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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을 커피에 맛있게 적셔 먹는 과학적 방법

과학자는 모름지기 어마어마하게 큰 연구나 아이디어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위대한 발견은 대개 사소한 일상에서 비롯된다. 뉴턴이나 아르키메데스, 에디슨처럼
위대한 과학자가 그랬듯, 비스킷과 커피가 만나는 순간 새로운 과학이 탄생한 다.

| 과학토크쇼 |
렌 피셔 지음 | 강윤재 옮김 | 시공사 | 327쪽 | 1만 2000원

평소 커피나 홍차에 비스킷을 살짝 담가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비스킷을 커피에 담그면 얼마 가지 않아 산산이 부서진다. 그런데 비스킷이 커피에 ‘입수’하는 각도를 조절하면 비스킷이 부서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4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영국 브리스톨대 물리학과에서 중합체를 연구하는 저자는 1998년 ‘네이처’에 ‘비스킷을 커피에 찍어 먹는 것에 대한 최적의 연구’라는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논문을 게재해 이듬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비스킷에 스며드는 액체 분자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비스킷 속의 통로를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움직임은 확산과 모세관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커피가 비스킷에 퍼지는 모습은 마치 술에 취해 방향감각을 잃은 사람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모습과 같다. 술에 취한 사람이 발걸음을 휘청거리며 앞뒤 혹은 옆으로 움직이며 집으로 가듯 액체 분자도 비스킷 속의 미세한 통로를 지나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비스킷에 조금씩 스며든다.

수학자들의 통계법에 따르면 술 취한 사람이 집까지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리 증가량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예를 들어 1km를 걸어 집까지 가는 데 1시간이 걸렸다면 2km를 비틀거리며 집까지 가려면 4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저자는 실험을 통해 비스킷도 이런 확산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비스킷을 타고 액체가 4mm를 올라가는 데 5초가 걸렸다면 8mm를 올라가는 데 20초가 걸린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호기심이나 연구는 지나치게 사소하고 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에게 모세관현상은 비스킷을 커피에 가장 맛있게 적셔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근거가 되며, 지레와 쐐기의 원리는 연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달걀을 맛있게 삶을 자신이 없다면 열전달이라는 물리학의 간단한 원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일상과 과학이 만나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숨은 여러 가지 사물과 현상이 특별한 것이 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과학법칙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다시 일상에 적용하는 렌 피셔. 그에게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뉴턴이나 목욕탕에서 비중의 원리를 알아낸 아르키메데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February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수학의 탄생 |
피터 루드만 지음 | 김기응 옮김 | 살림Math | 384쪽 | 1만 4000원

“복잡한 미분 문제를 풀다 보면 뇌가 시간(t)에 따라 미분돼 결국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리 붙들고 있어도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와 맞닥뜨리면 누구나 한 번쯤 ‘도대체 이렇게 어려운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쓸까’라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실 수학만큼 우리와 밀접하고 중요한 관계를 갖는 학문은 없다. 고대인들은 손가락 폭과 같은 신체 일부를 이용해 물건의 크기를 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이나 미국에서 사용하는 피트(feet)라는 단위는 발 길이에서 유래했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시대부터 그리스시대까지 고대인들이 수학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서 문화가 급속히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복잡한 수학이 문명 발달의 원동력이란 얘기다. 현재 사용하는 수학적 관습 대부분이 고대 이집트시대와 그리스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그들의 수학적 사고방식을 차분하고 명쾌한 어조로 풀어낸다. 수학 탄생의 비밀에 근접하면 ‘수학을 왜 배우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새책

억만장자가 되기 위한 33가지 아이디어
대한변리사회 엮음 | 대한변리사회 | 199쪽 | 1만 1000원
21세기 세계시장은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터’다. 기업이나 개인이 특허를 침해할 때를 기다리다가 특허를 침해하면 막대한 금액의 소송을 걸어 보상금을 받아가는 ‘특허 괴물’이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지식재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 온 변리사 33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미스터리 박물관
라인하르트 하베크 지음 |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52쪽 | 1만 1000원
1936년 파르티아 신전에서 발견된 항아리에는 쇠막대기가 달린 실린더가 붙어 있었다. 대부분 학자들은 제사 용기로 치부했지만 오스트리아 고고학자 빌헬름 쾨니히는 이 항아리가 전기분해를 일으키는 배터리라고 주장했고 결국 그의 주장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저자는 이처럼 기존 학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상식을 부숴온 학자들을 소개한다.

청부과학
데이비드 마이클스 지음 | 이홍상 옮김 | 이마고 | 408쪽 | 1만 9000원
반도체 작업공정에서 일하는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림프종이 생길 가능성이 5배 이상 높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새롭게 발견된 유해물질 목록은 늘어나고 규제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규제가 늘수록 ‘청부과학’, 즉 제품방어산업도 호황을 맞는다. 환경·보건 전문가인 저자가 자본과 과학의 위험한 뒷거래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560쪽 | 2만 2000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이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겸임교수인 저자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돼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해학과 재치가 어우러진 생생한 물리학 입문서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빈곤한 만찬
피에르 베일 지음 | 양영란 옮김 | 궁리 | 344쪽 | 1만 5000원
15년 넘게 농업생산방식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저자는 영양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인간의 역사를 들려준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선사시대의 여인 ‘루시’, 농경을 발견한 ‘룰루’ 등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식품과 비만 문제에 있어 ‘어떤 음식은 좋고 어떤 음식은 나쁘다’라는 흑백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한다.

문명의 관객
이충웅 지음 | 바다출판사 | 224쪽 | 1만 2000원
성형수술 열풍과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에서 광우병 소동까지. 저자는 기술문명과 미디어의 수용자인 우리에게 과학기술과 미디어가 벌이는 연극에서 환호하고 열광하는 조연이 아니라 차분히 조망하고 성찰하는 관객이 될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기술문명 속에 숨은 뒤틀린 욕망을 파헤치고 과학 발전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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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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