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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도 쓰이는 차세대 암호연구

컴퓨터뿐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놀랄만큼 편리한 일이지만 자칫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커다란 금전적인 피해를 입을 위험도 있다. 이런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 정보를 보호하는 암호기술이 더욱 완벽하게 발전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견인차 역할


한상근 교수(왼쪽에서 5번째)가 이끄는 정수론 및 암호론 연구 실에서는 타원곡선을 이용해 메 모리를 적게 차지하면서도 깨 지지 않는 차세대 암호시스템 을 개발하고 있다.


암호기술은 원래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암호를 민간분야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암호기술은 사이버공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정보기관에서는 비밀열쇠 암호시스템을 사용한다. 즉 정보를 암호로 만들어 보내는 사람과 암호를 받아 해독하는 사람 모두 똑같은 비밀열쇠를 갖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어느 한쪽의 비밀열쇠가 유출되면 정보 유출을 피할 수가 없다.

반면 전자상거래에 적용되는 기술은 공개열쇠 암호 시스템이다. 즉 정보를 암호문으로 바꾸는데 사용하는 공개된 열쇠와 암호문을 해독하는 비밀열쇠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우체통의 틈은 공개열쇠이기 때문에 편지를 넣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면 이 편지의 내용은 우체통을 여는 비밀열쇠를 가진 사람만이 꺼내볼 수 있다.

공개열쇠 암호기술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다룰 때 유용하다. 몇몇 사람만 이용하는 비밀열쇠 암호기술과의 가장 큰 차이다. 전자서명, 전자상거래, 전자신원증명, 전자투표 등 보안이 중요한 일상행동을 인터넷상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된 까닭은 바로 공개열쇠 암호기술 덕분이다.

이처럼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암호는 수학, 특히 정수론과 대수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공개열쇠 암호는 1980년대 초반 등장한 RSA다. RSA는 1백50자리 이상 소수들의 곱셈을 이용해서 암호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암호를 깨려면 3백자리의 수를 소인수분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RSA를 사용한 시스템을 사용자가 이용할 때는 계산량이 많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KAIST 수학과 한상근 교수가 이끄는 정수론 및 암호론 연구실은 공개열쇠 암호기술이 지닌 문제를 극복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해결책으로 타원곡선을 이용한 공개열쇠 암호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한 교수는“타원곡선 위에 존재하는 점들의 덧셈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암호를 만들면 계산량이 크게준다”면서“컴퓨터 성능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아 휴대용 단말기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타원곡선으로 만드는 난공불락 요새


연구실에서 타원곡선을 이 용해 암호를 만드는 모습.


정수론 및 암호론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타원곡선은 오랜 기간 동안 수학자들이 연구한 주제이기도 하다. 타원의 둘레나 행성 궤도를 계산하기 위해서 였다. 타원곡선 방정식을 허수공간에 그리면 구멍이 뚫린 도넛처럼 된다. 이 타원곡선 공간에서의 계산은 아주 어렵기 때문에 깨지지 않는 어려운 암호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현재 연구실에서 연구중인 타원곡선 암호기술은 타원곡선의 궤도로 만들어진 도넛이 덧셈에 대해 닫혀 있다는 성질을 이용한다. 즉 도넛 위에 위치한 두점을 더하면 도넛 위에 또다른 점으로 표현된다. 비록 덧셈이지만 어떤 점이 더해서 된 것인지 해를 구하는일은 슈퍼컴퓨터로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복잡한 계산으로 암호를 만들면 암호를 깨는 일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타원곡선 암호의 장점은 RSA와 똑같은 수준으로 암호를 깨기 어렵게 만들었을 때 용량이 크게 준다는점이다. 현재 RSA 암호는 3백자리 정도이며, 패스워드 길이가 70-80자 정도가 돼야 한다. 반면 타원곡선 암호는 50자리 정도이며, 패스워드 길이도 40자 정도면 충분하다. 훨씬 작은 메모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타원곡선 암호기술은 미래형 신분증인 스마트카드나 휴대전화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타원곡선 암호가 차지하는 시장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눈부시게 커질 전망이다. 지난 10월에는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2천5백만달러에 타원곡선 암호제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한 교수의 정수론 및 암호론 연구실은 세계 최고 속도의 타원곡선 암호를 만드는 등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 있어서 앞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교수는“암호는 현실적인 것”이라며“다양한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져야 암호를 이해하고 활용할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현재 정수론 및 암호론 연구실에서는 박사과정 7명과 석사과정 2명의 학생이 땀흘리며 난공불락의 타원곡선 암호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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