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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시아, 달을 향한 꿈을 쏘다

중국, 일본, 인도 누가 먼저 가나

첫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귀환으로 중국이 우주 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그동안 공고하게 여겨졌던 우주 개발 선진국 미국과 러시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두 강대국이 우주 개발 계획에 잠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유럽과 중국, 일본, 인도 등 우주 개발 후진국들이 달을 둘러싼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여년간 중단됐던 달 탐사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 9월 달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일본도 내년중 비슷한 임무의 탐사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후발 개발 국가인 인도 역시 2008년을 목표로 달 정복 준비에 나섰다. 유인 우주선 발사의 성공에 고무된 중국도 이번에는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맹주로 군림하던 ‘미·러 시대’가 저물고 우주 개발의 ‘다극화 시대, 전국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통해 맨먼저 달 탐사 주도권을 장악했다. 달 착륙을 위해 내려가고 있는 아폴로11호의 달착륙 선 독수리호.


달 탐사 주도권을 잡았던 미국과 러시아

달은 우주가 개척되기 훨씬 이전부터 탐험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동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달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불과 400년 전. 실제 탐사가 가능해진 것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달 탐사에 관한 최초의 시도는 냉전시대 미국과 옛 소련이 주도했다. 옛 소련은 지난 1959년 표면 충돌 방식의 탐사선을 달에 처음 보냈다. 당시 소련 과학자들은 소프트랜딩(부드러운 착륙)기술을 탑재한 탐사선을 제작하는 등 달 개척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달탐사의 주도권을 잡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스푸트니크호의 성공으로 자존심에 상처입은 미국이 유인 탐사를 비롯한 종합적인 우주 탐사 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미국은 1969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게 된 뒤 1972년까지 달탐사를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미국과 옛 소련의 이와 같은 각축전은 얼마가지 못했다. 달의 신비가 벗겨지자 사람들의 관심이 태양계 안에 있는 보다 먼 행성으로 향했던 것이다. 달에 대한 모든 연구가 중단된 채 30년의 시간이 흐른다.

달을 향한 새로운 도전

최근 달 탐사의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은 지난 9월 발사된 유럽우주기구(ESA)의 ‘스마트 1호’다. 비교적 작은 임무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천3백억원의 연구비와 3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스마트 1호는 이번 탐사에서 달 표면의 각종 광물질과 지질을 조사하는 한편 달에 존재하는 얼음의 실체를 규명해낼 예정이다.

일본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우주 개발에 비교적 앞선 나라에 속한다. 기술력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결코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의 달 탐사 계획은 지금까지 몇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일본은 획기적인 달 탐사 계획을 내놓는다.

‘루나A’로 명명된 이 계획은 1억달러, 우리돈으로 1천2백억원을 투자해 2004년까지 달의 내부와 근원을 조사할 탐사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모선 선체와 어뢰모양의 탐사선은 개발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2005년까지 지구 플라스마, 달의 중력장과 지형 등을 조사할 과학 기술 탐사선 셀레네를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1960-1970년대 미국이 추진했던 아폴로 계획 이후 가장 값비싼 우주 개발 계획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흥 우주 개발 국가인 인도도 달탐사에 도전한다. 인도는 오는 2008년까지 모두 1억달러를 집중 투자해 무인 달 탐사선을 개발한다는 계획. ``‘찬드라야 프라삼’(달로의 첫 여행)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는 달 상공 1백km 극궤도에 무게 5백25Kg의 탐사선을 올려 놓는 것이 핵심이다. 인도는 또 달 탐사가 끝나면 태양계 내 다른 행성에도 탐사 위성을 보낸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워놨다. 인도는 구체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과 이스라엘에 조사단을 파견해놓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 긴장한 일본과 인도

일본과 인도의 발빠른 움직임에 13억 중국이 잠자코 있을리 없다. 중국은 이번 유인 우주선 성공을 계기로 향후 10년내에 러시아와 유럽의 우주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정부는 달 탐사 위성 개발과 달 착륙, 우주정거장 건설, 화성 탐사 계획 등 중장기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은 3년내에 달에 무인 탐사선을, 2010년까지는 유인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이미 달 탐사에 필요한 모든 기초 정보를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달에 있는 풍부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에 많은 관심을 두고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발빠른 움직임에 일본과 인도는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인 우주선 선저우호의 발사 성공은 과학 기술 강국을 자부해온 이들 나라에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유인 우주선 분야의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달 탐사 계획을 더욱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인도도 달 탐사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현재 개발 일정을 더욱 앞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왜 달인가


유럽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인도 등 신흥 우주 개발국들은 최근 달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 난 9월 발사된 유럽의 무인탐사선 스마트 1호.


왜 이렇게 여러나라가 경쟁적으로 달 탐사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자존심 때문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이 자존심을 걸고 우주 개발에 나섰듯 오늘날 우주 개발에 나선 후발 국가들도 나라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개발도상국 중국과 만성 빈곤국가 인도가 달탐사를 포함한 우주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까닭도 자존심의 고취를 통해 국력을 과시해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달은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얼마전 달의 극점에서 발견된 얼음 성분에서 알수 있듯 여전히 달은 미지의 연구 대상이다. 얼음의 존재는 향후 우주 기지 건설, 외계 생물체 연구 등에 있어 매우 획기적 발견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달 탐사 계획은 또 첨단 기술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고 시험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한다. 수억수천만리 떨어진 외계를 탐험하는 탐사선에는 당대 최고 수준의 순수과학과 첨단 기술들이 집약되기 때문이다. 이착륙을 위한 정교한 제어 기술, 장거리 운항을 위한 새로운 로켓엔진과 연료 제조가 바로 그런 기술에 속한다. 우주는 종종 첨단 기술의 경연장으로 불린다. 특히 유럽과 일본의 탐사 계획은 이처럼 달에 대한 연구보다 개발된 기술의 검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달 탐사의 목표는 달에 기지를 설치하는데 있다. 지구보다 중력이 작은 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향후 우주 기지의 건설은 필수적이다. 달이 가진 풍부한 에너지와 지하 자원은 고갈된 지구 자원을 보충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 현재와 같은 경쟁적인 구도는 깨어져야만 한다. 인류의 공익을 실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다 소요 경비도 천문학적 숫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다. 물론 아직까지 각국이 공동 우주개발이라는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국제 협력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다. 최근 유럽이 중국과 인도를 협력 가능한 국가로 지목하는 등 국제 협력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달을 둘러싼 아시아 세마리 용의 치열한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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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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