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노래방 문화는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고 있다. 공식 기록은 없으나 노래방 업계에서는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을 최초로 본다. 가라오케 기계를 개조해 번호를 눌러 노래를 선택하고, 자막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한국식 노래방을 선보였다. 이전에도 레이저디스크로 반주를 틀고 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본식 ‘가라오케’가 있었지만 번호를 누르면 반주가 나오는 노래방은 1991년이 처음이었다.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주기도 진보했다.
반주기의 변화를 이끈 저장매체
초기 반주기 음악은 단순한 미디(MIDI)에서 시작했으나 차츰 웨이브를 탑재하면서 반주 음악다운 모습을 갖췄다. 지금은 압축 음원인 MP3가 보편화돼 반주기에서도 좋은 음질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도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 변화했듯이 SD수준의 저화질 영상에서 HD영상으로 변화돼 반주기도 성숙과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반주기의 진보는 어떤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기기에 탑재하고, 이를 원활히 재생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국 대용량의 콘텐츠를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4세대 반주기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는 결국 저장 매체에 따른 진보다.
1세대 반주기는 롬(ROM)기반으로 만들었다. 1990년대 초반에 많이 썼다. 미디를기반으로 한 저용량 저장 공간을 사용한 반주기로 영상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외부에서 영상을 별도로 입력해 재생했다. 숫자 버튼과 숫자 카운터만 있는 간단한 타입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아마도 30대 이상의 독자는 한 번쯤 동전을 교환해 반주기에 넣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CD가 보편화되면서 2세대 CD반주기를 1990년대 중후반 노래방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CD 한 장에 800MB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는데, CD 5장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반주기가 개발됐다. 음성 코러스가 지원됐고, 영상도 스틸 사진과 저용량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하드디스크를 사용한 3세대 반주기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 개발됐다. 80~100GB의 저장 공간이 확보된 하드디스크에 음악과 영상을 넣어 뮤직비디오와 가수의 라이브 영상을 반주기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반주기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500GB부터 1TB가 넘는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사용한 4세대 반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고급 미디 음원 및 MP3를 기반으로 한 멀티채널 음악과 HD영상이 본격적으로 반주기에 실렸다. 4세대 반주기는 본격적으로 HD영상을 보여줬고, 반주기 앞에 LCD화면을 달아 대형 모니터와 별도로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노래방 반주기의 역사는 기술 발달의 역사와 함께한다. 최신 IT기술이 노래방 반주기로 흡수된다.]
컴퓨터 음원이 아닌 실제 악기 반주
노래 반주는 다양한 악기로 화려하게 연주하는 음원이 등장해 더욱 고급화되고 있다. 반주 음악을 재생하는 미디는 초창기 단일 화음에서 64화음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저장 메모리가 확장되자 여러 악기의 소리를 담는 사운드뱅크도 대용량으로 변화돼 실제 음악과 같은 미디가 탄생했다. 그리고 MR이라는 음원이 탑재됐다. 원래 MR이란 실제 악기로 제작된 가수들의 원곡 반주를 의미한다. 이제 반주기에 들어 있는 음악은 40여 명이 연주한다. 이렇게 녹음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음정 표현이 가능하다. 곡이 가진 표준 음정을 기준으로 여자 또는 남자 표준 키에 맞춰 반 음정씩 12음정까지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고 나서 가장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채점이다. 점수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마이크에 큰 소리를 지르면 점수가 더 잘 나온다는 소문이다. 사실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창기 반주기는 점수가 임의로 나와 운이 좋으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뒤 마이크의 소리 크기를 재 점수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노래를 부를 때 음정과 박자를 정확히 맞춰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반주기에서 실시간으로 음정과 박자를 측정하고, 전체 평균치를 계산해 최종 점수에 반영한다. 이제는 가짜 점수가 아닌 진정한 정밀 채점이 가능하다. 그리고 최신 반주기에는 ‘악보 표출 기능’이 있어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연습할수 있다.
20년 동안 반주기는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스트리밍서비스 받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아마도 머지않아 반주기의 스트리밍서비스도 본격화돼 언제 어디서든 최신곡을 바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3D 영상이 본격 지원되면 실제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