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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계조상 발견

아프리카 기원설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

현재 전세계의 다양한 인종은 하나의 어머니로부터 기원됐을까, 아니면 여러 어머니로부터 기원됐을까. 이같은 고인류학계 최대 쟁점에 확정적인 답을 줄 수 있는 화석이 발견됐다. 지난 6월 12일자 ‘네이처’에는 현생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유골 중 가장 오래된 16만년 전 두개골 화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최근 네이처 표지기사를 장식한 호모사피엔스 두개골 화 석. 현생 인류의 직계조상 유골로는 가장 오래된 16만년 전의 것이다.


화석과 DNA분석의 4만년 공백

고인류학자는 지난 한세기 동안 현생인류의 직계조상이 과연 언제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두가지 주장을 놓고 대립해 왔다.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이 바로 그것.

다지역 기원설은 약 1-2백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건너온 인류의 조상이 세계각지에서 제각기 진화해왔다는 주장이다. 즉 여러 어머니로부터 오늘날의 인류가 생겨난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 기원설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출현한 호모사피엔스로부터 현생인류가 기원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10-15만년 전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종전에 살고 있던 각 지역의 고인류들을 멸종시켰다는 것이다.

최근 DNA분석법이 고인류학에 동원되면서 아프리카 기원설에 좀더 많은 힘이 실리고 있다. DNA분석법을 통해 세계 여러 지역의 인종을 조사해본 결과, 각 지역에 분포했던 여러 지역의 호모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연관이 없으며, 현생인류의 직계조상은 약 17만년 전 아프리카인이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DNA분석의 결과가 아프리카 기원설의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현생인류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두개골은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약 13만년 전 것이기 때문이다. 즉 DNA 분석결과와 시간적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네이처’에 발표된 두개골 화석은 16만년 전에 살았던 호모사피엔스이기 때문에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이번 화석을 발굴한 미국과 에티오피아 연구팀은 이 두개골 화석에 ‘연장자’라는 뜻을 가진 고대어인 ‘이달투’라고 이름을 붙였다.

1997년 연구팀은 에티오피아 아와시강 유역 헤르토 계곡에서 성인의 두개골 2개, 어린아이 두개골 1개를 발굴했다. 연구팀이 발굴된 두개골 조각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온전한 모양을 갖추는데만 3년이 걸렸다. 이 두개골 모습을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6천여개의 두개골 화석과 해부학적으로 비교한 결과 호모사피엔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현대인의 둥근 두개골, 튀어나온 이마, 평평한 얼굴, 좁은 눈썹 모습을 갖고 있다. 반면 호모사피엔스보다 앞서 출현한 호모에렉투스와의 유사한 점도 보인다. 눈구멍이 크고, 치아가 튀어나왔고, 머리 뒤쪽이 길이가 짧다는 것. 이같은 해부학적 구조는 현생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동연구팀이 풀어야 했던 또다른 중요한 문제는 이 두개골의 정확한 연대를 밝히는 일이었다. 정밀한 연대측정법에는 아르곤40-아르곤39 동위원소법이 쓰이는데, 불안정한 아르곤39가 방사성 붕괴를 거치면서 안정한 상태인 아르곤40으로 변하는 시간적 비율을 이용한다. 즉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 속에 이 두 원소의 비율을 조사함으로써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두개골이 발견된 주변에서 1백여개의 지층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동물의 화석과 광물 결정에서 아르곤40과 아르곤39를 추출했다. 그 결과 이들의 연대가 16만-15만4천년 전으로 밝혀졌다.

한편 공동연구팀은 두개골이 발견된 주변 지층 속 화석과 석기유물을 통해 당시 현생인류의 생활상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지층에서 하마와 물소의 화석이 발견됐다. 이는 16만년 전 아프리카인이 석기를 이용해 이 동물들을 잡아먹었다는 의미다.

발견된 석기유물은 당시의 문화가 고대 구석기와 중기 구석기 중간단계라는 점을 보여줬다. 즉 단순히 돌을 깨서 사용한 고대 구석기 시대의 석기, 그리고 깬 돌을 이용해 다른 돌에 날을 만든 중기 구석기 시대의 석기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발견된 두개골에서 독특한 흔적을찾아냈다. 어른의 얼굴뼈에서 피부를 떼어낸 듯한 긁힌 자국이 나타났고, 어린아이의 두개골은 반질반질했다. 이에 대해 당시의 인류 조상이 일종의 장례의식을 거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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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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