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73년 7월 28일 거미가 처음 우주로 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한 여고생의 제안 덕분에 탑승의 행운을 잡은 2마리의 거미 아니타와 아라베라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중력 공간에서 집을 짓는 것. 무중력 환경이 생체의 중앙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이 실험에서 거미들은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훌륭한 거미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거미는 최근에도 다시 한번 우주로 향했는데, 아쉽게도 지난 2월 공중에서 폭발한 컬럼비아호의 희생자에 포함됐다. 물론 우주탐험에 뛰어든 동물은 거미뿐만이 아니다.
우주로 신혼여행 떠난 송사리
지금까지 원숭이, 침팬지, 개, 쥐, 도마뱀, 물고기 등 수많은 동물이 우주로 향했다. 우주에서의 동물실험은 우주라는 특수 환경에 처한 생명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우주비행중 생기는 병에 대처하기 위한 우주의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우주개발초기 동물은 인간에 앞서 단순한 생존실험용으로 탄도탄에 실려 대기권 밖으로 보내졌다. 이들의 임무는 살아 돌아오는 것뿐이었으나 결코 쉬운 임무가 아니었다. 1948년 미국은 벵골원숭이 알버트를 독일에서 압수한 V-2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안타깝게 최초의 동물우주비행사 알버트는 우주선에서 사망한 최초의 생명체가 되고 말았다. 그후 1958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은 동물우주비행을 7번이나 시도했지만, 어떤 동물도 산 채로 귀환시키지 못했다. 옛소련은 1951년부터 개, 쥐 등에 대해 탄도비행중의 생존실험만 해오다가 1957년 11월 3일 스푸트니크 2호로 궤도비행을 시도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탑승한 영광의 동물우주비행사는 쿠드랴프카(조그만 곱슬머리 암컷이란 뜻)란 개였는데, 라이카라는 품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 쿠드랴프카가 우주에서 1주일 정도 생존한 후 귀환방법이 없어 독살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10월에는 발사 5-7시간만에 기내 과열과 산소부족으로 공포에 버둥대다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동물의 무사귀환은 1959년 5월에야 겨우성 공할 수 있었다. 미육군의 중거리 탄도탄을 개조한 주피터 로켓에 탑승한 벵골원숭이 에이블과 다람쥐원숭이 베이커가 그 주인공. 이들은 약 4백80km상공까지 비행한 다음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이것은 탄도비행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우주비행을 한 것은 아니었다.
지구를 일주하는 궤도비행에서 살아돌아온 동물은 옛소련의 우주견이었다. 1960년 8월 스푸트니크 5호에 탑승한 스트렐카와 벨카라라는 2마리의 개는 지구궤도를 17바퀴 돈 다음 귀환함으로써 지구궤도 비행 후 살아돌아온 최초의 생명체가 됐다. 1961년 3월에는 한달 후 있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대한 리허설이 있었다. 개 한마리와 실물크기 인형이 스푸트니크 7호에 실려 우주로 간 후 무사히 귀환했던 것이다.
한편 미국도 유인비행의 리허설을 준비했다. 개에 비해 초보적인 기계조작도 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원숭이와 침팬지 20마리가 선발돼 45명의 수의사와 전문가로부터 훈련받았다. 임무의 숙련도에 따라 이들에게는 상으로 사탕이, 벌칙으로는 전기쇼크가 주어졌다. 훈련을 통해 4마리의 원숭이와 2마리의 침팬지가 우주비행사로 최종 선발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최초의 유인우주선 머큐리 발사에 앞서 우주비행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1961년 1월 4살짜리 침팬지 햄을 우주로 발사했다. 지구로 무사 귀환한 햄의 건강을 진단한 다음 NASA는 유인비행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동물의 우주비행은 미소 양국의 유인우주비행이 본격화되면서 잠시 주춤해졌다.
1960년 중반이 되자 NASA는 아폴로 이후의 계획으로 우주정거장과 화성탐사를 대비해 장기우주체류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동물을 우주로 보내기 시작했다. 1966년부터 1969년까지 동물을 태운 3대의 바이오위성이 발사됐으나,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특히 1969년 바이오위성 3호에서는 원숭이가 30일 간 우주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발사 직후 스트레스로 인해 불과 8일만에 중도 귀환하고 말았다. 이 시기 옛소련은 2마리의 개를 당시 최장 우주체류기간인 22일 간이나 지구궤도에 머물게 했고, 거북을 달까지 보냈다가 다시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기도 했다. 분명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한 사전 동물실험이었으나, 옛소련은 달로켓의 개발 실패로 유인비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반면 미국은 달로켓이 개발되자 동물실험을 생략하고 용감하게 인간을 달로 보냈다. 대신 1972년 12월에 발사된 미국의 마지막 달탐사선 아폴로 17호에는 포켓생쥐가 탑승했는데, 방사능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간 동반 비행하고 돌아왔다.
1973년 7월에는 우주실험실 스카이랩에 거미를 비롯한 버들붕어 등이 우주실험에 참가했다. 이후 화물공간이 넓은 우주왕복선이 등장하자 다양한 동물에 대한 우주실험이 본격화됐다. 1985년 10월 발사된 챌린저호에는 48마리나 되는 쥐, 4마리의 벵골원숭이 등이 실렸으며 실험장비의 절반이 동물실험에 이용돼 그야말로 ‘우주동물원’이 됐다. 1994년 7월 컬럼비아호에서는 우주멀미에 강한 송사리 4마리가 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산란에 성공해 8마리의 새끼송사리가 우주에서 태어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