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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동아일보사 앞에 사람들이 한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히 모여든 그들은 바로 국산 고속전철 시승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과학동아 독자시승단이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후원으로 동아사이언스에서 마련한 고속전철 시승행사에 참여한 독자시승단은 신청자가 쇄도하면서 추점으로 선발됐다. 어린 학생에서 교사, 회사원,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40명의 시승단은 출반전부터 잔뜩 기대를 안은 모습이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넘게 달려 찾은 첫번째 목적지는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기계연구원. 바로 자기부상열차를 시승하기 위해서다.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처럼 공중에 설치돼 있는 자기부상열차 레일과 아담한 지하철처럼 생긴 자기부상열차가 시승단을 환영한다.

자기부상열차에 올라타자 드디어 열차가 공중에 붕 뜬다. 그러나 실제 열차가 뜨는 기분을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 몇차례 부상과 착륙을 반복해줘도 마찬가지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몸을 바싹 낮춘 후 차창 바로 옆 레일에 시선을 고정하자 비로소 약 1cm 정도 뜬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자기부상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기부상열차는 그리 빠르지 않은 시속 30km 정도로 달렸는데 커다란 열차가 공중에 떠서 움직인다는 사실이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별다른 소음이나 진동도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를 시승한 시간은 불과 10여분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교통수단을 직접 경험해본 즐거움은 작지 않았다.

다시 고속버스로 40여분을 달려 드디어 충북 오송의 경부고속철도 시험선 구간에 도착했다. 쭉 뻗어있는 레일 한가운데 연구원들을 대동한채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한국형 고속전철은 보는 순간 “우와” 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유선형의 세련된 외형은 “기차도 예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던져준다.

고속전철에 오르자 기존 열차와는 차별화된 고급스런 느낌으로 실내가 꾸며져 있다. 편안하고 깔끔한 좌석에 안내된 후 드디어 시속 3백km라는 속도 한계 도전에 시승단이 동참한다. 자리에 앉은 후 마음을 일단 진정시키면서 머릿속으로는 시속 3백km라는 속도를 그려본다. 메이저리그 투수의 강속구는 시속 1백60km, 테니스 선수 서브는 시속 2백30km 정도다. 시속 3백km는 1초에 무려 83m를 날아가야 하는 셈이다.
잠시 뒤 한국형 고속전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통로 한가운데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열차 운전실의 광경을 보여주면서 속도를 정확하게 표시해 준다. 열차는 시속 1백km를 넘어 시속 2백km까지 속도를 높이다가 서서히 정차한다. 일단 몸을 한번 푼 것이라는 설명이다.
드디어 열차가 힘차게 다시 출발하면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모니터 속의 속도는 잠시도 쉬지 않고 숫자가 올라간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속도는 3백이라는 숫자를 돌파한다. 아주 긴장된 상태에서 숫자를 응시하던 시승단은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한국형 고속전철이 거둔 최고속도는 시속 3백2km였다.

시속 3백km로 달리는 동안에 철로 바로 옆에 서있는 전신주는 도저히 그 형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처럼 차창을 스쳐간다. 철로 근처의 시골집도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시선을 멀리하자 늦가을 햇살을 받으며 제 빛을 뽐내는 가을단풍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고속전철은 엄청난 속도로 달렸지만 바로 옆 풍경을 보기 전에는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끊김이 없는 특수레일 위로 달리기 때문인지 소음도 크지 않았다. 한국형 고속전철은 지하철보다도 미약한 진동만 전해주면서 육상을 질주하고 있었다.


국산 고속전철은 시속 3백km로 달려도 별다른 소음이나 진공이 발 생하지 않고 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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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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