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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벗어난 인터넷을 지켜라

유선 한계 넘어선 정보보호 기술 시급

009년 9월 22일, 일산에 사는 이 대리는 오늘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기로 조간 신문을 읽었다. 휴대전화기 화면을 열자 자신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는 신문기사들이 주욱 쏟아져 나왔다. 주가와 부동산 경기, 정치권의 움직임 등 오늘의 주요 뉴스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휴대전화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박세리 선수의 LPGA 우승 소식이 눈에 띄었다. 골프광인 이 대리는 박세리 선수의 경기모습을 곧바로 클릭했다. 바뀐 화면에는 박세리 선수가 멋진 티샷을 날리며 역전승을 하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다. 기분이 상쾌해진 이 대리는 친구들에게 ‘오늘 내가 쏜다’라는 내용의 전자메일을 보내고, 다음 뉴스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곧바로 이상한 내용의 전자메일이 이 대리의 휴대전화기로 도착했다. ‘K대 동창회 정기 모임 오늘 저녁 7시 XX 호텔, 참석 바람.’ K대를 졸업하지 않은 이 대리는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 발신자를 확인했더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이다. 며칠 전 회사동료의 PDA(개인정보단말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모두 잃어버린 사건이 떠올랐다. ‘이것도 바이러스인가’하는 불안함에 핸드폰의 자료를 살펴보니 다행이 모든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대리는 6년 전 유선 인터넷을 이용하던 시대에 바이러스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무선 인터넷 세계가 됐으니 바이러스 걱정은 없겠구나 하던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기대였는지 이 대리는 다시 한번 실감한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는 없다


노트북PC로 강의를 들은 뒤 과제를 무선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사실 몇년 전만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선보다는 유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구축돼 있었다. 그러나 유선 인터넷망은 기본적으로 케이블로 연결되기 때문에 인터넷의 사용 여부가 케이블 상태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 사용 장소의 제약을 받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선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무선 인터넷은 현재 가정이나 회사, PC방에서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무선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무선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거리, 자동차, 바닷가 휴양지 등 공간의 장벽이 사라진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TV나 영화를 보고, 생생한 현장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바로 신문사에 보낸다. 외국에 있는 제휴사 직원과 화상전화를 걸어 사업을 논의하고, 열대 밀림에서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새로 발견한 식물을 조사한다.

대학생은 카페에서 애인과 함께 노트북PC로 강의를 들은 뒤 과제를 무선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PDA로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메뉴를 화상으로 미리 골라둔다. 집 안의 PC와 가전제품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집에 도착하기 30분전에 미리 밥을 짓고, 방을 따뜻하게 한다.

무선 시설은 옛날부터 사용돼 왔지만 대중화되지 않았고, 일부만이 군사용 또는 특수 사업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선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했고 관련 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새로운 무선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무선 인터넷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는 휴대전화기와 PDA, 무선노트북이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일부는 이미 상용화돼 생활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일부 강의의 출석 체크를 비롯해, 도서 대출과 자판기 사용도 휴대전화기로 한다. 학교 안에서 무선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대학은 이미 꽤 많으며, 커피 전문점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등 노트북으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지역이 크게 늘고 있다.

4-5년 뒤 다가올 무선 인터넷

진정한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세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기술은 휴대전화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서비스는 이미 우리의 생활 곳곳에 이용되고 있다. mp3음악을 다운받거나 영화 예매하기,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한 운전자의 길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가 모두 무선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휴대전화는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다. 앞으로 등장할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3세대 이동통신으로써 좀더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2-3년 뒤에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해 4-5년 뒤에는 지금의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처럼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초고속 무선 인터넷은 세계 어느 곳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개발 속도는 미국이 다소 빠르지만 활용 속도는 우리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3GHz의 주파수 대역을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개방했다.

또한 무선 인터넷 세상에는 ‘블루투스’(BlueTooth)라는 기술이 빠질 수 없다. 블루투스는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도시바, 미국의 IBM과 인텔 등이 개발중인 무선데이터통신 규격의 개발코드명을 말한다.

블루투스는 10세기 스칸디나비아 국가인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전설적인 바이킹인 헤럴드 블루투스(Harald BlueTooth)에서 유래됐다. 헤럴드가 스칸디나비아를 통일한 것처럼 블루투스 기술이 서로 다른 통신기기들을 선 없이 연결해 주리라는 기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블루투스는 사용자의 주변공간 10m 반경 내에서 사용되도록 개발됐고, 이 범위 안에서는 다른 기기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집안의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휴대전화에 침투한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무선 인터넷이 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무선 노트북이나 PDA 등 디지털화된 모든 장비는 바이 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선 시대에 맞는 정보보호 기술이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의 휴대전화는 독자적인 무선망을 쓰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앞으로는 복잡한 유선 인터넷망을 거쳐야만 무선 서비스가 가능하다. 전자우편이 가끔 늦게 도착하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방금 한 말이 한시간이나 지나 상대방에게 들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보다 엄청난 크기의 정보를 전파 위에 싣는 기술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기술은 중요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암호 기술이다. 유선 인터넷 시대에 활약했던 ‘바이러스’는 무선 인터넷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해외에서는 휴대전화기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티모포니카’라는 유해 프로그램이 휴대전화 통신업체의 서버를 공격해 가입자에게 의미없는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일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보다 심각한 피해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원래 바이러스는 악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휴대전화기와 PDA뿐 아니라 TV나 오디오, 심지어 전화기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될 수 있는 모든 장비는 원칙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다. 특히 악의적 사용자가 무선 마이크로폰을 이용해 무선 정보를 도청하거나, 이 정보에 백도어프로그램(바이러스의 일종)을 삽입하면 사용자 정보가 고스란히 해킹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혼란이 야기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유선망에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 프로토콜 보안 및 표준 보안 프로토콜과 같은 보안 메커니즘을 무선망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기술이 현재 개발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유·무선 구간 모두 보호가 가능해져 무선 단말기로부터 웹서버에 이르기까지 모두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무선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공격기법을 새로이 개발한다면 사용자는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무선 인터넷의 역사는 매우 짧아 예상되는 공격에 대한 기술이나 정책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국제 표준을 따르는 무선 보안 기술과 국내 표준을 시급히 개발하고, 이 기준을 장비업체 및 사업자 등이 서둘러 도입하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미래는 무선으로 모든 정보가 소통되는 시대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에 맞는 정보보호 기술도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어떤 형식으로 그 기술이 실현될지 모르지만, 무선 시대에 대비한 정보보호 기술은 무선 인터넷 시대를 여는 개척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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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이은호
  • 임종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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