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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꿈틀거리는 미니 태양계 목성

위성에서 2백km 치솟는 화산분출물 발견

목성은 화성과 소행성대 너머에 있는 태양계 최대 행성이다. 우주과학의 발전과 함께 원거리 항해기술이 마련되자 목성행 탐사선이 파견되기 시작했다. 목성과 위성들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탐사여정을 좇아가보자.


목성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제2의 태양이 됐을 것이라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사실 현재보다 50-1백배 정도나 몸집을 불려야 가능한 가정이다. 체급으로만 본다면 목성은 태양에 비할 수 없다. 하지만 태양계 형성 초기에 70%에 달하는 물질을 혼자 독차지한 행성답게 주변 위성과 함께 ‘미니 태양계’를 형성하고 있다.

태양계 속의 미니 태양계를 최초로 발견한 이는 3백98년 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갈릴레이는 이탈리아 파도바의 집 정원에서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과 위성을 확인하고 태양계의 구조를 유추했던 것이다. 그 후 목성에 대해서만 1690년에 조반니 카시니가 자전속도를 측정하고, 1950-60년대에는 전파관측으로 자기장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일부분만이 지상 관측을 통해 밝혀졌을 뿐, 위성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형편이었다. 단지 다른 행성의 위성(달이나 화성의 위성)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1960년대 내행성에 대한 우주탐사가 미국과 옛소련의 경쟁 속에 이뤄졌지만 외행성에 대해서는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절호의 기회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1백75년만에 돌아오는 외행성의 직렬 현상이 1970년대 후반에 있을 것으로 예측된 것. 독특한 행성 배열로 볼 때 각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증가시킨다면, 당시의 우주기술만으로도 한대의 탐사선이 비교적 단시간에 여러 외행성을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놓친다면 2155년까지 기다려야할 판. 미국은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보이저 계획’(Voyager Project)으로 축소됐다. 미국은 1960년대에 행성 중력을 탐사선 비행의 도우미로 활용하는 신비행 기술을 수성탐사선 마리너 10호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갈릴레오 탐사선에 의해 표면 밑에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예 측된 유로파 위성. 유로파는 생 물체를 창조∙유지시킬 수 있 는 화학반응에 충분한 에너지 를 목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 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구 밖의 바다 존재 감지한 갈릴레오

미국은 보이저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보이저 탐사선이 화성 너머 우주공간에서 겪게 될 위험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했다. 이에 좀더 값싼 소형 탐사선을 보이저가 지나갈 경로에 파견, 보이저가 겪을 위험을 미리 체험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선발대로는 성능이 입증된 파이어니어 탐사선을 개조해 2대(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를 마련했다. 이 탐사선에는 10여개의 과학장비가 부착됐지만 이들의 주관측대상은 우주먼지, 방사능, 자기장 등 우주공간과 행성주변환경에 집중됐다. 1972년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가 목성으로 가기 위한 첫번째 관문은 돌과 먼지의 위협으로 가득 찬 폭 2억8천만km의 소행성대. 파이어니어는 우려와 달리 60여개의 작은 먼지와 미미한 충돌만 한 채 6개월에 걸쳐 소행성대를 무사히 통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두번째 관문은 지구의 약 2만배나 되는 목성의 방사능. 탐사선의 전자장비가 손상돼 일부 사진자료가 분실되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과 1974년 근접 비행(13만km까지 최근접)을 통해 행성주변뿐 아니라 목성의 대적반과 극지역, 그리고 위성을 최초로 탐사했다.

성공적인 파이어니어의 체험은 보이저의 설계에 반영됐다. 1977년 보이저 1·2호는 장도에 올라 1979년 연달아 목성에 20만km까지 접근, 스쳐지나가며 5만장이 넘는 사진을 촬영하고 관측했다. 목성의 이력서를 새로 쓴 업적에는 희미한 목성 고리의 발견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큰 업적은 이오 위성에서 분출물이 2백km나 솟아오르는 화산활동의 현장을 뜻밖에 생생히 목격한 것. 지구 밖에서 생동하는 지각을 가진 천체를 최초로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이 발견은 태양계를 좀더 다이내믹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목성의 다른 위성에서도 놀라운 발견이 이어졌다. 미니 태양계는 태양계처럼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미국은 목성에 머물며 전문적으로 탐사할 궤도선과 대기 진입선이 결합된 갈릴레오 계획을 추진했다. 원래는 갈릴레오 탐사선을 1982년에 발사, 직항로를 따라 1985년에 도착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주왕복선과 발사로켓의 문제, 설계 변경 등 내우외환이 겹쳐 계획이 여러번 연기되다 1989년에야 탐사선이 발사됐다. 또 발사로켓의 추진력이 부족해 우회로를 택하다보니 비행시간은 계획의 2배인 6년이나 소요됐다. 부족한 추진력은 금성과 지구를 돌며 구걸해야만 했고, 지구 접근 시에는 동력인 핵전지 추락을 우려한 환경단체로부터 고향 행성에 접근하는 일조차 봉쇄당할 뻔한 수모를 겪어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구와 교신해야 할 주안테나가 완전히 펼쳐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도착 전인 1994년에 목성이 혜성을 삼키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고, 도착 후인 1995년에는 보이저의 1백배에 달하는 해상도로 목성을 관측해 새로운 발견을 일궈냈다. 특히 목성 대기로 들어간 진입선은 약 57분간 고열에 의해 녹아 없어질 때까지 대기성분과 물의 존재에 대한 조사를 펼쳤다. 그리고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위성들을 차례로 조사했는데, 특히 유로파, 칼리스토 등에서 액체의 바다가 존재할지 모르는 증거를 찾기도 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룩하고 있는 갈릴레오는 위성과 충돌로 생기는 우주오염이라는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2003년 경 14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목성의 대기 속으로 폐기될 예정이다.

앞으로 미니 태양계에 대한 탐사는 바다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유로파와 같은 위성에 집중될 예정이다. 궤도선뿐 아니라 초소형 잠수함도 보내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을지 모르는 생명체를 찾아볼 것이다. 따라서 목성과 위성들이 만드는 다이내믹한 미니 태양계는 생명체 조사가 주된 21세기 태양계 탐사에서 중요한 목표가 된다.



갈릴레오 탐사선은 우여곡절 끝에 계획이후 18년만인 1995 년에야 비로소 목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장비의 수명을 초월한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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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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