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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고엽제 다이옥신 공식발표의 4배

인체 치명적인 유독성 다이옥신은 2배

잠시 잊혀져있던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베트남 전쟁시 사용된 고엽제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4월 17일자 ‘네이처’ 커버스토리로 발표됐다. 과거 추정수치의 10%인 7백만L의 고엽제가 더 살포됐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의 양은 2배라는 결과다.


네이처 최근호에는 종전의 베트 남전에 사용된 고엽제의 양을 전 면 재수정하는 차원의 연구결과 가 발표됐다. 이번 결과를 밝혀 낸 연구팀은 당시 사용된 오렌지, 화이트, 블루 3가지 종류의 고엽제를 따로 분석해서 고엽제 살포 지도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고엽제 환자 5만명

우리나라는 베트남 전쟁에 총 32만명의 국군을 보냈다. 그리고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엽제 환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약 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고엽제에 의한 휴유증이 미국에 비해 거의 20년 뒤늦은 1980년대 후반에야 알려졌기 때문에 실제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고엽제에 의한 영향은 2세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가 더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남의 나라 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국은 1961-1971년 울창한 정글 속에서 신출귀몰하는 베트콩의 은신처와 이동경로를 드러내기 위해 숲을 말라 죽이는 고엽제를 다량으로 뿌렸다. 이때 사용된 고엽제에는 1g으로 2만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불순물로 포함돼 있었다. 다이옥신은 극소량으로도 생식기능과 면역기능을 파괴하고 암을 유발하며 성격장애를 일으킨다. 고엽제의 부작용이 드러나자 미국 정부는 1971년 베트남전에서의 고엽제 사용을 중단했고, 1974년 미 국립과학원은 얼마나 많은 양의 고엽제가 살포됐는지를 추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1974년의 추정치를 전면 재수정하는 이번 연구는 미 컬럼비아대 진 메이거 스텔만 박사팀에 의해 이뤄졌다. 스텔만 박사 연구팀은 미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5년 간 베트남전 고엽제 사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종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군사작전 자료들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복잡한 분석을 수행했다. HERBS라는 베트남전 고엽제관련 군사작전 기록과 당시 미 공군일지를 통해 고엽제를 실은 헬기의 이동경로를 파악했다. 이 기록에는 고엽제를 실은 헬기의 목표 지점이 어디였는지, 도중에 공격을 받고 헬기가 추락한 일, 그리고 궂은 날씨나 공격 때문에 4-5분 간 분산 살포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한번에 투하하는 경우 등 다양한 자료가 포함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은 고엽제가 살포됐는지에 대한 상세한 지도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974년의 추정치인 약 7천만L보다 10% 많은 약 7천7백만L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베트남의 남부 사이공에 집중적으로 살포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군인의 배치와 이동까지 고려

연구팀은 실제로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밝히기 위해 고엽제 사용량을 종류별로 따로 조사했다. 베트남전에는 오렌지, 화이트, 블루라고 불리는 세종류의 고엽제가 사용됐다. 특히 이 중에서 ‘오렌지’에 다이옥신이 가장 많이 포함돼 있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출된 다이옥신의 양은 종전의 추정치보다 무려 2배 가량으로 밝혀졌다. 종전 연구에서는 오렌지만 고려됐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결과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당시 베트남 사람들과 군인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고엽제에 노출됐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당시 미군이 기록한 베트남의 마을 분포자료와 군인들의 배치와 이동에 대한 기록도 분석했다.

이 분석결과는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살포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을 지나갔는지를 알게 해준다. 즉직접적인 고엽제 노출뿐 아니라 간접적인 노출까지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만일 참전군인중 누군가가 자신이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면 고엽제에 오염된 정도를 알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도고엽제 휴유증에 대한 논란과 재판이 진행중이기때문에 이 연구결과가 상당한 파급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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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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