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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수입개방의 파장 선진화를 위한 도약대가 될것인가

PC를 비롯 우리나라 컴퓨터 시장은 완전 개방되었다. 이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동안 비교적 순조롭게 성장해왔던 우리의 개인용컴퓨터(PC) 산업에 거센 풍랑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개최된 제12차 한미통상회담 결과에 따라 7월1일부터 PC를 중심으로한 컴퓨터시장의 개방이 확정되었고 동시에 공공기관 구매 국산화 의무 부과제도가 폐지되었다.
 

컴퓨터의 수입자유화뿐아니라 주변기기 중 애널로그컴퓨터 하이브리드컴퓨터 천공기도 7월부터 수입자유화되었다. 이제까지 공공기관이 컴퓨터를 구입할 때 적용하던 국산화율 의무부과제도는 마이크로컴퓨터 은행용단말기는 7월1일부터 폐지되었고 개인용컴퓨터는 내년1월부터 폐지된다.
 

컴퓨터수입개방은 5살밖에 안된 우리의 PC산업이 3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과 마키팅능력을 앞세운 외국산PC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컴퓨터 시장

 

5년의 짧은 생산역사
 

우리나라 컴퓨터역사는 1967년 경제기획원에서 인구통계처리용으로 들여온 IBM컴퓨터가 효시지만, 우리가 직접 생산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8비트PC를 중심으로한 컴퓨터생산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것은 정부의 육성정책에 의해 약2억달러 생산을 기록한 1983년으로 봐야할 것이다.
 

국내 컴퓨터산업은 1983년을 기점으로 규모가 대폭 확장돼 1984년은 1백% 성장 4억3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1985년에는 5억2천만달러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중 주변기기를 제외한 컴퓨터본체는 83년 7천3백만달러에서 85년기는 2억1천7백만달러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 가운데 85%는 개인용컴퓨터이다.
 

1985년은 우리의 PC산업에 또하나의 분수령이었다. 대우통신의 16비트PC인 '모델 D'가 첫수출을 시작한 해. 이를 계기로 지난해 한국산 PC는 30만대의 수출을 기록하여 PC수출국으로 국제시장에 새모습을 보였다.
 

올 1/4분기 PC수출은 총 4천9백7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천3백80만달러에 비해 47% 성장했다.
 

우리의 PC수출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외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아니고 저임금을 밑바탕으로 한 저가정책에 기인한 것이며 OEM(주문자상표생산) 수출이기 때문에 실속이 없다는 측면도 없지않으나, 몇년 안되는 생산역사로는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한미통상무역마찰의 파고가 컴퓨터업계에 미친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 업계의 잘못도 많다. 계약만 해놓고 과다홍보를 하여 실제 수출액수보다 많은 양이 수출되는 양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실속을 차리기보다는 얼마만큼 수출했느냐는 업적 위주의 덤핑수출도 불사한 업체도 없지 않았다.

 

시장개방의 의미
 

그러면 시장개방 전에는 외국산 컴퓨터의 도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또한 지금의 상황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아 시장개방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자.
 

대형컴퓨터의 경우 국내사용자는 자기가 필요한 시스팀의 윤곽을 작성하고 과학기술처에 도입승인을 요구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이의 도입을 승인했던 것이 관례였다. 사실상 국내의 대형컴퓨터생산은 전무하므로 특별한 경우란 있을 수도 없다. 중앙처리장치뿐아니라 이에 따르는 주변기기의 도입도 거의 승인되었다. 단지 CRT터미널 및 저속프린터 부분만 국산을 사용해주기를 권장했을뿐이다. 미니컴퓨터나 마이크로컴퓨터도 마찬가지. 단지 고속프린터를 제외한 국내생산이 가능한 도트매트릭스 타입의 프린터정도를 국산을 쓰도록 유도해왔다.
 

개인용컴퓨터 역시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 한국전자공업진흥회를 통해 수입추천을 받으면 도입할 수 있다. 이런 형식상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어떠한 컴퓨터나 주변기기도 수입할 수 있었으며 실제상황도 그러했다.
 

결국 시장개방이라는 것은 단지 수입 승인제도의 철폐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그동안 시장이 폐쇄되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상 복잡성과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미국측의 계산인 것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실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완제품을 다량 수입하여 판매할 수 있게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국내컴퓨터업계는 수입제한조치로 어떠한 이득을 취했을까. 이는 완제품수입을 일부 규제함으로써 외국기업이 그들의 기술을 국내기업에 이전하는 것을 자연적으로 유도한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술도입을 터놓고 완제품수입을 막는 것은 기술도입에는 어느정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대부분 기술제공이라는 것은 제조기술에 국한된 것이지, 근본적인 제품의 설계기술 등 원천기술은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컴퓨터를 생산하는데 어떠한 부품을 사용하여 어떤 방법으로 조립하고 어떻게 테스트하는가 하는 생산적 측면만의 기술을 제공할뿐 근본적인 핵심기술은 블랙박스로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우기 컴퓨터산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설사 핵심기술을 전수받았다 할지라도 실제로 생산에 적용하려면 아무 쓸모없는 종이쪽지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국적기업은 한번 점한 유리한 고지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 그들의 생리이다. 외국컴퓨터기업들의 전략은 많은 양의 제품을 좋은 조건하에서 판매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상목표일 따름이다. 그동안에는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제휴로써 생산기술을 제공하면서라도 장사를 하였으나 이제는 그렇게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개인용 컴퓨터

 

'애플'의 상륙
 

이제 PC시장은 완전개방되었다. 외국 컴퓨터업체들은 시장잠식을 노리고 1차 탐색전을 마쳤고 국내PC업체들은 이들의 상륙이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 나름대로 분석하고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국내PC업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업체의 어떤 기종이 국내에 자리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IBM의 경우 최근 발표된 퍼스널시스팀2(PS/2)와 기존의 PC/XT 및 AT가 국내에 상륙할 예정. XT와 AT는 국내에 호환기종이 어느정도 정착돼있어 별 강점이 없겠으나 PS/2는 기존 기종에 비해 기능이 대폭 강화되었고 가격이 저렴하여 경계의 대상이다. 이는 7월 이후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PS/2는 이제까지의 IBM PC와는 다르게 쉽게 호환기종을 만들 수 없는 복사방지장치를 설치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IBM의 PC시장석권의 전략적 병기로 여겨지고 있다. 처리속도 기억용량 등이 기존 IBM PC보다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XT 및 AT와 비슷해 시장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PS/2는 마이크로프로세서로 8086를 채용한 16비트 PC/XT급인 모델30과 80286을 채용한 16비트 PC/AT급인 모델50과 60, 803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용한 32비트 PC급인 모델80이 있다. 이중에는 아시아권을 대상으로 개발된 기조도 있어 국내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모델30은 가격이 저렴하여 국내시장에서 어느정도 자리잡을 것이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기존 IBM PC와의 소프트웨어호환성과 한글화 작업이 어느정도 돼있느냐가 시장잠식의 관건이다.
 

한편 수입개방으로 가장 고무돼있는 곳은 애플사이다. PC하나로 한때 '애플신화'를 창조했던 애플사는 동남아본부인 홍콩지사를 통해 국내대리점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수의 컴퓨터업체들은 애플사의 대리점권을 따기위해 경합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애플사가 국내에 도입가능한 기종은 애플Ⅱ 매킨토시 매킨토시Ⅱ (엔진니어링 워크스테이션). 이들 기종은 그래픽기능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16비트 PC 시장과 엔지니어링워크스테이션분야에서 상당부분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성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매킨토시가 국내 유저들에게 어느정도 어필하느냐는 역시 한글화문제. 이것이 해결되면 국내 PC시장은 또한번 커다란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IBM과 애플이 양대산맥을 이루면서 국내 시장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미 국내지사 및 대리점을 설치한 왕컴퓨터 VAN NCR HP등도 어느정도 축적된 국내의 영업경험을 토대로 활발한 영토확장을 꾀하리라는 것이 앞으로의 대체적인 윤곽이다. VAX 등은 대형컴퓨터의 터미널기능을 겸비한 PC 등을 판매할 예정이고 NCR도 국내대리점인 동아컴퓨터를 통해 NCR PC를 일반유저들보다는 대기업의 워크스테이션용으로 대량납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장개방이 미국측의 압력으로 이루어졌지만 여기에 덕을 보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특히 일본산 PC는 같은 동양권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어 소프트웨어지원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우리나라 컴퓨터 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54.4%나 된다(86년). 이중에는 IBM이나 NCR 등의 미국 다국적기업이 일본을 통해서 수입하는 것도 포함돼있지만 일본에 편중된 수입양상은 컴퓨터부문에서 '대미흑자 대일적자'의 고질화된 무역편중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산기종에 비해 일본산PC가 가격에서 1.5~2배정도이고 미국산 PC보다 일본산 PC가 다소 성능이 낫다고하더라도, 같은 동양권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고 지리적인접, 문화권의 상대적 동질성, 전통적인 대한무역의 강세 등 이점이 있어 경쟁력은 오히려 미국보다도 더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드웨어기술력도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값싼 가격을 무기로 등장하는 것이 대만산 PC이다. 80년대 초부터 PC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대만은 정부가 주도하여 컴퓨터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어 기술개발속도가 의외로 빠르다. 대만산 PC는 가격면에서는 국산의 반정도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아프터서비스에서 한계가 있어 개방후에도 청계천시장에서 주로 거래될 전망이다.
 

업계의 공동노력 추구가 최우선 과제

 

업계의 공동노력 추구가 최우선 과제
 

외국산 PC는 이제 동일한 조건으로 국내시장에 출하된다. 이에 대응하는 국내업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6월초 열린 정보산업협회 주최의 '컴퓨터산업 수입자유화 대응전략' 심포지움에서 홍승채 (주)킾스 사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새로운 컴퓨터의 개발에는 엄청난 개발비와 기간이 필요하므로 핵심기술을 업계공동으로 개발하여 개발비를 절감하는 방안이 모색되야 한다. 행정망 주전산기의 개발은 좋은 예가 될 수 있으며 IBM의 새로운 PC인 PS/2의 개발 등에도 공동으로 대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의 생명은 가격과 성능인데 무엇보다 취약한 기술력을 하루빨리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업계가 연합전선을 펼쳐 성능좋은 한국산 컴퓨터개발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 컴퓨터가 국내시장에서 그래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저임금에 기초한 가격경쟁에서 그나마 유리한 때문인데 이는 장기적인 승부수는 아니다. 결국 기술력이 밑받침되느냐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은 이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것이 생리. 이를 뒤에서 가는 방향을 조정해주고 지원해 주는 역할이 없다면, 정보선진국의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을 수 있는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리기는 어렵다. 컴퓨터산업을 중심으로한 정보산업이야말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전자교환기 같은 경우 정부에서 국산화 안되면 써주질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는 형식적 규제였지 실직적으로는 국산기종이나 외국기종이나 마찬가지였다"라는 항변에 정부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도로 전전자교환기의 국산화가 이루어지고 이의 개발에 교환기생산업체 4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컴퓨터산업에서의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크다.
 

정부에 거는 기대는 다양하다. 설사 수입개방을 어쩔 수없이 했고 공공기관 국산화 의무부과제도를 폐지했다고 할지라도 음으로 양으로 국산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산기종을 우선 구매해주고 국산컴퓨터를 쓰는 사람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 자동차시장을 처음 개방할 때 외국에서 자동차 한대 들여오려면 요즘 전화번호부 책 한권에 해당하는 서류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심상치않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미국의 UL이나 FCC처럼 엄격한 테스트기관을 정부베이스로 설치, 외국산기종이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필요도 있다. 이는 우리 국민도 이제 좋은 물건 골라서 써볼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과도 일맥 상통한다. 최소한도 일부 저가의 덤핑공세만이라도 막을 수 있고, 좀더 까다롭게 규정을 내세운다면 자체품질 향상은 물론 그저 무작정 밀려들어오는 외국산 PC로부터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소간 방패막이는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이다.
 

정부는 행정전산망 주전산기개발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를 주관 연구소로하여 3백3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4년간에 걸쳐서 투입할 예정이고 연구원도 연 9백50명을 동원한다. 이미 참여 업체 5개사가 선정돼 작업이 진행중이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획기적인 컴퓨터 기술발전은 물론 미니컴퓨터의 수출도 가능하다. PC의 개발에도 정부가 이와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나라 PC산업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될 강이 하나 있다. 정부 부처간의 통일된 의견 조정이다. 과학기술처가 기술(Technology)에 주도권을 행사한다면 상공부는 산업(Industry)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일된 방향에서 이끌고 주도해가는 그룹의 존재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PC는 올해 60~70만대 이상을 수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많은 양의 부품이 수입되고 있다. 완성된 시스팀만을 만드는 세트메이커 보다는 부품하나를 전문적으로 생산해내는 중소기업 중심의 부품산업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대만의 PC산업이 급성장하는 것은 그들의 부품산업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매우 탄탄한 디딤돌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반도체들이 개발돼왔으나 아직까지 저단가 고품질의 국내생산 부품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주변기기의 경우 부품기술이 핵심이 되므로 근본적인 부품산업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교육서비스가 필요한 때
 

이제보터는 PC든지 대형컴퓨터든지 직접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은 더욱 중요하다. 굳이 양담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결국 이들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국민홍보가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내수시장의 확산을 유도하고 국산제품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적극적인 홍보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선전한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범국민적인 컴퓨터마인드 확산의 의미이다.
 

수요자측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개방 상황에서는 더욱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컴퓨터는 담배처럼 5백원의 차원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국산을 써야한다는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 과대광고가 아니라 국산제품의 신뢰도를 심어줄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서비스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경우 20~30억 규모의 컴퓨터시스팀결정을 실무자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아무래도 실무자들은 기계 자체에 매달려 기종을 선택한다. 경영자의 소극적 방관자적 자세는 우리나라 컴퓨터산업발전에 결코 좋은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다. 대국민 홍보는 PC를 선택하는 개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경영자층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불투명한 시계
 

우리나라 PC생산업체들은 성능이 강화된 신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시장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XT기종에 성능을 강화한 것으로 삼보의 트라이젬+, 금성사의 마이티Ⅱ, 삼성전자의 SPC3000A, 동양나일론의 톱스타 88T 등이다. 여기에 새로 개발된 신제품들도 출하되었거나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주로 80286칩을 선택한 AT 호환기종. 대우전자의 코로나 Slat, OPC의 OPCOMAT, 삼성반도체의 SAM286, 일진전자의 FOCUS 286, 고려시스템의 KPC/A4, 현대전자의 수퍼AT 등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자체기술력에 의해 개발돼 장기적인 기술축적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미지수이다.
 

이처럼 우리의 컴퓨터산업은 16비트 PC정도는 자체적으로 생산해낼 능력이 있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많은 않다. '취약하기 때문에 개방하라는 것이지 강하기 때문에 개방하라는 것은 아니다' 라는 당연한 이치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의 컴퓨터 개발기술이 그렇게 뿌리가 단단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개발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국내 컴퓨터산업의 앞날은 미래가 보장된 창창대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암흑의 세계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계가 불투명하며 시장개방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하나더 앞을 가로막고 있을뿐이다. 5년의 짧은 생산역사 속에서 이룩한 기술축적, 황무지에 PC수출국으로 성장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수입자유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기업측에서는 당장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지말고 장기적인 연구개발전략을 세워야한다. 이제도 늦지 않았다. 어떻게하면 쉽게 제품을 생산할 것이가만 고민하지말고 진짜 우리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PC개발에 투자해야한다.
 

컴퓨터 수입자유화는 상당히 어려운 시련을 가져오겠지만 정부 기업 국민이 모든 지혜를 동원해 이 시련을 극복한다면 더 큰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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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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