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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부터 따져봅시다. 아이폰6 플러스의 카메라는 800만 화소입니다. 갤럭시 노트4는 1600만 화소로 애플의 2배입니다. 스펙만 보면 삼성 쪽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폰으로 찍은 인물사진을 선호하는데요, 특히 20, 30대 여성들이 그렇습니다. 석현정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은 애플, 삼성, LG의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같은 사진을 띄워놓고 어떤 기기를 가장 선호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실험 결과 애플의 인물 사진과 예술작품 사진을 더 좋게 평가했습니다. 삼성 제품이 해상도가 높은데도 말이죠. 반대로 동물이나 야경 사진은 삼성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우선 우리가 보는 사진에서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역할을 구분해 봅시다. 셀카를 찍을 때, 광원에서 나온 빛이 얼굴에 반사돼 카메라의 센서에 닿고 센서는 이 빛의 파장을 RGB 값으로 저장합니다. 여기까지가 카메라의 역할이고 스펙이 영향을 끼치는 부분입니다. 분명 삼성이 애플보다 카메라 성능이 앞서긴하지만 그래봤자 ‘도찐개찐’입니다. DSLR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큰 차이는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카메라에서 받은 색상정보를 스마트폰이 처리하고 보정하는 과정입니다. 애플과 삼성제품이 같은 색상 신호를 받아도 화면에 나오는 색은 약간씩 다릅니다. TV 매장을 떠올려보세요. 수십 대가 같은 영상신호를 받지만 화면은 조금씩 다르죠? TV에 있는 색깔 칩이 스마트폰처럼 스스로 색을 보정하기 때문이죠. 삼성과 애플의 색 재현력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집니다. 삼성 제품은 원래 신호에 가까운 색을 재현하는 데 뛰어난 반면, 애플 제품은 원래와 조금씩 다른 색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애플이 말하는 감성의 정체일지도 모르겠네요.

애플 감성의 비밀은 높은 색온도와 낮은 콘트라스트(대비)입니다. 색온도란 빛의 색을 온도로 나타낸 것으로 온도가 낮을수록 붉은색, 높을수록 파란색을 띠어요. 콘트라스트가 높으면 밝은 부분은 더 밝고,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두워져서 둘의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삼성은 애플보다 붉고, 선명하게 보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갤럭시가 셀카에 약합니다. 한국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보다 밝고(특히 푸른빛이 조금 더 돌고), 창백해(무채색에 가까운) 보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도 비슷합니다. 화가가 쓴 물감은 삼성 화면처럼 선명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명화는 시간이 지나서 바래집니다. 이런 그림을 삼성 제품으로 보면 너무 진하게 나와서 플라스틱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갤럭시가 강점을 보인 동물이나 야경은 사람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선호합니다. 가전제품 매장에서 원색의 열대어 화면을 틀어놓는 것을 본 적 있으시죠? TV에서는 대비가 높고 더 날카롭게 보이는 것이 좋은 디스플레이로 통합니다. 그래서 열대어나 동물 영상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재밌는 점은 한국 중장년 남성들은 색온도가 낮고, 채도가 높아 혈색이 좋아 보이는 인물 사진을 선호했습니다. 20대 여성들과 반대입니다. 삼성전자의 임원진 대부분이 40~60대 남성인 것을 생각해보면 웃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임원여러분, 문제는 色입니다.





투과율 30%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셨네요. 색채 과학의 입장에서 투명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난관은 동화효과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 눈은 여러 개의 색을 가까이 놓거나 연속해서 볼 때, 다른 색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현상에는 크게 색채 대비와 동화현상이 있습니다. 대비는 색 사이의 차이를 더 크게 느껴지게 합니다. 반대로 동화는 둘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다가 마치 두 색이 합쳐져 제3의 색으로 인식되는 경향입니다.

동화효과의 대표적인 예가 신인상파의 거장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림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입니다. 쇠라는 선과 면으로 채색하지 않고 작은 점들을 연속해서 찍는 점묘법으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주 작은 점들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면서 관객들은 새로운 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동화효과가 쇠라의 그림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면 투명 디스플레이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를 냅니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배경이 보이기 때문에 TV화면과 배경색이 자연스레 섞여 새로운 색이 됩니다. 푸른색 거실 벽지 앞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면 영화배우의 하얀 피부와 벽지의 푸른색이 합쳐져 피부 톤이 부자연스러워집니다. 따라서 투명 디스플레이 TV는 뒷배경을 고려해 매번 새로운 이미지 처리 과정이 필요합니다. 곽영신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와 삼성 디스플레이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투명 디스플레이에 맞는 컬러 칩을 개발 중입니다. 이 칩은 배경색에 맞춰 화면 출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미술품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입니다. 미술품과 나의 거리, 광원의 종류와 각도에 따라서 같은 작품도 전혀 새롭게 느껴집니다. 고흐의 그림처럼 질감이 도드라진 유화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은 아무리 고해상도라도 생명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색채과학과 함께라면 안방에도 고흐의 그림을 걸 수 있습니다. 먼저 색을 보는 과정을 정교하게 정의해 봅시다.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닿아 반사돼 나온 빛의 파장이 우리가 보는 색입니다. 이걸 조금 더 멋지게 표현을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게 고흐의 그림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국제조명기구(CIE)는 1931년 컬러 매칭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를 파장으로 정리한 것이 표준 관측자 함수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 가시광선 파장의 삼원색 값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0nm는 초록색으로 보이는데 이때 빨간색의 비율은 0이고, 파랑과 초록의 함수 값은 같습니다. 이렇게 세 함수 값 X, Y, Z를 알아내서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면 우리가 느끼는 색이 됩니다. 표준 관측자 함수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은 15명밖에 안되지만 지금도 문화, 언어, 인종에 관계없이 널리 사용되는 색 표준입니다. 광원에서 나온 빛의 파장과 반사율을 곱하면 그 물체가 반사한 파장이 됩니다.

그 파장과 함수를 곱하면 우리가 실제로 보는 색이 됩니다. 뭐가 이리 복잡하냐고 물으신다면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처음 공식으로 돌아가 봅시다. 표준 관측자 함수는 항상 고정된 값입니다. 광원의 파장은 내 방의 조명에 따라 정해집니다. 공식의 구성요소 중 두 가지를 알았으니 물체의 반사율만 정확하게 알면 그 물체가 만드는 색을 계산해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별이 빛나는 밤’의 반사율을 정확히 측정하면, 광원의 각도와 거리에 따라 변하는 그림을 컴퓨터가 완벽히 따라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문제는 아주 작은 픽셀 단위로 물체의 반사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가시광선 파장만 잡아내는 필터를 별도로 카메라에 설치해야 되고 새로운 센서가 필요합니다. 이것만 해결하면 언젠가 당신의 방도 뉴욕현대미술관처럼 色시해질 수 있습니다.





일단 그 형광등부터 끄세요. 형광등은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하는 데 적합한 조명이 아닙니다. 인류는 수 만 년 동안 태양광에 맞춰 진화해왔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가장 편안한 상태는 태양광이고, 최고의 조명도 태양광입니다. 태양광이나 형광등이나 똑같은 것 아니냐고요? 단언컨대 둘은 많이 다릅니다. 오른쪽에서 파장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형광등 파장은 가시광선 대역에서 특정 부위가 뾰족하게 튀어 나와 있습니다. 반면에 태양광은 전 구간에서 고른 분포를 보여주고 있지요. 처음 형광등이 보급됐을 때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이유가 이겁니다. 최근 등장한 LED는 어떨까요? 보급형 백색 LED는 파랑과 노란 단색광 역역에서 2개의 피크를 볼 수 있습니다. 보급형 LED는 파란빛을 내는 LED와 그 위에 노란 안료를 바른 파란 LED의 혼합체입니다. 이런 LED의 파장 모양은 형광등보다는 부드럽지만 여전히 태양광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 LED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급 LED는 태양광을 거의 완벽하게 모사할 수 있습니다. 비법은 색깔별로 LED를 섞어서 쓰는 겁니다. 색깔별 LED는 현재 종류만 20개에 이릅니다. 색채과학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LED를 이용해, 실제 태양광과 유사한 조명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태양광과 유사한 LED 조명에는 대략 10개가 넘는 종류의 LED가 들어가 있습니다. 보급형 LED의 무려 10배입니다.

색채과학자들이 요즘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은 몇 가지 LED 조명을 조합해 감성 조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석현정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대전 대덕초등학교에 푸른색 LED와 노란색 LED(이번에는 안료가 아니라 진짜 노란색입니다)가 절반씩 번갈아가며 박혀 있는 형태의 조명기구를 설치했습니다. 석 교수는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LED의 색온도와 밝기를 조절했습니다. 그 결과 스마트 LED를 설치한 반의 수학 시험 점수가 다른 반보다 10%가량 올랐습니다. 단 한 달 만예요. 수학 성적을 향상시킨 조명의 특징은 높은 조도(밝기)와 색온도였습니다. 이 외에도 여자 친구가 예뻐 보이는 조명, 쉬기 좋은 조명, 음식 맛을 돋우는 조명이 있으니 사진을 보고 한번 맞춰보세요.




정말로 잘 찾아오셨습니다. 色시한 상담소는 색각 이상자들의 편입니다. 다른 사람은 여러분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준비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지하철 노선도의 17가지 색을 모두 구분해서 자신이 원하는 노선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적색맹은 기껏해야 4~5가지 색밖에 보지 못합니다. 당연히 지하철 노선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색맹은 색에 반응하는 원추세포 중 가장 긴 파장을 감지하는 L세포에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빨간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L세포가 반응하는 파장이 M세포쪽으로 옮겨 가거나(적색약), 아예 없어져(적색맹) 빨간색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색채 과학자들은 색각이상자의 관측자 함수를 만들어 이들이 보는 세상의 색을 미리 예측합니다. 이를 토대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듭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몸이 불편하거나 다른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의 지하철 노선도는 각 노선의 색깔을 달리할 뿐만 아니라 색각이상자를 위해 알파벳을 별도로 같이 표기합니다. 더구나 특정 색을 못 보면 색에 대한 감성 자체도 다릅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피부색, 편안함을 느끼는 조명, 맛있는 음식색이 모두 다른 거죠. 그래서 곽영신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를 비롯한 많은 색채과학자들이 이들을 위한 색처리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곧 누구나 色시해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드님이 싹수가 보입니다. 훌륭한 색채과학자의 자질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아드님이 좋아하는 보라색 케첩은 이미 한 번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10년 전 미국 식품 제조사 하인즈는 보라색 케첩을 만들었습니다. 이 케첩은 어른들 사이에서 외면받았지만 아이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금방 동이 났습니다. 엄마가 보기엔 맛이 없어 보이지만 고작 2~3달러 하는 케첩 하나에 아이들이 즐거워하는걸 보면 안 사줄 이유가 없지요. 어른과 아이의 반응이 이토록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 10색이 선정된 뒤 서울 택시는 꽃담황토색을 입었다.]

캄캄한 밤에 물건을 본 기억을 떠올려봅시다. 어두운 밤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우리는 색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때 만약 노란색 바나나를 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느낄까요? 어느 어른도 색이 없다고 해서 바나나를 연두색이나 빨간색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기억색 효과라고 부릅니다. 기억색 효과는 과거의 반복 경험을 통해 습득한 색이 현재 우리가 보는 색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합니다.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색을 기억할 경험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는 특히 생존과 밀접한 음식 색에서 두드러집니다. 어른들이 파란색 계열의 음식을 상했거나 역겹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곰팡이가 대게 이런 색이기 때문이지요. 반면 아이들은 훨씬 자유롭습니다. 아이들은 기존 음식의 색과 다른 색을 고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선호하는 색은 나이에 따라서 변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색을 제대로 구분하는데 이때는 빨강과 노랑 같은 따뜻한 색을 좋아합니다. 자라면서 파랑 같은 차가운 색을 좋아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면 다시 따뜻한 색으로 돌아옵니다. 문화적 요인도 선호하는 색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를 생각해보세요.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알제리, 리비아 국기는 모두 초록색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슬람에서 초록색은 오아시스를 상징하며 사람들을 신성한 땅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2008년 서울 시민의 선호색과 기억색을 골라 ‘서울색 10’을 선정했습니다. 이런 색을 ‘지역색’이라고 하는데요. 그 지방 특유의 날씨와 흙, 지형에 따라 만들어진 풍토색입니다. 서울색 10이 선정된 뒤, 택시는 꽃담황토색이 됐고, 버스정류장과 구두 수선집은 기와진회색으로 변신했습니다. 회색 시멘트와 까만 아스팔트, 빛바랜 아파트가 있던 서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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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 도움

    곽영신 UNIST 교수, 석현정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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