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25일 새벽 1시 35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나베럴 공군 기지에서 최첨단 적외선우주망원경을 실은 로켓이 발사됐다. 같은 시각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서 이 장면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1백여명의 우주망원경 관련 과학자들은 성공적인 발사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SIRTF로 불리는 이 우주망원경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적외선 영역의 우주 탐사라는 장정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대우주망원경 프로젝트의 완결판
SIRTF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그동안 야심적으로 추진해 왔던 대우주망원경 프로젝트(Great Observatories)의 마지막 작품이다. 우주 망원경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상에서 보는 별빛은 지구 대기층을 통과해 우리에게로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별빛 고유의 성질 중 상당 부분이 대기의 영향으로 변질되거나 없어진다. 대기의 흔들림으로 인해 별의 시상은 마치 여름철 신기루 너머 보이는 풍경처럼 흐릿하게 보이며, 또 어떤 파장을 가진 빛들은 대기에서 산란되거나 흡수돼 지상으로 도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대기의 영향을 피하려면 우주에 망원경을 갖다 놓으면 된다. NASA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4가지 대우주망원경들을 계획했는데,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컴프턴 감마선우주망원경(Compton Gamma Ray Observatory), 찬드라 X선우주망원경(Chandra X-ray Observatory), 그리고 끝으로 이번에 발사된 적외선우주망원경 SIRTF(Space Infrared Telescope Facility)가 그것들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이들 중 맨 먼저 1990년에 발사됐다. 사실 더 일찍 발사됐어야 했으나 1986년 망원경 발사 직전에 생긴 스페이스 셔틀 첼린저호의 폭발사고 때문에 일정이 연기 됐다.
지상에서 별을 관측하면 대기의 흔들림 때문에 별빛이 흐리게 보이기 때문에 지상망원경에서 찍은 천체 사진들은 해상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권 바깥에서 우주를 관찰함으로써 그 동안 지상관측에서 꿈꾸기 힘들었던 고해상도의 우주 영상들을 우리에게 선사했다(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2002년 4월호 ‘허블 업그레이드’ 참고).
한편 1991년에 발사돼 2000년까지 활약한 컴프턴 감마선우주망원경은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과 같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고에너지 현상들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천체물리학에서 각광받고 있는 감마선 폭발에 대한 연구의 밑거름이 컴프턴 감마선우주망원경에 의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찬드라 X선우주망원경은 1999년에 발사됐다. 감마선과 마찬가지로 X선 역시 지구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X선은 감마선보다는 에너지가 작지만 가시광선보다는 에너지가 훨씬 큰 빛이다. X선을 방출하는 물체로는 블랙홀 등이 있는데, 찬드라 X선우주망원경은 우리은하와 외부은하에 존재하는 블랙홀 등 우주의 구조와 진화론 연구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NASA의 마지막 대우주망원경인 SIRTF는 이들 세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지 못하는 적외선이란 빛을 이용해서 우주를 탐사한다. 적외선이란 말 그대로 빨간빛의 바깥에 있는 빛이다. 우리가 눈으로 실제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이라고 불린다.
태양에서 오는 빛은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순서로 된 무지개 색깔로 나눠진다. 이때 각 색깔은 파장이 서로 다른 빛을 나타내는데, 우리 눈에 보이는 가장 긴 파장의 빛이 빨간빛이다.
인체가 방사하는 빛, 적외선
프리즘을 통과한 빛을 보면 빨간빛 이상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1800년 영국의 천문학자 허셸은 이 영역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빛이 적외선이며 파장은 약 1-1천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다. 빛의 파장이 짧은 것에서부터 긴 것까지 근적외선, 중적외선, 원적외선으로 나뉜다. 우리에게 오는 태양빛의 43%는 적외선이다.(그림2)
온도가 있는 모든 물체들은 적외선을 내는데, 온도가 높은 물체일수록 짧은 파장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발산되며 온도가 낮은 물체일수록 긴 파장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 태양의 온도는 절대온도 5천K(K = ℃+2백73) 정도로 많은 양의 에너지가 가시광선 영역에서 방출되고 있다. 반면 사람의 몸은 3백K 정도밖에 안되므로 더 긴 파장, 즉 적외선인 10μm 부근에서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 인체는 적외선 빛을 방사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캄캄한 곳에서도 적외선 빛에 민감한 카메라를 이용하면 사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적외선은 온도에 민감하며 이를 이용한 여러가지 기기들이 우리 주위에서 이용되고 있다.
적외선의 또다른 면은 연기나 먼지, 심지어 얇은 물체도 잘 투과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까만 비닐봉지 속에 있는 손이 적외선에서는 잘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적외선 카메라는 소방서에서 연기가 가득 찬 건물 안에서 사람을 찾기 위한 구조용 장비로 쓰이고 있다.
그러면 우주를 연구하는데 왜 적외선이 중요한 것일까? 우주에서는 과거에 아주 많은 별들이 만들어졌고 현재에도 별들이 생성되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많은 원소들은 과거 별의 생성과 진화과정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우리의 기원을 이해하는데 우주의 진화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별의 생성은 성간물질인 분자구름 속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가시광선은 분자구름과 같은 기체를 잘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외선에서의 관측이 필요해진다.(그림3)
한편 분자구름이 너무 두꺼워서 심지어 적외선도 잘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분자구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관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적외선을 이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보통 분자 구름 속에서 생겨나는 샛별들은 분자구름을 대략 10-1백K 정도로 가열시킨다. 이렇게 가열된 분자구름은 받아들인 열을 그 온도에 알맞은 파장영역에서 복사하게 되는데, 이것이 적외선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적외선을 이용하면 성간물질 때문에 숨겨진 별의 생성을 연구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은하관측에 필수
적외선 관측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는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데 있다. 멀리 떨어진 은하들의 빛이 우리에게로 도달하기까지는 수십억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현재 관측하고 있는 1백억광년 떨어진 은하의 모습은 실제로는 1백억년 전의 것이다. 따라서 멀리 있는 물체를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주의 역사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먼 은하를 관측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의 팽창 때문에 외부은하들은 빠른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플러 효과의 원리로 외부은하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빨간색, 즉 긴 파장 쪽으로 전이하게 되는데 이를 적색편이라고 한다.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후퇴속도가 더 크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먼 외부은하일수록 거기에서 나온 빛은 더 많이 적색편이가 된다.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너무 적색편이가 되면 그 은하는 가시광선에서는 관측되지 못하고 적외선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으로 은하가 탄생한 시기는 약 1백30억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원시은하들 역시 적외선으로 관측해야 한다. 멀리 있는 은하를 관측해 과거 우주의 역사를 탐구하는데 적외선 관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상망원경이나 허블우주망원경으로도 적외선을 볼 수 있지만 파장이 짧은 근적외선의 일부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많은 적외선 빛들은 대기에서 흡수돼 지상으로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일부 적외선 빛이 지상으로 도달하기도 하지만 대기 속에 있는 분자들에서 나오는 적외선 때문에 제대로 관측하기 힘들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경우 대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지만 망원경 자체가 적외선 관측을 하기엔 너무 뜨거운 것이 한계다. 온도를 가진 모든 물체는 적외선을 방사하는데, 망원경과 관측기기도 예외가 아니다. 망원경 자체와 관측기기에서 나오는 적외선들은 열잡음(thermal noise)이 돼 관측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그래서 허블은 아주 일부 근적외선과 가시광선, 자외선에서만 우주 관측이 가능하다.
반면 SIRTF는 적외선 관측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우주망원경이다. SIRTF 이전에도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네덜란드, 영국이 함께 만든 IRAS(InfraRed Astronomy Satellite)란 우주망원경이 있다. IRAS는 1983년부터 10개월 동안 적외선 영역에서 우주를 탐사했는데, 여기서 얻은 자료는 아직까지도 천문학 연구에 많이 쓰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유럽우주국(ESA)에서 주도해 만든 ISO(Infrared Space Observatory)가 있다. 이것은 직경 60cm의 주경(primary mirror)을 갖춘 2천4백kg짜리 우주망원경으로 1995년 11월에 발사돼 1998년까지 작동됐다. 이들 우주망원경은 나름대로 큰 성과를 냈으나,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SIRTF가 적외선 우주 관측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영하 2백68℃에서 최고 성능 발휘
SIRTF는 1980년대 중반, IRAS의 성공에 고무받은 NASA가 IRAS를 대신할 목적으로 처음 계획했다. 원래는 스페이스 셔틀에 실은 채 관측을 수행할 목적으로 셔틀 우주선망원경(Shuttle InfraRed Telescope Facility, 똑같이 SIRTF란 약자)이란 이름이 지어졌으나, 스페이스 셔틀에서 발생하는 열이 적외선 관측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지금과 같은 독립된 인공위성 형태의 우주망원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후 NASA의 예산 삭감 등의 영향으로 망원경 제작과 발사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설계에 채택됐다. 가장 중요한 기술혁신으로 냉각용액의 양을 최소화해 망원경을 초경량화한 것을 들 수 있다. 열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망원경과 관측기기들을 5K, 즉 영하 2백68℃ 정도로 냉각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액체 헬륨과 같은 냉각용액을 우주망원경에 같이 실어야 한다. 액체헬륨은 기화하면서 망원경의 열을 뺏아간다.
망원경이 오랜 기간 동안 작동하려면 냉각용액을 많이 실어야 한다. 유럽에서 제작한 ISO의 경우, 냉각장치와 냉각용액의 영향으로 전체 망원경 무게가 2천4백kg이나 나갔다.
만약 SIRTF를 ISO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했다면 총무게가 5천7백kg정도 되며, 그 크기도 7m 가까이 됐을 것이다. 이 정도의 망원경을 쏘아 올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결국 망원경 경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려면 냉각장치를 최소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지구 공전궤도 택해 초경량화 달성
이를 위해 NASA가 고안해낸 것이 ‘지구공전형 궤도’(Earth-trailing heliocentric orbit)다. 보통 인공위성들은 지구주위를 원이나 타원궤도로 공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궤도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에겐 좋지 않다. 지구는 태양빛을 반사하는데, 이 반사된 태양빛이 망원경을 가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적외선망원경이 많은 양의 냉각용액을 필요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면, 반사된 태양열에 의한 가열효과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지구공전형 궤도에서는 우주망원경이 지구 주위를 돌지 않는다. 대신 지구처럼 지구 공전궤도를 따라 태양주위를 돈다. 다만 지구와 완전히 동일하게 공전하지는 않고 지구보다 조금 느리게 돈다. 따라서 우주망원경은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는데, 그 멀어지는 속도가 1년에 약 0.1AU다(1AU는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 이 정도로 지구와의 거리를 넓혀놓으면, 차가운 우주공간 자체가 냉매로 작용해 특별한 장치 없이도 망원경을 상당히 냉각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해서 NASA는 SIRTF의 무게를 9백50kg으로 줄일 수 있었다.
지구에 반사된 태양광선 외에 태양에서 직접 오는 빛 역시 SIRTF를 가열시킬 수 있다. 이 태양광선을 막기 위해서 SIRTF는 태양광 차단판(sun-shield)을 갖추고 있다. 원통형의 SIRTF에 평행하게 직사각형 판이 붙어있는데, 이것이 태양광 차단판이다. 망원경에서 태양을 향한 부분은 은색으로 칠해놓았는데, 이것은 태양광 차단판이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빛이 망원경에 흡수되지 않고 반사돼 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과 반대방향에 위치한 망원경 부분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는 망원경으로부터 나오는 열이 차가운 우주공간(약 3K)으로 복사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광 차단판에는 태양전지를 설치해 망원경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서 태양광 차단판이 설치된 부분은 항상 태양을 향해 있어야 한다. 만일 망원경이 태양을 향하게 배치되면 태양빛으로 인해 민감한 기기들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SIRTF와 태양을 이은 선과, SIRTF의 장축각도가 태양 쪽을 향해 80도 이하로 기울어지면 안된다. 또 태양 반대방향으로도 1백20도 이상 기울일 수 없는데, 이는 태양전지에 충분한 태양빛이 공급되고 태양광 차단판이 망원경의 꽁무니를 제대로 가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림 4).
이처럼 망원경 각도에 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SIRTF는 하늘 모든 영역을 관측할 수 없고 시기에 따라 가능한 관측영역이 달라진다.
기존 망원경보다 1백배 선명
SIRTF에는 3가지 관측 기기들이 실려 있다. 적외선 카메라(IRAC, InfraRed Array Camera), 적외선 분광 관측기(IRS, InfraRed Spectrograph), 그리고 SIRTF용 다파장 측광기(MIPS, Multi-band Imaging Photometer for SIRTF)다. IRAC는 3-8μm의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에서의 영상을 담당한다. 우주의 원시은하나 별형성 지역의 관측에 유용하게 쓰일 관측기기다. IRS는 파장 5-40μm의 스펙트럼을 얻는데, 행성이나 성간물질의 구성 원소를 알아내는데 많이 쓰일 것이다. MIPS는 24-1백60μm의 중적외선과 원적외선 관측기기다. 성간 먼지에 의해 가려진 별이나 외부은하를 관측해 성간 먼지가 우주의 진화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데 쓰일 예정이다.
망원경 주경의 소재로는 베릴륨(Be)이 쓰였는데, 베릴륨은 가벼울 뿐더러 극한 온도에서 이루어지는 우주 관측 시에도 모양이 변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SIRTF의 주경 지름은 85cm로 허블망원경의 2.4m, 지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의 10m와 비교하면 현저히 작다. 이것은 적외선 관측을 하려면 망원경 전체를 차가운 온도로 유지해야 하는 제약 때문이다. 그렇지만 SIRTF는 허블망원경이나, 거대 지상 망원경이 탐구할 수 없는 우주의 면모를 연구하기 때문에 과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신 관측기기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의 적외선 우주 망원경들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예컨대 SIRTF의 관측효능은 IRAS보다 수십만배, ISO보다 거의 1백배 더 뛰어나다. 영상해상도도 IRAS나 ISO를 크게 웃돈다(그림 5).
현재 SIRTF는 발사 이후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SIRTF가 최초로 찍은 사진이 NASA에 의해서 공개됐는데, 예상보다 뛰어난 영상이어서 관계자들이 모두 고무된 상태다. 모든 것이 계속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SIRTF는 5년 이상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대우주 망원경들이 그랬듯이 SIRTF도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관례에 의하면 우주 망원경은 발사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저명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게 되는데, 12월 중순경 SIRTF의 새 이름이 발표될 예정이다.
SIRTF는 앞으로 우주의 어떤 비밀들을 밝혀줄까. 천문학자들은 SIRTF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우주의 많은 수수께끼들을 풀어주리라 믿고 있다. 우리은하 내부에서의 별의 탄생, 은하 형성시 성간 먼지의 역할, 그리고 50-1백30억년 전 원시우주에서 최초로 생겨난 은하들에 대해 SIRTF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자 적외선우주망원경 개발에 적극 기여
SIRTF에는 우리나라가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출신 과학자 여러명이 SIRTF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IRTF의 과학적인 면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SIRTF 과학센터에는 필자 외에도 노정희 박사, 최필립 박사 등이 있으며, SIRTF 관측기기 중 하나인 MIPS를 개발한 팀에는 김진영 박사(미국 애리조나대)가 있다. 그 외 SIRTF 관련 주요 과학 프로젝트들에도 한국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SIRTF도 전혀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예산 삭감의 여파로 중적외선 영역인 9-20μm에서 SIRTF는 스펙트럼만 얻을 수 있을 뿐 영상을 관측할 수 없다. 그리고 시야가 좁기 때문에 우주 전체를 탐사 할 능력이 없다. 이러한 약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적외선우주망원경이 현재 개발중에 있다. 서울대가 일본 우주과학연구소,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Imperial College)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ASTRO-F가 그것이다(서울대측 책임자는 이형목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ASTRO-F는 SIRTF의 약점들을 극복할 것은 물론 성능에서도 SIRTF와 거의 대등하다. 2005년 초 발사예정이며 앞으로 국내 적외선 우주망원경 연구의 발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연세대가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미국 자외선우주망원경, 즉 갤렉스(연세대측 책임자는 이영욱 천문학과 교수)가 있다. 현재 갤렉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은 앞으로 SIRTF나 Astro-F와도 상호보완적인 면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천문연구원과 카이스트, 미국 버클리대가 공동 제작해 우리나라 과학위성 1호에 싣게 될 원자외선 분광기(FIMS, Far-ultraviolet Imaging Spectrograph)는 자외선 영역에서 우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위성에 실리는 최초의 우주관측기기라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