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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빛을 내는가? 그 결과로 무엇을 얻고 잃는가? 여름밤의 영롱한 빛 반딧불

곤충의 여러 습성중에서 가장 쉽게 연구할 수 있는 것이 반딧불의 통신수단이다. 간단한 펜라이트와 노트만 가지고 들에서 며칠 저녁을 지내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우선 비행중인 숫컷이 내는 섬광유형에 따라서 반딧불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다. 또한 펜라이트(Pen light)로 비행중이 숫컷이 발(發)하는 섬광유형을 흉내내면 그에 반응하는 암컷의 회신섬광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펜라이트로 숫컷에서 회신섬광을 보냄으로써 숫컷을 유인할 수 있다. 또한 반딧불을 잡아먹는 포식성 반딧불이 다른 종의 숫컷을 유인해서 잡아먹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 그들이 날고 있는 물체(반딧불)를 어떻게 공중공격하는지도 알 수 있다.

|빛과 페로몬을 통해

반딧불의 통신수단에 대한 연구는 화학물질이나 소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곤충에 대한 연구보다 훨씬 쉽다. 반딧불은 스스로 빛을 내기에 구체적인 식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연구를 하는데는 값비싼 장비가 필요없다.

반딧불은 갑충류의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딱정벌레의 일종으로 북극과 남극지역을 제외한 전세계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현재 1천9백여종이 알려져 있고 아직도 상당수의 종(種)이 새로 발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반딧불이 통신수단으로 그들 자신이 내는 빛을 사용한다.

반딧불이 나타내는 발광(發光)신호중 가장 간단한 신호는 미국 서부에 서식하고 있는 몇몇 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반딧불의 암컷은 땅위로 기어나와 흔히 나즈막한 초목에 기어들어가 빛을 낸다. 이런 종을 개똥벌레라고 한다. 이 개통벌레 암컷은 날개와 날개덮개가 크게 퇴화되었거나 아예 없다. 따라서 숫컷과는 외형이 크게 다르다.

대부분의 숫컷은 빛을 따라 감으로써 암컷을 만나게 된다. 허나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사용, 빛이 보일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숫컷을 유인하는 암컷도 있다.

빛을 내는 암컷의 경우 때로는 자신이 발산하는 빛때문에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어떤 암컷은 두꺼비에 잡혀 먹히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거미에 끌려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론 화학물질(페르몬)에 의한 신호가 유리하다. 화학물질신호는 자신들을 잡아먹는 것들로부터 노출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광(光)신호를 돕는 기능을 갖는다. 아뭏든 두 신호를 적절히 배합, 수컷을 유인한 암컷은 교미를 즐긴다. 교미가 끝난 후에 암컷은 다시 땅속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다.

수컷의 발광(發光)이 통신수단으로 이용되는 반딧불이 있다. 미국 동부의 스모키산맥에 서식하고 있는 레티큘라타반딧불(Phausis reticulata)이 이런 성질을 갖는다.

이 숫컷은 밝은 초록색 램프를 지니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띄는 이 빛은 외부위험으로부터 암컷을 보호해준다. 레티큘라타 암컷은 빛을 내는 숫컷이 머리위로 올 때 비로소 빛을 낸다. 이들의 빛은 보통 반딧불이 내는 빛과는 다르다. 꼬리에 두개의 유충광이 달려 있고 등쪽에 4~6쌍의 광줄이 있다.

|시력까지 조정해가며

반딧불은 그들의 빛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 때론 짧은 섬광, 때론 깜박임을 내고 있는데 이는 우리 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파이랄리스(Photinus pyralis)라는 반딧불을 예로 들어보자. 이 반딧불은 매우 흔하고 널리 퍼져 있다. 또 아직 창밖이 환한 저녁 무렵에 매우 활동적이다. 그리고 펜라이트의 섬광으로도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어서 연구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파이랄리스 수컷은 해질 무렵 교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저녁 수색을 시작한다. 동종(同種)의 암컷을 찾는 것이다. 이들이 내는 섬광은 매우 특이하고 정확하다. 숫컷은 0.5초간 밝은 노란 섬광을 내면서 아래위로 날아간다. 그후 공중에서 J자 모양의 빛을 그린다. 다음엔 공중으로 올라간 다음 약 2초간 배회하다 더 멀리 날아가서 6초후에는 다른 곳에서 섬광을 낸다.

땅거미가 질 때에는 식물의 초록 빛이 아직 상당히 남아, 반사광이 따갑다. 그래서 파이랄리스처럼 황혼 무렵에 활동적인 곤충들은 오랫동안 초록색 감지능(能)을 제거해 왔다. 즉 자신들의 눈이 초록색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얘기다. 자신이 내는 빛과 식물 잎사귀의 빛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들은 황혼기에 노란 신호를 감지하는 시력을 훨씬 증가시켰다. 그러나 이 결과로 빛이 없는 밤늦게 날게 될 때는 거의 장님이 돼 버리고 만다.

파이랄리스 수컷이 암컷을 찾고 있는 동안 암컷은 풀이나 낮은 관목 위에 앉아 있다. 암컷도 잘 발달된 날개와 날개 덮개를 가지고 있어 숫컷과 외형이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암컷과 숫컷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꼬리밑에 위치한 등의 크기이다.

숫컷의 등은 두마디를 차지할만큼 큰데 비해 암컷의 등은 한마디 뿐이다.

파이랄리스가 숫컷과 암컷은 눈의 크기에서도 다르다. 대체로 숫놈의 눈이 큰편이다. 따라서 숫컷은 시야가 넓어 수색작전에 적절하다. 이는 성공적인 교미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파이랄리스종(種)의 J자형 섬광^비행중인 파이랄리스(Photinus pyralis)의 숫컷이 J자형의 섬광을 보내면서 배우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들은 암컷이 쉬고 있는 나뭇잎에 섬광의 초점을 맞춘다.


|온도에 따라 빛이 달라져

암컷이 수컷의 섬광이나 펜라이트에 의한 섬광 또는 성냥불의 섬광(정확도를 요함)을 보면 곧 암컷의 반응계가 작동을 하게 된다. 신경계의 일부인 타이머가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타이머가 작동한지 2초후 반응섬광이 나간다. 2초의 지연은 일정하지 않다. 반딧불의 종(種)마다 지연시간이 다르다는 말이다.

한편 섬광시간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신선한 저녁은 따뜻한 저녁보다 수컷의 섬광길이, 섬광간격 그리고 암컷의 섬광지연시간(숫컷의 섬광을 받은 후 암컷이 회신섬광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다. 따라서 암컷 섬광을 흉내내서 숫컷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주위 온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숫컷의 섬광간격과 암컷의 반응지연에 미치는 온도의 영향은 온도곡선을 그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그래프는 여러 온도에서 시간과 속도 등을 측정함으로써 쉽게 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숫컷의 섬광에 대해서는 며칠 저녁 관찰해야 한다.

섬광시간등과 온도와의 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풀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반딧불들이 섬광의 시간차(差)로 의사를 전달하도록 돼 있다면 암컷과 숫컷의 체온은 항상 같아야만 할 것이다.

대개 쉬고 있는 암컷의 대사(代謝)와 체온은 비행중인 수컷보다 상당히 낮다. 이는 비행중인 숫컷은 날개 근육 운동으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숫컷과 암컷은 의사를 교환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숫컷이 열을 급히 잃었거나 따뜻한 근육으로부터 타이머를 차단시켰기 때문에 의사교환이 가능하게 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아니면 숫컷이 자체내 온도계로 주위 온도를 측정한 후 스스로 온도교정을 했을지도 모른다.

숫컷 파이랄리스는 펜라이트로 쉽게 유인할 수 있다. 숫컷이 접근하면 펜라이트를 땅 위에 놓고, 펜라이트 끝을 땅쪽으로 향하게 하면 빛이 더 많이 퍼져나갈 수 있다. 펜라이트에 유인된 숫컷은 펜라이트 가까운 곳에 내려 앉아 서서히 기어 온다.

펜라이트를 사용한 실험을 한번더 해보자. 이 실험은 반딧불의 생식을 도울 수 있다. 암컷 파이랄리스는 숫컷이 찾기 어려운 곳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펜라이트를 암컷 옆에 놓아 두면 숫컷을 그곳으로 유인하는데 이용된다.

파이랄리스의 J자형 노란 섬광은 매우 뚜렷해서 다른 종의 섬광과 그리 혼동이 되지 않는다. 물론 다른 반딧불중에도 나름대로 뚜렷한 성광유형을 가지고 있는 게 있다.


반딧불의 섬광과 온도^기온이 14℃일 때 초당 26번 깜박거렸으나 28℃일 때는 42.5번 깜박거린다(위ㆍ한 포터리스속의 경우) 기온이 12℃일 때 암컷의 회신섬광은 10초이상 지연된다. 하지만 24℃일 때는 4초도 걸리지 않는다(아래ㆍ한 포티너스속의 경우)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파이랄리스와 같이 분포하고, 뚜렷한 섬광유형을 가지고 있는 안굴라타(Pyractomena angulata)종을 살펴보자. 이들은 초(秒)당 9번의 속도로 깜박임을 보낸다. 이들의 깜박임은 밝지는 않지만 촛불같은 적황색의 색갈을 띠기 때문에 가장 쉽게 식별될 수 있는 신호중 하나다.

안굴라타 숫컷은 암컷의 회신섬광 근처까지 날아가지 않는다. 대신 공중에서 뚝 떨어지는데 이후 1~2분 동안은 결코 섬광을 내보내지 않는다. 이처럼 다소 위험스럽고 느린 접근 방법은 한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의문을 품은지 20년이 지난후에야 비로소 그사연이 밝혀졌다. 즉 다른 반딧불에 의해 잡아먹힐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한 고육책을 알게 되었다.

수컷 안굴라타는 나무나 숲의 꼭대기에서 혼자 날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숲속의 풀위에 낮게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기도 한다.

안굴라타가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반딧불을 잡아먹는 반딧불이다. 이 반딧불은 포식성 반딧불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포터리스(Photuris)속(屬)이다. 그것도 암컷이 무서운 존재다.

포티너스(Photinus)속과 파이락토메나(Pyratomena)속에 속하는 반딧불은 한가지 섬광유형만을 나타내지만 포터리스속 반딧불은 여러 가지 섬광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처럼 복잡한 섬광유형은 야외에서의 종(種)식별을 더욱 어렵게 한다.

포터리스 숫컷이 보여주는 다양한 섬광유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포터리스 암컷의 모방행동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포터리스 암컷이 다른 반딧불을 잡아먹는 습성을 반딧불을 잡아먹는 습성은 반딧불 사이의 통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터리스 반딧불은 일반적으로 다른 반딧불보다 크고,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 또 몸이 빠르고 손에 뭔가가 잡혔을 때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항상 섬광을 낸다. 또 그들은 하늘로 날 때, 땅에 내릴 때, 풀숲 사이를 지날 때 또는 알을 낳을 때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같이 그들의 빛을 사용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내는 빛을 조명등(燈)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포터리스 암놈이 내는 빛은 또 다른 용도가 있다. 즉 다른 반딧불을 잡는데 빛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종의 암컷이 내는 회신신호를 모방하여 숫컷을 유인하여 잡아먹는다.

하지만 포터리스 암컷은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실제 야외에서 볼 수 있는 반딧불섬광의 99% 이상이 숫컷에서 나온다) 그들은 발견하여 접근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암컷의 수가 적으므로 '회소성의 원칙'에 따라 수컷사이에 격렬한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포터리스 암컷과의 교미가 얼마나 어렵고 경쟁이 어느 정도 치열한가 알아보자.

포터리스 숫컷을 뒤쫓아 섬광을 세고, 비행거리를 재고, 비행중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연구결과가 있다. 총 1백 79마리의 수컷이 16km이상 비행하고 7천9백88번 섬광을 보냈는데도 오직 두미리의 암컷만 발견되었다. 암컷이 발견되자 수컷은 6분이내에 접근해 교미를 하고 안전한 땅속굴로 다시 되돌아갔다.

|공포의 포터리스 암컷

반딧불의 숫컷 추적연구에 따르면 자신과 같은 종(種)의 암컷이 내는 회신신호보다 포터리스 암컷이 모방신호에 5.5배나 더 끌린다고 한다. 마치 부나비처럼 불에 뛰어드는 꼴이다.

포터리스 암컷은 한종 이상의 반딧불을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종의 암컷의 섬광유형을 흉내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한 포터리스(Photuris versicolar) 암컷은 7종의 섬광유형을 흉내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종(種)의 섬광유형을 흉내내는 반딧불이 있기 때문에 종에 따른 섬광유형의 차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어떤 암컷은 섬광유형을 어려움없이 바꿀 수 있다. 즉 모방에 능숙하다는 말이다. 반면 섬광유형을 바꾸지 않는 반딧불도 많다.

|미사일을 쏘듯이 공격한다

포터리스 암컷은 먹이를 찾는데 여러 수색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무기는 모방이다. 일단 레이다(?)에 걸린 먹이(반딧불)는 가차없이 공격한다. 때론 공중에서 발광(發光)중인 반딧불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항공기를 공격하는데 사용되는 미사일(Sidewinder missile)과 같은 원리로 공격한다. 대(対)항공기 미사일은 목표물에서 나오는 에너지 즉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따라가 항공기를 격추시킨다. 마찬가지로 포터리스 반딧불도 먹이(반딧불)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약광)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낚시대 끝에 작은 등(燈)을 매달고 공격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공격자들은 약광(희미하게 점차 사라져가는 빛)일 때만 목표물에 접근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공격중인 포터리스에게 약광없이 단순히 섬광만 주었다면 등(燈)을 공격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런 습성은 약광을 내는 곤충이 왜 별로 없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포터리스 암컷은 그들의 가짜 신호에 잘 속아주지 않는 다른 숫컷을 잡기 위해서 이런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숫컷 안굴라타 반딧불이 암컷으로부터 받았을 때 곧바로 공중에서 떨어진다음 기어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곤충세계의 생존을 위한 머리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안굴라타 반딧불이 자기방어를 위해 익힌 노하우가 그런 행동을 취하게 한 것이다.

|표시한 후에 방류한다

포터리스 숫컷은 포티너스와 파이락토네가 숫컷처럼 치열한 경쟁속에서 교미를 위한 암컷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은 복잡하고 꽤 혼란스런 요소를 지니고 있다.

포터리스 숫컷은 암컷을 찾는데 한 종류 이상의 섬광유형을 사용한다. 이들의 섬광유형 변화는 늪에서 서식하는 포티너스가 보여주는 간단한 변화가 아니다. 즉 포티너스는 단일한 유형 내에서 섬광의 수만 변하는데 반해 포터리스 숫컷은 아예 별개의 섬광유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한 포터리스 수컷의 섬광유형변화는 이렇다. 2~6개의 느린 섬광을 내고 다음 1분간은 8~10개의 깜박임을 낸다. 또 몇분간 계속되는 긴 빛을 발산, 암컷 수색비행에 나선다. 또 다른 포터리스 수컷은 땅거미가 질 때 0.5초간의 섬광을 내다가 어두워질 때는 0.1초간의 섬광으로 바뀐다.

많은 분류학자가 반딧불의 종(種)을 구별하기 위해 숫컷의 섬광유형을 사용한다. 이때 분류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게 있다. 먼저 그 종이 섬광유형의 변화를 과연 보여 주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포터리스 속(屬) 반딧불들은 종(種)간의 차이가 적다. 즉 대부분의 종이 외형이 서로 비슷하고 약간의 색깔의 차이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종을 식별하는데 혼란이 생기게 된다.

만약 서로 다른 섬광유형이 외형이 비슷한 두 반딧불 중에서 나왔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은 두종이거나 또는 두가지 섬광유형을 구사하는 한 종일 수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표시후 방류방법(Mark-release Study)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숫컷을 잡아 날개 덮개위에 색 표시를 한 다음 날려보낸다. 물론 그 숫컷 반딧불의 섬광유형을 기억해둬야 한다. 그들은 날아가서 교미를 위한 수색에 끼어들 것이다. 그후 다른 섬광유형을 나타낸 숫컷이 잡혔을 때 만약 이들에게 색 표시가 돼 있다면 문제는 풀리게 된다. 두 섬광 유형을 내는 한 종의 반딧불로 판정되는 것이다.

|무서운 배우자

그렇다면 포터리스 숫컷은 왜 하나의 섬광유형을 사용하는가? 이들 섬광유형 중의 몇개는 포티너스와 파이락토네나 숫컷이 나타내는 섬광유형과 흡사하다. 즉 포터리스 숫컷은 다른 종의 숫컷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교미기(期)에 이렇게 다양한 섬광유형을 보이면서 자신들의 교미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들은 그들 암컷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암컷이 좋아하는(잡아 먹기 위해) 반딧불의 섬광유형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숫컷은 암컷 포터리스가 더 이상 포식을 위한 수색을 중단하고 자신과 교미나 할 것을 설득한다. 이들이 펴는 설득전법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사나운 배우자(암컷 포터리스)를 교미상대로 전환시키는데는 구혼의 고등전술도 통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은 교미를 위해 자기 몸을 바치는 것이다. 흡사 사마귀(교미후 수컷을 잡아 먹음)가 보여준 것과 같이 결혼살상에 자원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포터리스숫컷에 의한 강제적인 암컷과의 교접은 불가능한 것 같다. 왜냐하면 암컷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교미를 위한 전략이 발달한 이면에는 포터리스 숫컷사이에 상존하는 교미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다.

그러나 포터리스 숫컷과 암컷만이 모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백년동안 포터리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온 다른 반딧불들을 그들의 통신신호와 체제를 포터리스가 눈치 못채게 개발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한 포티너스(Photinus macdermoltti) 숫놈은 회신섬광가까이에서 내렸을 때, 일단 그들을 노리는 반딧불이 내는 섬광을 흉내낸다. 그래서 그 초청이 포식자(포터리스 암컷)로부터 온것인지, 진짜 교미상대자로부터 온 것인지를 확인한다. 잡아먹힐 위험에 대비하여 포티너스의 통신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된 것이다.

|화학에너지에서 광에너지로

지금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 반딧불들은 아직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 반딧불들이 꼭 없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알려진 반딧불은 7종(북방 반딧불이, 애반디불이, 반디불이, 파파리 반딧불이, 운문산 반딧불이, 꽃 반딧불이, 늦 반딧불이)에 불과하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반딧불은 1천9백여종이나 발견됐다. 이는 아직 우리의 반딧불에 대한 체계적인 관찰과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끝으로 반딧불이 어떤 과정을 통해 빛을 발(發)하게 되는지 알아보자.

사람의 피부에 해당하는 반딧불의 체벽이 바로 발광기관이 된다. 여기서 빛을 내는 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가령 반딧불이 구애, 유인 등을 목적으로 빛을 내려고 하면,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인 루시페라제(luciferase)와 발광물질인 환원형 루시페린(luciferin) 그리고 에너지인 ATP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세 물질이 결합, 루세페라제-환원형 루시페린-AMP가 되는 것이다. 이때 이 결합상태가 산소에 의해 산화되면 루시페라제-루시패린-AMP의 상태로 변한다. 바로 반딧불의 빛의 정체이다.

이 상태에서 반딧불은 여름 밤을 수놓는 영롱한 불빛을 내게 된다. '형설의공'은 반딧불의 화학에너지가 빛에너지로 바뀌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198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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