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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에 덱사메타손 득일까? 실일까?

◇보통난이도 

전문가들조차 입장이 엇갈린다. 최근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한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논란의 중심이다. 


덱사메타손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6월 22일, 영국 옥스퍼드대 등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임상시험 프로젝트 ‘리커버리(RECOVERY)’의 결과를 의학 분야 논문 초고 등록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하면서부터다. 


논문에 따르면 총 2104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매일 6mg의 덱사메타손을 최대 10일간 투여한 결과 산소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의 28일 이내 치명률(해당 질병으로 죽는 환자의 비율)이 최대 35% 감소했다. doi: 10.1101/2020.06.22.20137273 
영국 정부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표준치료 항목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인체 면역력 줄이는 덱사메타손


하지만 이런 발표에도 국내외 연구자들은 덱사메타손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덱사메타손이 면역 억제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덱사메타손의 기원은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의학자 필립 헨치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돌보던 중 우연히 환자가 황달에 걸린 이후 증세가 호전되는 사례를 확인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 시스템이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헨치는 황달에 걸렸을 때 만들어진 특정 물질이 증상을 호전시켰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9년 드디어 답을 찾았는데, 그 정체는 부신피질에서 만들어지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손이었다. 


코르티손은 류머티스 관절염에 특효약이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지만, 연구자들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구조가 유사한 합성 부신피질호르몬제를 개발해 약효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면역질환 치료제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덱사메타손과 베클로메타손이다.  


연구자들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덱사메타손을 만들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몸속에서 여러 기능을 하는데, 특히 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체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유발되면 분비돼 백혈구가 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것을 막거나,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 합성을 억제하고 항염증 단백질을 분비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덱사메타손이 중증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산소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환자는 사이토카인 폭풍처럼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폐 기능이 상실된다”며 “이때 덱사메타손과 같은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면 염증이 억제돼 치명률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덱사메타손이 경증환자에게 큰 효과를 보이지 않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경증환자의 경우 염증 반응보다 감염에 의해 세포손상이 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는 양날의 검


덱사메타손을 포함한 부신피질호르몬제는 흔히 스테로이드제라 불린다. 엄밀히 따지면 스테로이드제는 약물로 쓰이는 모든 스테로이드 호르몬 제제를 일컫는 말인 만큼 부신피질호르몬제도 스테로이드제의 일종이다.


오늘날 스테로이드제는 처방할 다른 약이 없거나 증상이 과도한 경우에만 단기간 사용하도록 권고된다. 인체 대사와 항상성에 영향을 줘 장기간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고혈압, 부종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는 건 또 다른 위험이 따른다. 케네스 베일리 영국 에든버러대 의대 연구원팀은 의학 전문지 ‘랜싯’ 2월 6일자에 코로나19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16/S0140-6736(20)30317-2


연구팀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은 환자 중 일부가 증상이 악화되거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부작용을 앓았던 점을 지적했다. 감염 2~3주차인 일부 환자의 경우 식염수를 처방받은 대조군보다도 혈중 바이러스 농도가 높았다.


전문가들은 스테로이드제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체의 면역력을 낮추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폐렴과 사이토카인 폭풍 등 염증 반응은 완화하지만, 정작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면역 시스템은 약화시키는 것이 언뜻 모순돼 보인다. 


최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항바이러스제와는 다른 원리의 의약품”이라며 “덱사메타손에 의해 떨어진 면역력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절한 용법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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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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