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중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무중력 상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중력 상태란 중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알기가 쉽다. 무중력상태의 '무'자가 없을 무(無)자이기 때문에 무중력상태는 중력이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중력은 만유인력의 결과이며, 만유인력은 모든 물체사이의 당기는 힘이다. 그 힘의 크기는 두 물체 사이의 질량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중력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갑자기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론상 우주 전체에 작용하고 있다. 물론 거리가 멀어지면 힘이 약해진다. 그러나 한쪽에서 멀어지는 것은 다른쪽에 가까워질 것이므로 그 모든 천체에 의해서 받는 만유인력을, 방향까지 고려해서 모두 더했을 때 작용하는 힘이 상쇄되기는 확률적으로 상당히 희박하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의 중간에 있는 물체는 달보다 지구에서 당기는 힘이 더 크다. 그러나 달쪽으로 적당한 거리를 잡으면 지구와 달이 그 물체를 당기는 힘이 비기는 지점을 구할 수 있고, 그곳에 물체는 무중력상태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우주에 지구와 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 목성 화성 토성 그밖에 수천 수억의 별들…. 이 모든 천체들의 중력도 고려해야 한다.
대기권 밖이 무중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대기권 밖은 공기가 없고 따라서 중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권이라는 것은 국경선처럼 확실히 구분될 수 없다. 공기는 위로 올라갈수록 희박해져서 없어지는 줄 모르게 없어지는 것이지, 어느 특정한 고도 이상의 공간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공기가 없는 상태를 진공상태라고 하는데 진공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무중력상태가 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유리관 속에 닭털과 동전을 같이 넣고 밀폐한 다음 공기를 빼서 유리관을 진공으로 만든다고 해서 유리관속에 작용하는 지구의 중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 유리관을 거꾸로 들어 동전과 닭털이 낙하하는 모습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유리관을 진공으로 하면 공기의 마찰이 없기 때문에 공기를 빼기 전보다 더 빨리 떨어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동전과 닭털이 같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기의 마찰이 없어졌기 때문에 질량에 관계없이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중력상태라는 것은 중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중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졌을 때 엘리베이터 안의 상태가 바로 무중력 상태가 된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지면 엘리베이터와 그 안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들고 있는 물컵 등 모두가 자유낙하를 시작하게 된다. 질량에 관계없이 모든 물체는 같은 가속도를 갖게 되므로 엘리베이터를 포함하여 모든 물체가 평행이동하듯이 땅으로 떨어져야 한다. 따라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들고 있던 동전을 놓으면 그 동전이 엘리베이터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전이 1m를 떨어지면 엘리베이터도 1m를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바닥과 동전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을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이 보면 마치 중력이 없어져서 동전이 공간에 둥둥 떠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이 때 이 사람이 들고 있던 물컵이 엎어져도 물이 엘리베이터의 바닥으로 쏟아지지 않고 컵을 위쪽으로 뽑으면 물덩이가 공중에 그냥 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이 1m를 떨어지면 엘리베이터도 1m를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바닥과 물 사이의 거리는 항상 일정하다.
이 엘리베이터에 체중계가 있고 이 사람이 체중계의 위에 올라가 있을 경우 체중계는 이 사람의 체중이 0이라고 가리킬 것이다. 체중계와 사람이 자유낙하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체중계를 빌딩의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가서 체중계를 발밑에 댄 다음에 옥상에서 체중계와 함께 펄쩍 뛰어 자유낙하를 한 후에 자기 체중을 재면 체중은 0으로 측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체중계를 누를 수 있으려면 체중계보다 내가 더 빨리 떨어져야 가능한데, 모든 물체는 질량에 관계없이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어느 것을 누를 수가 없는 것이다(그림1).
따라서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의 속에 있는 사람은 그 순간 중력이 없어진 것과 완전히 같은 상태, 즉 무중력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낙하한다고 해도 10초 이상 무중력상태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63빌딩의 꼭대기에서 자유낙하를 할 경우 땅에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은 높이가 2백m이므로 7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중력상태를 10초 이상 경험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더구나 무중력상태가 별로 기분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탄 버스가 갑자기 경사가 급한 아래로 내려갈 때 엉덩이 근처의 느낌이 이상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런 느낌의 연속이 바로 우리가 무중력상태에서의 기분일 것이다.
무중력을 경험해보자
그러면 우주인들은 어떻게 무중력상태를 오래 경험하고도 무사할 수 있는가? 또 우주선안에는 왜 무중력상태인가?
이와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우선 비행기와 우주선은 근본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자. 물론 엔진이라든가 연료 가격 비행고도 비행속도 등의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엔진이 정지했을 때 추락하여 땅에 떨어지느냐의 여부이다. 즉 엔진이 정지했을 때 떨어지면 비행기이고 떨어지지 않고 계속 비행할 수 있으면 우주선이다. 상공을 나는 비행체는 엔진이 꺼질 때 반드시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인데 뉴턴은 그의 저서에서 (그림2)와 같이 설명했다.
A와 B처럼 속력이 너무 작으면 결국은 떨어지지만 C와 같이 어느 속도 이상을 가진 상태에서 엔진이 정지하면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인공위성이라고 한다.
D와 같은 경우는 속력이 어느 속도(탈출속도) 이상이 되었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땅으로부터 자꾸 멀어져 결국 지구를 떠나서 다른 천체의 인력권으로 들어가든가, 혹은 영원히 우주속을 비행하게 되는 경우다. 우주에는 마찰이 없으므로 엔진이 정지하기 직전의 역학적 에너지는 항상 보존된다.
그러나 비행기는 비행고도가 낮기 때문에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서 점차로 역학적 에너지가 줄어 결국은 추락하게 된다. 그러니까 우주선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가 충분히 높아 공기의 마찰이 없어야 하고 상당한 정도의 수평속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은 높은 산에서 던져진 물체가 어떠한 궤도를 그리는지를, 던져진 물체의 속력을 변화시키면서 추적하여 화면에 표시한 것이다. 물체는 지구의 중심방향으로 떨어진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는 힘을 받아 운동하므로, 이 힘을 x와 y방향으로 분해하여 시간을 조금씩 증가시키면서 속도와 가속도, 위치의 변화를 컴퓨터의 빠르고 정확한 계산에 의해 모니터에 점을 찍어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왜 비행기에서는 무중력상태가 생기지 않는데 우주선에서는 무중력상태가 생기는 것인가?
비행기에서도 무중력상태를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때이므로 비행기의 정상적인 항로에서는 무중력상태가 없다. 그러나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은 충분한 속력이 되었을 때 동력이 정지하여 관성에 의해 운동하므로 그 우주선의 안은 무중력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왜냐하면 추진력이 없어지면 우주선의 선체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물체의 운동상태가 완전히 같으므로 사람이 우주선을 누를 수 없다. 로켓이 가스를 뒤로 뿜으면서 추진할 때는 우주선의 선체가 먼저 가속이 되고 그 선체에서 사람이 힘을 받아 사람도 가속이 된다. 우주선이 추진을 중지하면 어느 물체도 중력 이외의 힘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느 것이 다른 것에 힘을 미칠 수가 없고 그 안의 모든 물체는 둥둥 떠다니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우주선을 밖에서 보는 사람은 중력장에서 물체의 운동법칙에 따라 운동하겠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의 내부 상태와 같게 된다. 그리고 우주선은 엔진이 꺼져도 프로그램에 표시한 것처럼 땅에 닿지 않고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우주인들은 10초 20초가 아니라 몇달 혹은 몇년씩 무중력을 경험하고도 무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중력상태를 오랫동안 경험하면 신체적 생리적으로 이상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평상시에 앉았다 일어나거나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도 운동이지만, 무중력상태에서는 아무래도 근육을 쓸 일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소화도 잘 안되고 뼈가 약해지는 등 여러가지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무중력 초기의 심리적인 불안감 등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수중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무중력에서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하고, 실제의 무중력에 대한 훈련은 비행기를 타고 수직으로 상승했다가 자유낙하하듯 포물선을 그리며 내리 꽂으면 그 짧은 순간 동안은 무중력상태이므로 무중력에 대한 적응훈련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