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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도박과 알코올 중독 같은 생리현상

‘올인’에 빠져들면 병원 가야 한다?

제주도의 호텔 카지노. 최근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드라마 ‘올인’의 배경이다. 올인(all-in)은 도박을 할 때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한번에 배팅하는 것을 뜻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인하가 거액의 돈이 오가는 카지노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장면을 보면 한번쯤 “올인!”을 외치며 일확천금을 노려보고 싶어진다. 이 드라마 덕분에 젊은층에서 카지노 딜러 지망생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로또 복권이 등장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복권도 카지노와는 또다른 형태의 도박이다.

도박은 인류의 생활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유희다. 인류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도박을 했는지에 대해 많은 가설들이 있다. 고대인들이 풍년과 다산을 위해 종교적 제사 의식을 했던 것으로부터 도박이 유래했다는 가설이 그 중 한가지다. 예를 들면 최고의 신 제우스를 위해 열린 고대 올림픽 게임에서도 주사위와 게임판을 이용한 놀이가 행해졌다고 한다. 또한 도박에 대한 기록은 인류 초기문명의 자료에서도 보인다. 왕이 도박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왕국뿐만 아니라 아내마저 잃었다는 내용이 고대 인도의 경전에 수록돼 있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도박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명절 때 친지나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하는 놀이 중에 윷놀이나 화투와 같이 내기의 성격을 갖는 것이 많다. 실제로는 도박이라는 유희가 일상생활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최근 스포츠의 여러 종목들이 프로화되면서 관객들은 승부에 돈을 거는 내기를 한다. 이로써 내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 심리 때문에 경기가 더 흥미로워진다. 또한 스포츠 단체에도 상당한 수입을 안겨주게 됐다. 카지노, 경마와 같은 합법적인 도박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도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나친 도박은 의학적 질환이다

적당한 선을 넘어 도박에 과도하게 열중하면 중독된다. 당첨이라는 행운만을 믿고 전재산을 복권에 걸어 패가망신하는 도박중독자들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전국적인 도박열풍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도박중독이다.

도박중독의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병적도박’(pathological gambling)이다. 즉 병적도박도 고유한 진단 특징, 경과, 예후(병의 경과나 결말을 미리 아는 것)를 갖는 의학적 질환이다. 미국 의대 정신과 교과서인 ‘정신의학개론(9개정판)’에 따르면, 병적도박으로 진단을 받은 사례가 미국 전체 인구의 3%를 차지하며, 청소년과 대학생에서는 2.8-8% 정도다. 또한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의 사례가 많고 도박이 합법화된 곳에서 병적도박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카를로스 블랑코 박사는 2000년 학술지 ‘중추신경계 약물’에서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그와 동시에 병적도박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도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인구의 1% 정도가 병적도박 증상을 나타낸다고 봤으나, 2002년 국회 국정조사에 제출된 마사회와 강원카지노 자료에서는 7.3-9.3%까지로 조사됐다. 사회적으로 도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병적도박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사기, 강도, 폭력과 같은 각종 범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병적도박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피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는 일상적 유희로서의 도박과 병적도박을 혼동한다는데 있다. 즉 병적도박이 당사자의 성격 또는 자제력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 의학적 ‘질환’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물중독과 비슷한 기준으로 진단

일반적으로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도박에 ‘중독’(addiction)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병적도박은 현재 여러가지 정신장애 질환군 중 중독질환군이 아니라 ‘충동장애’라는 질환군으로 분류돼 있다. 충동장애질환군에는 병적도박 외에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이 나타나는 절도광,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이 나타나는 방화광, 머리털이나 체모를 뽑아내려는 충동이 특징인 발모광이 포함돼 있다. 충동장애 환자들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지 못한다. 이들은 충동적 행동을 저지르기 전까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일단 행동으로 옮기면 쾌락감, 만족감 또는 긴장으로부터의 해방감을 경험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은 중독이라는 용어를 신체적 의존을 유발하는 물질, 즉 알코올과 같은 약물에 의한 증상에만 사용해 왔다. 그런데 도박이라는 ‘행위’ 때문에 생기는 병적도박을 진단하는 기준은 ‘약물 또는 물질’ 때문에 생기는 물질중독을 진단하는 기준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 정신과 학회에서 제정한 정신과 질환의 진단기준(DSM-IV, 표)에 따라 진단항목들 중 다섯개 이상에 해당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보이면 병적도박으로 진단한다.

약물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사용해 인지적·행동적·생리적으로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 물질중독이다. 약물을 원하는 욕구가 강하고, 약물 사용에 대한 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거나, 약물을 끊었을 때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동일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점차 많은 양의 약물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물질중독을 진단하는 핵심기준이다.

병적도박 환자도 이런 증상을 보인다. 즉 도박을 지나치게 원하고, 한번 도박을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잃기 전에는 일어나기가 쉽지 않거나, 점차 도박에 거는 돈의 액수가 커지며, 도박장을 나온 후 두통·불안초조감·불면과 같은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이렇듯 약물 또는 물질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물질중독과 도박이란 행위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병적도박이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지능은 정상, 판단력에 문제

컬럼비아 의대 블랑코 교수는 2001년 ‘임상신경정신의학 세미나’에서 물질중독과 병적도박을 같은 질환군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물질중독과 병적도박이 모두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두배 더 많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물질중독과 병적도박이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즉 병적도박 환자가 알코올과 같은 약물에 중독된 상태인 사례가 많다. 특히 병적도박 환자의 85%가 담배에 중독돼 있었다고 보고됐다. 셋째 소아나 청소년에게 흔한 질환인 ‘집중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서도 많은 경우 병적도박과 물질중독의 문제가 함께 나타났다. 이런 환자들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며 산만하다.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쉽게 울거나 웃는다. 또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이다. 넷째 집중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에서 볼 수 있듯이 병적도박과 물질중독의 공통 요소가 충동성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 마르크 포텐자 박사는 병적도박 환자에게 도박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고 대뇌 전두엽과 변연계(limbic system)의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을 통해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코카인 중독환자에게 약물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하는 영상을 보여줬을 때 변화가 나타난 위치와 같은 곳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 마운틴 시나이 병원의 에릭 홀렌더 박사는 병적도박 환자가 블랙잭 게임을 하는 동안 양전하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했다. 단순한 카드놀이로 게임할 때와 1백달러를 걸고 게임할 때 두뇌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홀렌더 박사는 이때 나타난 현상이 알코올중독 환자가 콜라병과 위스키병을 봤을 때 두뇌의 활동력이 높아진 반응과 각각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병적도박 환자는 정상적인 지능과 기억력을 갖고 있으며 통상적인 임상심리검사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즉각적인 만족만을 취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등 판단결정력에 문제가 나타난다. 그 이유는 두뇌 전전두엽 일부분의 기능에 이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이 어떤 원인으로든 전전두엽 부위에 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판단결정력에 문제가 생긴다. 약물중독의 경우에도 역시 유사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뇌는 도박과 약물을 구분하지 않는다

병적도박이 물질중독과 같은 양상을 보이게 하는 생리적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요인은 바로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은 인접한 신경세포에게 신경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은 기억력, 통증, 감정 변화를 조절하는 물질로 방화, 자살, 폭력과 같은 충동적인 행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같은 충동장애인 병적도박도 세로토닌의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마운틴 시나이 병원 데카리아 박사 연구팀은 1996년 ‘임상정신의학저널’에서 병적도박 환자의 경우 세로토닌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 또는 감소해 있었다고 보고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싸워야 할 때처럼 충동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많이 분비되는 물질이다. 미국 아이오와의대 로이 박사 연구팀이 1989년 ‘일반정신의학기록’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적도박이 노르아드레날린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


(그림)도박과 약물에 의한 뇌 변화^제주도의 호텔 카지노. 최근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드라마 ‘올인’의 배경이다. 올인(all-in)은 도박을 할 때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한번에 배팅하는 것을 뜻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인하가 거액의 돈이 오가는 카지노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장면을 보면 한번쯤 “올인!”을 외치며 일확천금을 노려보고 싶어진다. 이 드라마 덕분에 젊은층에서 카지노 딜러 지망생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로또 복권이 등장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복권도 카지노와는 또다른 형태의 도박이다.  도박은 인류의 생활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유희다. 인류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도박을 했는지에 대해 많은 가설들이 있다. 고대인들이 풍년과 다산을 위해 종교적 제사 의식을 했던 것으로부터 도박이 유래했다는 가설이 그 중 한가지다. 예를 들면 최고의 신 제우스를 위해 열린 고대 올림픽 게임에서도 주사위와 게임판을 이용한 놀이가 행해졌다고 한다. 또한 도박에 대한 기록은 인류 초기문명의 자료에서도 보인다. 왕이 도박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왕국뿐만 아니라 아내마저 잃었다는 내용이 고대 인도의 경전에 수록돼 있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도박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명절 때 친지나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하는 놀이 중에 윷놀이나 화투와 같이 내기의 성격을 갖는 것이 많다. 실제로는 도박이라는 유희가 일상생활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최근 스포츠의 여러 종목들이 프로화되면서 관객들은 승부에 돈을 거는 내기를 한다. 이로써 내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 심리 때문에 경기가 더 흥미로워진다. 또한 스포츠 단체에도 상당한 수입을 안겨주게 됐다. 카지노, 경마와 같은 합법적인 도박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도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나친 도박은 의학적 질환이다  적당한 선을 넘어 도박에 과도하게 열중하면 중독된다. 당첨이라는 행운만을 믿고 전재산을 복권에 걸어 패가망신하는 도박중독자들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전국적인 도박열풍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도박중독이다.  도박중독의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병적도박’(pathological gambling)이다. 즉 병적도박도 고유한 진단 특징, 경과, 예후(병의 경과나 결말을 미리 아는 것)를 갖는 의학적 질환이다. 미국 의대 정신과 교과서인 ‘정신의학개론(9개정판)’에 따르면, 병적도박으로 진단을 받은 사례가 미국 전체 인구의 3%를 차지하며, 청소년과 대학생에서는 2.8-8% 정도다. 또한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의 사례가 많고 도박이 합법화된 곳에서 병적도박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카를로스 블랑코 박사는 2000년 학술지 ‘중추신경계 약물’에서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그와 동시에 병적도박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도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인구의 1% 정도가 병적도박 증상을 나타낸다고 봤으나, 2002년 국회 국정조사에 제출된 마사회와 강원카지노 자료에서는 7.3-9.3%까지로 조사됐다. 사회적으로 도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병적도박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사기, 강도, 폭력과 같은 각종 범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병적도박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는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피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는 일상적 유희로서의 도박과 병적도박을 혼동한다는데 있다. 즉 병적도박이 당사자의 성격 또는 자제력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 의학적 ‘질환’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물중독과 비슷한 기준으로 진단  일반적으로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도박에 ‘중독’(addiction)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병적도박은 현재 여러가지 정신장애 질환군 중 중독질환군이 아니라 ‘충동장애’라는 질환군으로 분류돼 있다. 충동장애질환군에는 병적도박 외에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이 나타나는 절도광,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이 나타나는 방화광, 머리털이나 체모를 뽑아내려는 충동이 특징인 발모광이 포함돼 있다. 충동장애 환자들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지 못한다. 이들은 충동적 행동을 저지르기 전까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일단 행동으로 옮기면 쾌락감, 만족감 또는 긴장으로부터의 해방감을 경험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은 중독이라는 용어를 신체적 의존을 유발하는 물질, 즉 알코올과 같은 약물에 의한 증상에만 사용해 왔다. 그런데 도박이라는 ‘행위’ 때문에 생기는 병적도박을 진단하는 기준은 ‘약물 또는 물질’ 때문에 생기는 물질중독을 진단하는 기준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 정신과 학회에서 제정한 정신과 질환의 진단기준(DSM-IV, 표)에 따라 진단항목들 중 다섯개 이상에 해당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보이면 병적도박으로 진단한다.  약물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사용해 인지적·행동적·생리적으로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 물질중독이다. 약물을 원하는 욕구가 강하고, 약물 사용에 대한 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거나, 약물을 끊었을 때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동일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점차 많은 양의 약물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물질중독을 진단하는 핵심기준이다.  병적도박 환자도 이런 증상을 보인다. 즉 도박을 지나치게 원하고, 한번 도박을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잃기 전에는 일어나기가 쉽지 않거나, 점차 도박에 거는 돈의 액수가 커지며, 도박장을 나온 후 두통·불안초조감·불면과 같은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이렇듯 약물 또는 물질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물질중독과 도박이란 행위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병적도박이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지능은 정상, 판단력에 문제  컬럼비아 의대 블랑코 교수는 2001년 ‘임상신경정신의학 세미나’에서 물질중독과 병적도박을 같은 질환군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물질중독과 병적도박이 모두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두배 더 많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물질중독과 병적도박이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즉 병적도박 환자가 알코올과 같은 약물에 중독된 상태인 사례가 많다. 특히 병적도박 환자의 85%가 담배에 중독돼 있었다고 보고됐다. 셋째 소아나 청소년에게 흔한 질환인 ‘집중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서도 많은 경우 병적도박과 물질중독의 문제가 함께 나타났다. 이런 환자들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며 산만하다.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쉽게 울거나 웃는다. 또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이다. 넷째 집중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에서 볼 수 있듯이 병적도박과 물질중독의 공통 요소가 충동성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 마르크 포텐자 박사는 병적도박 환자에게 도박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고 대뇌 전두엽과 변연계(limbic system)의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을 통해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코카인 중독환자에게 약물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하는 영상을 보여줬을 때 변화가 나타난 위치와 같은 곳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 마운틴 시나이 병원의 에릭 홀렌더 박사는 병적도박 환자가 블랙잭 게임을 하는 동안 양전하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했다. 단순한 카드놀이로 게임할 때와 1백달러를 걸고 게임할 때 두뇌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홀렌더 박사는 이때 나타난 현상이 알코올중독 환자가 콜라병과 위스키병을 봤을 때 두뇌의 활동력이 높아진 반응과 각각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병적도박 환자는 정상적인 지능과 기억력을 갖고 있으며 통상적인 임상심리검사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즉각적인 만족만을 취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등 판단결정력에 문제가 나타난다. 그 이유는 두뇌 전전두엽 일부분의 기능에 이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이 어떤 원인으로든 전전두엽 부위에 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판단결정력에 문제가 생긴다. 약물중독의 경우에도 역시 유사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뇌는 도박과 약물을 구분하지 않는다  병적도박이 물질중독과 같은 양상을 보이게 하는 생리적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요인은 바로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은 인접한 신경세포에게 신경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은 기억력, 통증, 감정 변화를 조절하는 물질로 방화, 자살, 폭력과 같은 충동적인 행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같은 충동장애인 병적도박도 세로토닌의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마운틴 시나이 병원 데카리아 박사 연구팀은 1996년 ‘임상정신의학저널’에서 병적도박 환자의 경우 세로토닌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 또는 감소해 있었다고 보고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싸워야 할 때처럼 충동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많이 분비되는 물질이다. 미국 아이오와의대 로이 박사 연구팀이 1989년 ‘일반정신의학기록’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적도박이 노르아드레날린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완치는 어렵지만 방치는 금물  한편 인간의 뇌에는 쾌락과 충동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뇌보상체계’(brain reward system, 변연계의 일부분)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환청이나 환시와 같은 정신현상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호프 시(市) 의학센터의 코밍스 박사 연구팀은 2001년 학술지 ‘임상유전학’에서 병적도박이 과도한 도파민 분비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파민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유전자가 중독 메커니즘에 밀접하게 관여한다고 보고했다.  병적도박의 치료에는 전통적으로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방법이 사용됐다. 단주모임이나 단도박회와 같이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다행히도 최근에는 효과적인 약물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의대 김석원 교수는 알코올 중독과 헤로인 중독 환자에게 사용되는 아편류의 작용을 막는 약물인 날트렉손(naltrexone)이 병적도박 환자의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2001년 ‘생물정신의학’에 발표했다. 약물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실제로 점점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대뇌활동으로 인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이 행위중독에서도 약물중독과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중요시하고 있다. 충동을 느낄 때 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다. 물질에든, 행위에든 한번 중독이 시작되면 한번의 치료로 평생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완치’는 현대의학수준으로 어렵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자기관리에 노력하면 병적도박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해치거나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치료는 조기에 이뤄질수록 예후가 좋다.  막연한 사회적 편견으로 도박에 중독된 환자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완치는 어렵지만 방치는 금물

한편 인간의 뇌에는 쾌락과 충동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뇌보상체계’(brain reward system, 변연계의 일부분)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환청이나 환시와 같은 정신현상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호프 시(市) 의학센터의 코밍스 박사 연구팀은 2001년 학술지 ‘임상유전학’에서 병적도박이 과도한 도파민 분비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파민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유전자가 중독 메커니즘에 밀접하게 관여한다고 보고했다.

병적도박의 치료에는 전통적으로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방법이 사용됐다. 단주모임이나 단도박회와 같이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다행히도 최근에는 효과적인 약물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의대 김석원 교수는 알코올 중독과 헤로인 중독 환자에게 사용되는 아편류의 작용을 막는 약물인 날트렉손(naltrexone)이 병적도박 환자의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2001년 ‘생물정신의학’에 발표했다. 약물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실제로 점점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대뇌활동으로 인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이 행위중독에서도 약물중독과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중요시하고 있다. 충동을 느낄 때 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다. 물질에든, 행위에든 한번 중독이 시작되면 한번의 치료로 평생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완치’는 현대의학수준으로 어렵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자기관리에 노력하면 병적도박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해치거나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치료는 조기에 이뤄질수록 예후가 좋다.

막연한 사회적 편견으로 도박에 중독된 환자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표) 병적도박의 진단기준(DSM-Ⅳ)

A. 다음 중 다섯개(또는 그 이상) 항목에 해당하는 도박행동이, 비적응적인(자신의 현재 경제적, 직업적 위치와 상황에 맞게 행동하지 못하는) 성격을 띠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1. 과거에 도박을 했던 경험을 계속 떠올리면서 돈을 걸었을 때 승산을 예상하거나 계획하고,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집착한다.

2. 흥분감을 느끼기 위해 돈의 액수를 계속 늘리면서 도박을 하고 싶어한다.

3. 도박을 줄이거나 그만두려는 노력을 해도 계속 실패한다.

4. 도박을 줄이거나 그만두려 하면 안절부절 못하거나 신경과민이 된다.

5. 무기력감, 죄책감, 불안, 우울감 같은 정신적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을 하거나 불쾌한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수단으로 도박을 한다.

6. 도박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장을 찾는다.

7. 도박에 빠진 것을 숨기기 위해 가족, 치료자, 타인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8. 도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폐위조, 사기, 절도, 횡령 등의 범법행위를 한 적이 있다.

9. 도박 때문에 중요한 대인관계가 위태로워지거나 구직, 교육, 출세 등의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10. 도박으로 인한 절망적 재정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린다.

B. 도박행동이 조증 삽화(2주 이상 기분이 고양된 상태가 지속되며 과대망상과 같은 정신병 현상이 나타남)로 인한 것이 아닐 것.

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경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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