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DNA 이중 나선 구조가 발견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인류는 DNA 이중 나선 구조를 해명하면서 생명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를 갖게 됐고,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됐다.
1953년 영국의 유명한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DNA 구조에 관한 글은 생명과학 혁명의 신호탄이었으며, 과학과 문명의 변화 중심에서 50년이 지난 오늘날 인류의 정체성을 바꿔 놓았다.
‘DNA를 향한 열정’은 DNA 이중 나선의 발견자 왓슨의 연구 활동과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왓슨이 1968년부터 근무해온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에서 펴낸 글모음집으로, 1960년대부터 30여년간 왓슨이 쓴 글 중에서 그의 삶과 생명과학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글을 모아 엮었다.
천재 과학자의 삶과 생각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의외로 차가운 느낌을 준다. 왓슨의 휴먼스토리 ‘자전적 비행’에서 시작해, DNA를 둘러싼 여러 논쟁을 실은 ‘재조합 DNA 논쟁’, 과학의 본질과 실태를 다룬 ‘과학 정신’, 암 연구 과정을 소개한 ‘암과의 전쟁’, 그리고 유전자 연구의 의미를 살핀 ‘인간 유전체 계획의 사회적 의미들’ 등 다섯 주제 속에 생명과학의 역사를 얼음처럼 투명하게 정리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책은 뜨겁다. 왓슨은 실험실에 머물며 연구에만 몰두한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 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논쟁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펼쳐보였다. 생명과학의 역사를 다룬 다른 책과 이 책을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런 왓슨의 과학에 대한 불꽃 같은 열정이 담겨있다는데 있다.
왓슨은 오늘날 과학계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유전자 조작과 인간 복제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편에 서서 과학의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왓슨이 분자생물학 시대를 열고 생명과학의 발전을 이뤄냈다면, 생명과학의 발전을 지속시켜 나가면서도 생명윤리를 지켜내는 일은 앞으로의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몫일 것이다.
DNA 이중 나선 구조 발견은 20세기에 인류가 이룩해낸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세기의 지적 분수령이 된 대발견은 겨우 20대였던 청년 왓슨이 이룬 성과였다. 왓슨은 그 성취가 한달 동안 자신을 기쁘게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앞서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
원래 새를 좋아했던 왓슨은 동물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시절 에르빈 슈뢰딩거가 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생물학 연구에 몰두했다. 왓슨과 함께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크릭 역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물리학과 화학의 개념을 사용해 생물학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왓슨의 ‘DNA를 향한 열정’은 이 시대 과학인들에게 그 이상의 감동과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