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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 삼투현상, 모세관 현상과 다르다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을 이룩한 화학자들의 관찰태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관찰한 물질을 최대한 잘게 나누고, 이들이 운동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삼투현상을 발견한 화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18세기 중엽 프랑스의 과학자 놀레는 알코올을 병에 넣어 입구를 돼지 방광막으로 막은 후, 공기와 차단시키기 위해 물속에 보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3 시간이 지나자 방광막이 부풀어 오르고 팽팽해져 있음이 관찰됐다. 그것을 시험삼아 바늘로 찌르자 그 내용물이 높이 뿜어져 올라왔다. 이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놀레는 거꾸로 물을 넣은 병을 방광막으로 막은 후 알코올 속에 담았다. 그랬더니 방광막이 안쪽으로 움푹 꺼져 들어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방광막이 알코올보다 물을 더 잘 통과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놀레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방광막을 사이에 두고 한 쪽에서는 물, 다른 쪽에서는 알코올이 접촉하면 이 두가지 액체는 막을 통과하려고 서로 다투는데, 이 다툼에서 물이 알코올보다 우세하다.

유기질·무기질 모두에서 일어나


(그림1) 삼투현상은 모세관 현상과는 다른 현상이다
 

놀레가 발견한 이 현상에 대해 당시의 과학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놀레의 관찰이 있은 80년 후에 뒤트로세는 이 현상을 삼입(渗入), 삼출(渗出)이라 부르고 동물의 피막뿐 아니라 무기질의 다공질 격막을 통해서도 이 현상이 일어남을 발견했다.

또한 당시에는 이 현상을 모세관 현상과 같은 원리에 의해 설명하려고 하였지만, 뒤트로세는 이 현상이 다른 원리에 의해 지배됨을 증명했다. 즉, 모세관 상승도를 달리하는 두 액체를 다공질 격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넣어보았더니 모세관 상승도가 큰 액체에서 삼투 현상이 더 잘 일어나지는 않았던 것이다(그림 1).

뒤트로세는 이 삼투 현상이 유기질, 무기질 어느 쪽에서도 일어나는 일반 물리학상의 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 특히 생명체 속에서는 이 현상이 일어나기에 적합한 조건이 형성돼 있음을 인식했다.

한편 삼투압의 문제는 식물학자와 생리학자의 주의를 끌었다. 이들은 이 현상이 세포조직의 생리현상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생각했다. 드 브리스는 식물이 시드는 이유를 계통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식물 세포는 보통물에서는 부풀고, 진한 염류의 용액에서는 시든다. 이 양극단의 중간쯤 되는 적당한 농도를 선택하면 소위 '등장용액'(isotonic solution)을 얻을 수 있고, 여기서는 아무런 물질의 출입이 없음을 밝혔다(그림 2).


(그림2) 여러가지 농도의 용액에서 세포의 변화
 

드 브리스는 여러 가지의 염으로 등장용액을 만든 다음, 이 수용액의 어는점을 측정했다. 그리고 그는 이 등장액의 어는점 내림은 모두 똑같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1884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자기의 연구 결과를 반트 호프에게 이야기했다. 반트 호프는 용액 속의 용질 입자가 다공질 격막에 작용하는 압력이 삼투 현상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삼투 현상에 의해 생기는 압력을 수식으로 정리했다.

반트 호프가 용액 속 용질 입자의 행동을 공간 속에서 기체 분자의 운동에 견주어 생각한 것은 놀라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온도(T)와 압력(P), 일정한 부피(V)의 공간속에서 운동하는 기체는 PV=nRT의 법칙성을 갖는다. 반트 호프는 용액속의 용질 입자가 반투막의 벽에 작용하는 삼투압(π)을 기체 상태를 나타내는 방정식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그림 3).


(그림3) 공간속에서 기체의 운동과 용액 속에서의 용질의 운동
 

격막을 사이에 두고 순수한 용매와 용액을 양쪽에 넣으면 용매가 용액 쪽으로 이동해 용매와 용액의 수면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그림 4).

"용매 분자가 격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데 반해 크기가 큰 용질 입자는 격막을 쉽게 통과하기 어렵다. 용액 속의 용질 입자가 격막과 충돌하면 용매 분자가 격막을 통과하는 것을 방해한다. 반면에 순수한 용매 속에는 격막을 통과하는 것을 방해하는 용질이 없기 때문에 용매입자가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수면의 차이는 용질 입자가 격막과 충돌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증가한다. 결국 수면의 차이는 용질입자가 격막과 충돌하는 압력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림4) 삼투압의 정의
 

등장액의 용질측정으로 분자량 안다

삼투압은 용액 속의 용질 입자수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용질의 분자량을 결정할 수도 있다. 앞에서 우리는 등장 용액을 소개했다. 등장용액은 삼투압이 서로 같은 용액이다. 이는 바꾸어 말해 같은 부피의 등장 용액 속에는 같은 수의 용질 입자가 포함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가령 분자 하나의 질량이 각각 1백, 2백, 5백인 용질 A, B, C를 각각 1천g 씩 취해 부피가 같은 세 개의 물속에 넣은 용액 속에는 용질 입자가 각각 10개, 5개, 2개 포함돼 있다. 삼투압은 용질 분자수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같은 질량의 용질을 녹인 용액 가운데 분자 하나의 질량이 작은 용질을 포함한 용액에서 삼투압이 가장 크다.

당시의 분자량 결정은 물질을 기체로 만든 후에 증기의 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결정됐다. 이는 기체의 종류에 관계없이 같은 부피 속에는 같은 수의 분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부피의 질량을 달았을 때, 즉 밀도를 측정했을 때 이 값이 큰 물질이 바로 분자 하나의 질량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용액을 등장액으로 만들 경우 같은 부피의 용액 속에 같은 수의 용질 분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등장액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용질의 질량이 무거운 쪽이 분자 하나의 질량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분자의 질량이 커서 증기로 만들기 어려운 물질은 증기의 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에 의해 분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을 용매에 용해시켜서 등장액으로 만들면 등장액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용된 용질의 질량을 측정하는 방법에 의해 쉽게 분자량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등장액에 의해 분자량을 결정하는데 따르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아레니우스는 용질 입자가 물속에서 몇 개의 입자로 쪼개지는 이온화 현상이 있음을 지적했다. 용액 속에서 용매의 인력(引力)에 의해 한개의 용질 입자가 두개의 이온으로 쪼개지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이러한 용질로 등장액을 만들 경우 이온화하지 않는 용질에 비해 절반에 해당하는 용질 입자가 필요하다. 만일에 용질이 이온화한다는 것을 무시하면 분자량도 실제의 2분의 1로 결정될 것이다(그림 5).

우리는 삼투 현상을 통해 용액 속에서 용질 입자의 행동도 공간 속에서 기체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처럼 물질의 성질을 입자의 운동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화학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태도의 하나다.


(그림5) 용질의 이온화와 등장액
 

■ 함께 생각합시다

다음은 같은 부피의 등장액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용질의 질량이다. 이 가운데 분자량이 가장 크다고 생각되 질은?


같은 부피의 등장액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용질의 질량
 

해설

분자량은 같은 수의 분자 질량을 비교하면 된다. 등장액 속에는 같은 수의 입자가 포함돼 있는데, 용질이 이온화하는 경우는 용질의 입자수를 계산할 때 이를 고려해 주어야 한다. 같은 수의 용질 분자의 질량은 다음과 같다.

A=200, B=342, C=180, D=500, E=460

답:D

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인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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