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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 위대한 밥상

확 달라진 한국인의 영양기준

한국영양학회가 10월말 새로운 ‘한국인의 영양섭취기준’을 발표했다. 해방이후 40년 넘게 유지해온 영양 기준(영양권장량)을 시대 변화에 맞춰 개혁해 ‘식생활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국인은 무엇을 더 먹고 무엇을 줄여야 할까.

‘많이 먹자’에서 ‘잘 먹자’로

최근 참살이 열풍이 일면서 사람들은 건강에 좋은 식생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배터지게 먹었다’는 말처럼 예전에는 잘 먹는다는 것이 많이 먹는다는 말과 같았다. 이제 잘 먹는다는 것은 균형잡힌 식사를 뜻한다.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과잉이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도 예방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사용돼온 대표적인 식생활 기준이 영양권장량(RDA)이다. 우리나라도 1962년 ‘한국인 영양권장량’을 처음 제정했으며 1995년 이후 한국영양학회에서 5년 주기로 개정해 발표해 왔다. 현재 쓰이는 것은 2000년 기준이다. 영양권장량은 해당 영양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기준에 맞췄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다. 영양소는 부족하면 문제를 낳지만 많이 먹는 것은 해롭지 않다고 생각돼 왔기 때문이다. 사실은 여러 영양소가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1960년대까지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궁핍한 식량사정으로 인한 영양 부족, 열악한 보건과 위생환경으로 인한 폐렴과 결핵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 고혈압, 뇌졸중과 같은 만성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면서 고에너지, 고지방의 서구식 식사패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결식아동, 노숙자, 빈곤한 노인층의 영양결핍문제를 갖고 있다. 반면 강화식품, 영양보충제, 건강식품섭취의 증가로 일부 계층은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다. 우리나라는 영양부족과 영양과잉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미국 국립학술원은 1993년 새로운 영양섭취기준의 개념 정립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회의 결과 영양권장량을 확대해 영양소의 평균필요량, 권장섭취량, 충분섭취량, 상한섭취량으로 구성된 영양섭취기준(DRIs)을 제정하기로 했다. 호주,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필리핀,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영양섭취기준이 제정됐다.

이번에 제정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도 평균필요량, 권장섭취량, 충분섭취량, 상한섭취량의 4가지로 구성된다(각 기준은 다시 자세히 설명한다). 기존의 영양권장량은 각 영양소별로 한 수치만 제시했지만 새로운 기준은 한 영양소에 대해 1~3가지 수치가 있다. 기존 기준이 15종의 영양소를 다루지만 새로운 기준은 아미노산 9종을 포함해 42종의 영양소를 다뤄 더 포괄적이다.

새 영양기준에서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상한섭취량(UL)을 정한 것이다. 상한섭취량이란 이 수치 이상으로 영양소를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에 해당한다. 하루이틀 상한섭취량을 넘긴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반복되면 병을 낳는다. 일반적인 식생활을 통해 상한섭취량 이상을 먹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범람하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보충제는 쉽게 상한섭취량을 넘나들 수 있게 한다.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보충제는 영양소를 순수 화합물의 형태로 농축하므로 자연식품보다 영양소 함량이 수십 배에 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서는 비타민 7종과 무기질 11종 등 모두 18개 영양소에 대해 상한섭취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한국인이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기 쉬운 영양소가 비타민C, 요오드 등이다(나트륨은 나중에 설명한다).

빨간불 켠 비타민음료

성인의 비타민C 상한섭취량은 하루 2000mg으로 설정됐다. 자연식품을 먹어서는 상한섭취량을 넘기기가 어렵다. 하루에 키위 40개, 귤 50개를, 그것도 꾸준히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기 있는 비타민 음료수 3병(700mg/병)을 마시면 가뿐하게 상한섭취량을 초과한다.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일반인들은 많이 먹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과량의 비타민C는 구토, 복통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량 무기질 중에서 주의할 것은 요오드다. 요오드의 상한섭취량은 하루 3mg이며 미국(하루 1.1mg)보다 훨씬 높다. 다시마, 김, 미역 등 해조류와 멸치, 굴 등에 풍부하며 가공식품 첨가제로 쓰이는 요오드염도 주요 공급원이다.

요오드는 세계적으로 부족하기 쉬운 무기질이다. 내륙지방의 요오드 결핍증은 흔한 증세였으며 미국에서는 요오드 결핍증을 막기 위해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 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먹어 오히려 섭취량이 너무 많을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요오드 섭취량을 조사한 연구를 살펴보면 성인의 권장섭취량은 0.15mg인데 반해 20대 성인여성은 0.22~0.25mg을 먹어 권장량보다 높다. 산모는 산후에 미역국을 많이 먹어 요오드를 권장섭취량의 3배에서 10배까지 섭취했다. 일반인이 요오드 함량이 엄청난 다시마를 너무 많이, 자주 먹는다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수준의 해조류는 몸에 좋으니 결코 멀리할 일은 아니다.
 

현대인은 비타민 영양제를 지나치게 복용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높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타민 음료도 너무 많이 마시면 위장에 해를 줄 수 있다.


맞춤식 에너지 섭취

평균필요량(EAR)이란 건강한 사람들의 하루 필요량의 중간값을 충족하는 영양소 섭취수준이다. 건강한 사람은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개념인데 특히 에너지에 적용하는데 좋다.

어떤 사람은 적은 에너지로도 충분하고 어떤 사람은 많은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과거(영양권장량)처럼 많은 에너지를 섭취해야 하는 사람에 기준을 맞추면 적게 필요한 사람은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균 수치를 설정한 뒤 각자 자신의 기준에 맞춰 음식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 에너지 권장량은 한 가지 통일된 기준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개인의 키와 몸무게, 활동정도를 고려한 맞춤식 에너지 권장량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경우, 키(175cm)와 몸무게(70kg)가 같더라도 매우 활동적인 사람(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육체적 노동을 하는 직업)과 활동이 적은 사람(운동이 적은 전형적인 현대인)의 에너지 권장량은 3477kcal와 2726kcal로 차이가 크다.

20세 성인여성의 경우 160cm의 키와 샐러리맨 정도의 활동수준을 가졌다고 할 때 체중이
60kg과 50kg의 에너지 권장량은 2146kcal와 2041kcal로 다르다. 자신의 몸무게와 키, 활동 정도에 맞춰 식사와 운동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맞춤식 에너지 권장량을 잘 활용하려면 전문적인 영양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권장섭취량(RI)은 대다수 사람의 필요량을 충족하는 수치다. 평균필요량의 2배에 표준편차를 더해서 계산된 수치이며 26개 영양소에 대해 설정됐다. 과거 영양권장량과 비슷하다. 한국인의 식생활이 매우 풍족해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영양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칼슘이며, 비타민A, B2, 철분(여성)도 부족하다.

칼슘은 가까이 나트륨은 멀리

체내칼슘은 99% 이상이 치아와 골격에 존재하고 최근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골격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청소년시기에 충분한 칼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1969년 이후 2001년까지 400~600mg에 불과하다. 이번에 설정된 권장섭취량 성인 20~50세 700mg, 청소년 남 1000mg, 여 900mg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칼슘이 많은 음식인 유제품, 멸치 등을 좀더 많이 먹어야 한다. 특히 칼슘흡수효율이 높은 우유가 좋다(비타민A, B2, 철분 등은 120~121쪽 그림 참조).

아직 영양소의 필요량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영양소들은 권장섭취수준을 정하지 못하고 충분섭취량(AI)을 제시하고 있다. 충분섭취량은 영양소를 이 정도로 섭취하면 영양결핍의 우려는 낮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준이다. 이번 개정에서는 나트륨, 염소 등을 포함한 14개 영양소에 대해 충분섭취량이 설정됐다.

충분섭취량은 그동안 영양권장량에서 포함하지 않았던 식이섬유소, 수분, 판토텐산, 비오틴, 불소, 망간 등의 영양소에 대해 처음으로 섭취수준을 제시한 것에 의의가 있다. 최근 라면 등의 과다한 함량으로 문제가 된 나트륨은 자료가 불충분해 충분섭취량만 설정했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나트륨 충분섭취량은 1.5g이다.

나트륨은 한국인이 지나치게 많이 먹는 대표적인 영양소다. 우리나라 사람의 나트륨 섭취량은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 3.5~5.7g 으로 미국·캐나다의 충분섭취량인 하루 1.5g을 서너 배 초과하고 있다. 고혈압, 심장병, 암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 목표섭취량을 하루 2g으로 정했다.


한국인에게 절대 부족한 영양소가 칼슘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우류를 많이 마시는 것이다.


가공식품은 생활의 고혈압

나트륨은 이번 기준에서도 하루 2g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미 하루 2g 이상을 먹고 있으므로 이 권고량은 목표섭취량이다. 라면 1개를 국물을 포함해 다 먹기만 해도 목표치 2g을 금방 넘을 수 있다. 김치에도 과량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올 8월 한국영양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음식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칼국수(3g)였으며 콩국수, 생선초밥, 알탕, 자반고등어조림, 자장밥, 쇠고기스프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김치를 비롯해 이런 음식에는 나트륨 이외에도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 이런 음식을 무조건 멀리하는 것보다는 섭취 횟수나 양을 조절하고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가공식품에는 나트륨이 원료보다 몇 십 배에서 몇 천 배까지 들어 있다. 조금 과장하면 토마토케첩은 소금 덩어리다. 가공식품에 숨어 있는 설탕도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가공식품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식품영양학자도 라면을 먹는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가공식품을 너무 자주 먹는다는 사실이다.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가능하면 신선한 재료를 덜 짜게 먹는 것이 나트륨과 설탕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은 식이섭취 평가, 영양교육과 프로그램 자료 제작, 질병위험도 평가, 영양표시와 식품 마케팅, 영양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새 기준은 앞으로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필수적이다. 우선 올바른 사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며, 한국인과 한국 식사를 더욱 광범위하게 연구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과다영양 섭취로 비만인이 많다. 자신의 신체 크기와 활동 정도에 맞춰 적당한 양의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영양권장량(Recommended Dietary Allowances; RDA)

1941년 미국에서 처음 제정됐다. 대상 인구의 대부분(97.5%)이 주요 영양소를 결핍되지 않을 정도로 섭취해야 하는 양이다. 방송, 신문, 책에서 ‘이만큼은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 그것이 영양권장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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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임혜경
  • 백희영 교수
  • 진행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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