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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계 회생작전

잇따른 유조선 원유유출 사고 그후

스페인 해안과 북해에서 연달아 터진 유조선 침몰사고를 계기로 그 현황과 대책을 알아본다.

또다시 세계는 검은 기름의 재앙 앞에서 탄식의 한숨을 토해야만 하는 운명을 맞았다. 지난 1월 5일 영국 셰틀랜드제도 부근에서 기관고장으로 좌초한 유조선 브레이어호는 싣고 있던 8만5천t의 원유를 고스란히 바다에 쏟아 놓았다. 유조선은 네조각으로 부서지고, 흘러나온 엄청난 기름이 바다새들과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를 시커멓게 덮어 버렸다.

리베리아 선적의 미국 유조선인 브레이어호는 북해산 경질 원유를 싣고 노르웨이를 떠나 캐나다로 항해하던 중이었다. 유조선은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가 예인선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암초를 들이 받고 기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는 폭풍의 바다에서 기름의 방제작업은 거의 불가능했다. 탄식과 안타까움 속에서 기름은 주변해역으로 확산됐고 이 해역의 생태계에 미칠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90m의 절벽 아래 파도에 부서지고 있는 브레이어호는 인간의 무력함을 비웃고 있는 듯 했다.
 

침몰하는 브레이어호. 8만5천t의 원유를 고스란히 바다에 쏟아 놓았다.
 

사고의 여파로 법이 개정되기도

브레이어호가 쏟아놓은 8만5천t이라는 기름의 양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숫자만으로는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10t을 적재하는 유조차에 싣는다면 8천5백대분, 만약 가정용 맥주병에 담는다면 약 2억병이 넘는 양이다. 브레이어호사고의 유출량은 역대 발생한 대형유조선 유출사고중 열번째에 해당한다.

79년 7월 토바고 근해에서 발생한 그리스 선적의 애틀랜틱 익스프레스호 유출사고가 27만6천t으로 가장 많았고, 83년 8월 남아프리카 근해에서 발생한 스페인 선적의 카스텔로 드 벨베호 사고때는 25만6천t이 유출되었다. 72년 12월 오만에서 우리나라 유조선인 시 스타호가 12만t을 유출시킨 것도 10위 안에 드는 큰 사고였다.

지난 해 12월 스페인 북서부 해안에서 그리스 유조선이 침몰하여 7만9천여t을 유출시킨 사건이 있은 지 한달만에 발생한 이번 브레이어호 사고는 환경문제에 민감한 유럽인들을 자극하여 유조선의 근해 운항규제와 사고방지에 대한 국제적인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의 선례로 볼 때 대형 유출사고의 여파로 법이 개정되거나 국제협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1967년 영국 연안에서 발생한 토리캐년호사고 후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공해상 개입에 관한 국제협약이 체결되어 공해상 사고때 주변국가들이 자국의 연안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하였고,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책임과 보험가입을 규정하는 민사책임에 관한 협약과 보상기금 설립에 관한 국제협약이 체결됐다.

73년에 체결된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은 이후 20년간 유류오염을 줄이는데 가장 큰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회는 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 사고후 15년간을 끌어오던 유류오염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서는 미국에서 새로 건조되는 유조선은 이중바닥으로 하도록 하고 2015년까지 기존의 유조선을 완전 대체하도록 하는 등 사고의 예방과 방제, 피해보상을 위한 여러 제도들을 마련했다. 한편 1990년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후원하에 전세계 94개국이 참석하여 유류오염의 예방, 대책 및 협력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하였지만 아직 발효되지는 못하고 있다.
 

유조선 브레이어호의 원유유출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류. 기름을 온통 뒤집어 쓴 처참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름유출량, 매년 감소 추세

1989년의 통계를 보면 각종 유출사고로 인해 전세계의 해양으로 유입되는 기름의 총량은 연간 약 56만9천t에 달한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1백40만t을 넘던 유출량이 이렇게 감소한 것은 해양오염을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유조선 사고가 점점 더 대형화되고 있고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한 어느 해역에서도 사고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전세계의 해상으로 수송되는 원유와 제품유는 연간 10억t에 달하며 이러한 해상 유출사고는 석유가 생산되는 한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각국에서는 불의의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방제작업으로 오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방제체제를 갖추어 왔다. 물 한컵이 쏟아져도 다시 주어담기 어려운데, 바다에 쏟아진 엄청난 양의 기름을 고스란히 다시 주어 담는 것은 철저한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너무나 넓고 유출된 기름은 해상의 기상조건에 따라 급속하게 퍼져 나간다. 더구나 사고는 악천후나 안개로 방제작업이 어려울 때 주로 일어나므로, 일단 초기 방제에 실패하면 대부분 손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만다.

효과적으로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피해를 최소로 줄이려면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그 첫째는 긴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는 방제선박과 전용 항공기, 방제장비를 확보하는 것이며,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방제요원들로 구성된 전술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고 초기에 신속하게 과학적인 방제전략과 전술을 수립하여 운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장비와 선박과 인력같은 제반여건이 방제작업의 손과 발이라면 기술은 방제작업의 머리에 해당한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데, 어느 한쪽만으로는 효과적인 방제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방제작업을 전담하는 기구에 소속된 기동타격대가 소방서처럼 유사시에 사고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출동하여 방제책임자의 지휘하에 초기의 방제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물론 악천후에 발이 묶이면 아무리 훌륭한 장비와 방제조직을 갖추고 있더라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지만, 준비를 게을리하면 피해를 줄이는 것은 엄두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유출된 기름과 싸우는 행위를 흔히 전투에 비유하는 것은 방제작업이 실제의 전쟁상황처럼 조직과 전술이 필요하고, 긴박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이다.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바람이나 조류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넓은 지역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기름은 증발 용해 분산 에멀션(emuLsioin)화 광산화 생분해 등 복잡한 풍화과정을 겪게 된다. 해상으로 수송되는 원유는 약 3백여종에 달할 뿐만아니라, 각개의 기름이 복잡한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해상으로 유출된 이후의 변화과정은 상황에 따라 아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유출된 기름의 풍화과정을 예측하고, 그 영향을 사전에 예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해상방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측면 중의 하나다. 시간에 따른 확산 경로와 유막의 두께변화, 증발속도, 증발되는 성분의 양 등은 현재의 기름양을 추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부유하는 기름은 풍속의 2~4%, 유속의 60% 정도의 힘의 벡터합으로 해상에서 확산된다. 확산되는 유막에서는 계속 대기중으로 휘발성 성분의 증발이 이루어지는데, 북해산 경질 원유는 유출된 후 수일 이내에 절반 이상이 증발될 수 있다. 따라서 해상 소각처리가 채택되는 것은 휘발성 성분이 많이 남아 있는 유출초기에 국한되게 마련이다.

유분산처리제의 한계

부유하는 기름 중에서 해수중으로 용해되는 양과 분산되는 양, 에멀션이 생성되는 속도 등을 예측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기름의 용해도나 분산도는 수중생물에 대한 독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용해도가 높은 물질들은 증발성 또한 높기 때문에 유분산처리제를 너무 일찍 투입하게 되면 기름의 독성을 수중으로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 점도가 높은 기름들은 대부분 해상에서 풍화되면서 수분을 함유하는 아주 끈적끈적한 갈색의 에멀션을 형성한다. 이런 에멀션이 생기면 부피와 점도가 크게 증가하여 물리적인 수거작업과 소각처리에 큰 장애가 되므로 에멀션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기술적인 방제조치가 필요하다.

약 1백ℓ의 기름은 0.1μ의 두께로 1㎢의 수면을 뒤덮게 된다. 유막을 해상에서 물리적으로 수거하려면 두께가 0.1㎜ 이하로 얇아지기 전이어야만 한다. 흔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유분산처리제는 부유하는 기름막을 아주 작은 기름방울의 형태로 물속에 분산시키는 작용을 한다. 유분산제는 기름을 감쪽같이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물속으로 감추어 버리는 것이다.

유분산제를 기름을 분해하거나 중화하는 묘약처럼 오해하면 큰일이다. 유분산제는 기름의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를 크게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미생물에 의한 기름의 생물분해를 쉽게 한다. 유출된 기름이 연안의 오염 민감지역으로 접근할 때 사전에 분산처리하여 피해를 줄이거나, 끈적끈적한 에멀션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며 오염된 해안을 정화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취급이 쉽고 나쁜 날씨에도 살포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으나, 바다에 또 다른 다량의 화학물질을 투여한다는 측면에서 유분산제의 사용시에는 엄격한 규제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유분산제의 사용여부나 사용방법, 사용시기의 결정은 유출사고가 발생한 장소나 기름의 종류, 유출해역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주변 생태계나 지역적인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고도로 숙달된 의사결정 기술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유분산제의 사용이 허가되는 해역이 세부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고 사고시마다 유처리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방제책임자가 엄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후 살포를 명령한다.
 

엑슨 발데즈 사고 후 전문요원들이 긴급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바다는 플라스크가 아니다

기름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뿌려서 깜쪽같이 기름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미생물의 해상살포가 시험된 적은 있지만 엄청난 양의 기름이 몰려올 때 미생물을 뿌려서 금세 없앨 수는 없다. 생분해과정은 해양환경 내에서 기름을 제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약 90여종의 박테리아와 균류들이 기름의 분해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유류분해 미생물들은 유출사고해역에서 자연적으로 크게 수가 늘어나서 자연정화를 담당한다. 그러나 미생물들은 온도나 영양성분 등 환경조건에 따라 분해능력이 크게 달라지므로 플라스크에서처럼 기름을 분해시키려던 바닷물을 데우고 바다에 비료를 퍼부어야만 할 것이다.

해양생태학자들은 활성이 우수한 미생물들을 배양해서 살포하는 것이 자연군집을 변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인위적인 처방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기름으로 오염된 해안의 정화에 미생물을 사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이것도 부작용이 우려되어 시험수준에 있다. 알래스카 근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 사고 때도 연안 오염지역의 자연치유속도를 높이기 위해 프랑스에서 개발된 친유성 비료를 시험했지만, 인위적인 미생물은 투여하지 않았다. 기름을 먹어치우는 미생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다가 플라스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유출된 기름이 해양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유출사고 초기의 직접적인 생물피해와 사고후 수개월 또는 수십년에 걸친 장기적인 피해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생물피해란 기름과 접촉하거나 독성이 높은 수용성 성분을 흡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원유나 벙커유같은 점도가 높은 기름을 직접 접촉하게 되면 익사 체온상실 질식 등의 물리적 피해가 경질유보다 더 크다. 특히 해안에 서식하는 동식물들 해양포유류 바다새들은 기름과 접촉하여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북해지역에서는 연간 15만마리에서 45만마리의 조류가 치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토리캐년 사고시에는 10만마리의 물오리가 죽었고, 엑슨 발데즈 사고 때에는 30만마리의 조류가 떼죽음을 당했다.

기름의 생리적 효과는 주로 방향족 탄화수소의 생물대사작용 방해에 의해 일어난다. 기름의 독성은 수용성 성분이 얼마나 많이 함유되어 있는가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벤젠과 톨루엔 등 저분자량의 방향족탄화수소들은 수중에 잘 용해되며 독성이 높아 직접적인 치사효과를 유발한다. 이들은 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하고 단백질과 결합하여 효소나 구조단백질에 영향을 준다. 또 지방족 탄화수소나 환형 탄화수소는 생물들에게 마취나 마비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중 용해도가 큰 저분자량의 탄화수소들은 경질유일수록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가솔린이나 경유 등 경질 연료유의 유출사고는 중질유의 유출사고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원유나 경질유의 유출사고 후에는 식물성플랑크톤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수 ppm의 농도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어린 어류들에게도 치사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도피할 수 있는 유영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이 어류는 방향족 탄화수소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엑슨발데즈 사고 후 연어를 비롯한 각종 어류의 간과 쓸개에서 여러 원유성분의 분해산물들이 측정되었다.

1978년 프랑스의 브리타니해안에서 침몰한 슈퍼급 유조선 아모코 카디즈에서 유출된 22만8천t의 원유로 4백㎞의 해안이 오염되었을 때에도 좌초지점으로부터 10㎞ 이내에서 3종의 어류가 폐사하였고, 청어류의 알은 90% 이상 부화하지 않았으며, 치어의 경우에는 유류오염 사고 후 심한 성장장애가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매년 2백여건 발생

경질유의 유출사고시에는 저서생물(benthos)의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약0.01ppm의 수중농도에 노출된 조개는 사람의 후각으로 기름냄새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연안의 양식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유출된 기름이 연안을 덮치게 되던 수십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개펄이나 습지는 오염에 민감한 어린생물들의 서식처이기 때문에 기름에 의한 피해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는 정량적으로 추산하기가 어렵고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자연자원이므로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무시되어 왔다.
방제는 정화작업을 통하여 해양환경으로부터 제거되지 않는 기름의 성분들은 환경내에 잔류하여 해양생물들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외국의 사고사례를 살펴보면 원유나 연료유의 유출사고후 7~10년이 경과하여도 게나 굴과 같은 갑각류와 패류 서식지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름 속에 포함되는 독성을 가진 상당량의 방향족 탄화수소들은 미생물에 의한 분해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거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퇴적물 속에 잔류하여 만성적인 독성을 나타내게 된다. 잔류성분중에는 발암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들이 있으므로 해양생물에 농축되어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상당량의 기름들은 환경내에 그대로 남아서 생물군집을 변화시키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특히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와 같이 넓은 개펄이 발달한 지역은 특히 기름오염에 취약하다.

이러한 개펄지역은 한번 오염되면 회복하는데 10년 내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연안의 염소나 습지는 어류의 산란장이거나 치어가 성장하는 장소이므로 이곳의 환경파괴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연안어장의 생산력 감소와 직결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연안해역에서는 매년 2백여건 이상의 크고 작은 유출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유출사고의 잠재력은 날로 증가되고 있다. 중국산 원유를 수송하는 일본 유조선이 우리나라의 남서해에 하루 평균 10여척 이상 운항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의 남해안 청정해역 어딘가에서 대형 유출사고가 발생한다면 남해안 전부가 검은 기름범벅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에는 해양오염 방제업무가 해운항만청으로 일원화되고 방제센터도 생긴다고 한다. 해상재해방지법도 준비중에 있고 방제작업과 교육을 전담할 기관이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대형 기름 유출사고가 난 얼마 후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 작문을 시켰더니 한 아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한다. 그 아이는 "엄마가 어제 밤 정어리 통조림 깡통을 열었을 때, 그게 기름으로 가득차서 불쌍한 정어리들이 다 죽어 있었어요"라고 말이다. 우리도 그 불쌍한 물개와 물고기와 새들 생각에 잠겨본다면 메마르고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훈훈해질지도 모른다.

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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