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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보다 더 얇고 가벼울 수 없다

깨지지 않고 둘둘 말리는 플렉서블 모니터

정보통신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언제 어디서나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회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술과 나노기술,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이 서로 융합함으로써 정보처리, 저장, 통신 기기는 점차 작아지면서 휴대하기에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전자정보기기를 이어주는 인터페이스인 디스플레이는 더욱 높은 해상도와 대화면을 요구하는 추세여서 정보기기의 소형화 시대로 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종이처럼 얇고 가벼우면서 깨지지 않고 둘둘 말아 갖고 다닐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말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벽뿐 아니라 자동차의 계기판이나 등받이에도 부착할 수 있어 얼마든지 큰 화면의 무선 인터넷을 즐기게 해준다. 또한 부드러운 옷에도 설치할 수 있는 입는 컴퓨터를 실현시킬 수 있다.

이 꿈은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 미국인 앨런 히거 교수와 앨런 맥더미드 교수, 그리고 일본인 히데키 시라카와 교수가 폴리아세틸렌 필름에 할로겐 원소를 도핑했더니 전기전도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술이 유기물을 통해 가능하게 됐다. 구리와 같은 전기를 잘 통하는 도체, 실리콘과 같이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게도 조절할 수 있는 반도체, 플라스틱과 같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를 모두 유기물로 쉽고 가볍우며 싼 값에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


비닐을 둘둘 말 수 있듯이 유기물은 둘둘 말 수 있 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실현시켜준다.


공기·물·자외선 차단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는 눈에 보이는 모든 칼라의 화면, 화면의 밝기와 생동감을 조절해주는 스위칭 소자, 소자를 구동시켜주는 회로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얇은 판상으로 만들어져 유리나 실리콘 기판 위에서 합쳐진다.

유기물을 이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같은 구조를 갖는다. 다만 전기를 흐르거나 빛에 의해 다양한 기능을 나타내는 유기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플라스틱 LCD, 전자종이, 유기EL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유기EL 기술을 살펴보기로 하자.

유기EL(EL은 ElectroLuminescene의 약자)은 최근 휴대폰의 바깥창으로 장착됐다. 이 유기EL의 플렉서블 기판은 말 그대로 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층이다. 기판 재료로 이제까지 딱딱한 유리가 쓰였으나 유기물을 사용하면 그 두께를 유리보다 얇게 하면서 대형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볍고 깨지지 않으며 무게가 1/6배로 줄어들어 화면이 커질수록 초경량의 장점을 가져다준다.

이런 점에서 유기물을 이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기판은 아주 중요한 기술이다. 빛이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투명성이 있어야 하고, 더운 여름 자동차 안의 1백℃ 가까운 온도에서 변화가 일어나서는 안되며, 그 위로 전자회로 층을 만드는데 필요한 화학물질에 견뎌낼 수 있는 유기재료의 개발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 유기물 기판을 사용하는데 큰 걸림돌은 수분이나 산소 또는 자외선이다. 일반적으로 유기물은 공기, 물,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광학적으로 변화한다. 이 점은 유기물을 이용한 시스템 개발에 장점이면서도 단점이기도 하다. 특히 수분과 산소에 의해 변성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판을 보호하는 보호층 개발기술은 최근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수분과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보호층에서는 불가피하게 유기물과 함께 무기물이 쓰인다. 예를 들어 스콧 사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30μm 두께로 유리판을 만든다. 그런데 유리는 구부러지거나 떨어뜨리면 깨지기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유연한 기판을 얻기 위해 우리가 흔히 부엌에서 사용하는 랩과 유기물로 둘러싼다. 이 코팅을 기판에 전체적으로 부착시킴으로써 무기물의 높은 차단성과 유기물의 유연성을 동시에 가진 기능성 기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다른 접근방법은 바이텍스 사와 같이 기판 위에 빛에 의해 유연성이 우수한 고분자필름을 만들고 보호특성이 우수한 무기물을 여러번 번갈아가면서 코팅하는 것이다. 고 기능성 재료의 유기물 개발과 함께 투명하고 높은 온도에 의해서도 구겨지지 않으며 보호특성이 우수한 얇은 기판의 재료 개발은 또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중요한 기술임에 틀림없다.
 

(그림)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인 유기EL의 구조


1초에 ${10}^{6}$번 깜빡거리는 소자 개발

디스플레이에서 다양한 색깔을 동영상으로 생동감하게 나타나려면 빛을 내는 발광 부분(화소)를 전기적으로 끄고 켤 수 있어야 하고 또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스위칭 역할을 해주는 박막트랜지스터(Thin Film Transistor, TFT)가 필요하게 된다. 이 스위칭 소자 역시 유기물 재료가 가능하기에 OTFT(Organic Thin Film Transistor)라고 한다.

OTFT는 일반적인 트랜지스터처럼 전기적인 신호를 껐다 켰다 하고 전기를 걸어주는 도체인 게이트, 소스, 드레인의 전극, 전기가 흐르는 통로 역할하는 반도체 층, 그리고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절연체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모든 층에 대해 유기물로 제조가 가능하다. 현재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한 전극,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유기 반도체층(organic semiconducting layer), 분극현상(polarization)이 우수한 절연층은 모두 유기물로 만들어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OTFT의 유기 반도체 층 물질로는 펜타센(pentacene) 등의 다양한 유기 저분자 재료, 싸이오펜(thiophene) 계열, 올리고머 또는 폴리플러렌 고분자(oligomer, poly fluorene), 프탈로시아닌 계열 등이 사용되고 있다. 게이트 절연체로는 일반적으로 유전상수가 크고 절연강도가 높은 무기물을 사용하고 있으나, 최근 유기물인 폴리이미드(PI), 폴리비닐페놀(PVP) 등을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전극 재료로서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온도에 약한 유기물에 금속을 증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도성 고분자인 PANI, PEDOT 등을 사용하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OTFT는 화소를 구성하는 적녹청 3가지 색의 발광소자를 켰다 끄고(점멸비) 전기가 흐르는 양(이동도)을 조절해 각 화소의 빛의 세기를 조절한다. 이때 켜고 끄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 1초에도 수십번 화면이 달라지는 동영상의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용 점멸비가 초당 ${10}^{6}$번 정도여야 한다.

또한 전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빛의 세기 폭이 넓어야 디스플레이에서 총천연색을 좀더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다. 현재 OTFT의 성능은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모니터의 TFT-LCD의 수준을 만족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단위소자 수준으로 실제로 상용화를 위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데 다양한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OTFT 분야는 세이코-엡손, 플라스틱 로직스, 필립스, 듀퐁 등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의 일환으로 차세대디스플레이개발사업단에서 전유기디스플레이(all organic dispaly) 구현을 위한 연구가 추진중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준 유기물의 결정적인 매력은 전도성 유기박막에 전기를 걸어주면 유기박막 자체에서 높은 휘도의 빛을 나타내는 점이다. 이를 구현한 것을 유기전기발광소자(Organic Electroluminescence Devices, OLED)라고 한다. OLED는 광효율이 높은 색소를 도핑한 유기물 박막에서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변화시키는데, 낮은 전기를 걸어줘도 높은 빛을 내는 특성을 갖는다.

현재는 20인치급 구현


유기EL은 현재 20인치급까지 구현되고 있다. 사진은 코닥과 산 요가 공동으로 개발한 유기EL 디스플레이.


OLED에 사용되는 유기물의 종류는 여러 기능을 갖는다. 양극, 음극으로부터 주입된 전하(정공 또는 전자)를 전달해주는 정공주입층과 전자주입층은 많은 전하를 발광층에 전달해야 한다. 빨강, 파랑, 녹색 등 다양한 빛깔을 만들어내는 발광층은 색순도가 우수하고 선명한 빛을 내야 한다.

외부의 양극과 음극에서 전기를 걸었을 때 정공을 전달하는 투명한 양극, 전자를 전달하는 음극은 이제까지 무기물이 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최근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PEDOT, PANI 등과 같은 유기물을 통해 전극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유기물 소재의 개발은 전유기디스플레이 기술의 개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기EL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대화면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분야로 시도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20인치급이 구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60인치급 연구가 정부의지원 아래 진행중이다.

200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도이미 플라스틱표시소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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