서, 전자회로 등을 미세하게 제작하고 다른 시스템과 쉽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최대한 가볍고 효율적인 배터리와 태양전지가 필요하다. 위성 부품과 시스템의 무게나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전통적인 위성에 적용되면서 단위 질량 당 더 나은 전력 생산 능력,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가진 소형위성의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형화·경량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존의 중·대형위성이 수행하던 대부분의 기능을 소형위성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몇몇 위성은 열제어 시스템, 전기전자회로 같은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다기능 구조물 기술을 적용해 획기적으로 무게와 체적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전기전자시스템(MEMS) 기술과 패키지 기술, 소재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구현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전기전자시스템은 센서, 구동기, 마이크로 광학계에 걸친 많은 영역을 통합하는 기술이다.

현재 국내 전반의 위성 개발기술 수준은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소형위성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일부 정밀기계·전자분야 제조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소형위성의 개발은 대형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들여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기술적 효과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나라도 틈새시장을 겨냥해 소형위성시스템과 핵심부품 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하면 각광을 받을 수 있다.

국산 피코위성
 

항공대 장영근 교수 연구실에서는 오는 9월 발사될 피코위성인 ‘하우셋-1’을 개발중이다. 사진은 위성에 사용될 칩을 제작하는 모습.


필자의 우주시스템연구실은 국내 대학 중 유일한 인공위성시스템연구실이다. 현재 국제 큐브셋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주시험과 교육 목적으로 1kg급 피코위성인 ‘하우셋-1’(HAUSAT, Hankuk Aviation University SATellite)을 개발하고 있다. 하우셋-1은 2004년 9월 러시아의 ‘디네플’ 발사체에 실려 고도 6백50km로 발사될 예정이다.

인공위성은 태양전지판이나 안테나를 접은 상태로 발사체에 싣는다. 펼치면 전체 부피가 커지므로 한정된 크기의 발사체에 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우주공간에 올라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하우셋-1은 태양전지판이 펼쳐지는 과정을 상세히 연구할 예정이다. 펼치기에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위성이 태양을 바라보는 각도를 측정해 지상에서 위성의 현재 위치나 자세를 알 수 있게 하는 태양센서를 직접 개발했다. 하우셋-1은 이 태양센서를 장착해 실제 우주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할 계획이다. 또한 우주용 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가 장착돼 이 위성을 추적하게 된다.

필자의 연구실은 위성의 자체 제작을 위해 전기전자장비 제작·조립시설, 위성 진단용 컴퓨터 시스템, 다양한 기능시험·측정 장비를 확보했다. 소형위성은 미세한 먼지, 습도,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깨끗한 환경에서 제작돼야 하기 때문에 청정실도 갖춰져 있다. 또한 연구실은 과학기술부로부터 2003년도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돼 20kg급 나노위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있다. 이는 2008년 발사돼 2년 간 지구와 우주환경을 관측할 예정이다.

인공위성이나 로켓은 ‘복합시스템기술’의 대표다. 설계, 해석, 제작, 조립, 시험, 발사, 지상국과의 운용까지의 전체 개발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통합 또는 시스템엔지니어링 기술이 축적될 수 있다.

소형위성의 개발을 통해 핵심우주기술을 발전시키면 산업용·가정용 초소형 센서, 무인 자동화 시스템, 마이크로 로봇, 의료영상기기, 유·무선 통신 시스템, 원격제어와 같은 다른 여러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 실제상황, 스타워즈
 

미래에는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갖가지 종류의 우주무기가 실제로 등장할 것이다.


2020년 1월 2일. 테러국가가 공격용 대륙간 탄도탄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는 장면을 아군의 정찰위성이 포착했다. 우주사령부는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국방부에 전달한 다음 대륙간 탄도탄 요격위성에 대해 전투태세 명령을 하달했다. 잠시 후 테러국가는 대륙간 탄도탄을 차례로 발사했다. 그런데 첫 두기는 발사 이륙 후 3-4분 내에 섬광을 일으키며 폭발해 테러국가 내에 떨어졌고, 세번째 미사일부터는 무슨 일인지 전혀 발사되지 못했다.

다음날 국방부는 “발사된 대륙간 탄도탄 두기는 우주레이저 위성이 발사한 레이저로 폭발됐으며, 지상에서 발사대기중인 탄도탄은 특수전자기무기(e-bomb)가 테러군의 미사일 통제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유명무실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SF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은 재래식 무기개발 예산을 축소하고 미래의 우주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우주무기 개발에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 상대방의 위성을 궤도상에서 파괴, 무력화시키자는 발상으로부터 소형위성이 우주무기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중국은 적의 위성에 부착돼 필요할 때 폭파하는 ‘기생위성’ 또는 ‘킬러위성’의 시험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0-1백kg급 마이크로위성이다. 또한 수백-수천km 떨어진 목표물도 공격하는 레이저와 상대방의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특수전자기무기도 신종 우주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 20년 내에 이런 우주무기들이 실제 전쟁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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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장영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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