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복권 로또가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로또는 번호가 이미 인쇄돼 있는 복권을 사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참여자가 직접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행운의 숫자 6개를 모두 맞히면 1등에 당첨되고, 1등 총 당첨금액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로또 복권의 경우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먼저 45개 숫자에서 순서에 상관없이 6개를 뽑는 경우의 수를 따져보자. 이것은 고등학교 수학의 확률·통계 부분에서 만날 수 있는 조합(Combination)에 해당하므로, 조합 공식을 적용하면 전체 경우의 수를 ${ }_{45}$${C}_{6}$ = (45·44·43·42·41·40)/(6·5·4·3·2·1) = 8백14만5천60가지로 얻을 수 있다. 이 가운데 1등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다. 따라서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백14만5천60분의 1이다. 매주 10만원씩 로또 복권을 산다면 자손 대대로 3천1백20년 동안은 사야 한번 1등에 당첨될 수 있을 만큼 낮은 확률이다. 기존 복권의 1등 당첨 확률보다 1.5배나 낮다.
흔히들 복권 1등에 당첨되기란 벼락 맞기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또 한편으로 우리 주변에서는 복권 당첨보다 더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 실제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희귀한 사건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이들의 확률을 과학적으로 파헤쳐보자.
벼락 맞기도 어려워
1752년 미국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 실험을 통해 전기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벼락. 과연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고대에는 벼락과 동반되는 여러가지 현상을 신이 노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죄 지은 사람은 벼락에 맞아 죽는다고 믿기도 했다. 정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이기도 했지만, 사람이 벼락에 맞는 경우도 있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그리스인들은 벼락을 최고의 신 제우스가 던지는 무기라고 생각했고, 초기 불상에도 벼락은 부처가 화살 끝에 매단 불로 새겨져 있었다.
과학으로 드러난 벼락의 정체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벼락은 대기 중의 방전현상인 번개와 달리 구름과 땅 사이의 방전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벼락은 구름과 땅 위에 있는 물체 사이에 일어나는 전기 작용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 위의 물체를 때리는 현상이다. 이론상으로만 따져도 땅 위의 물체가 바로 사람일 경우 사람이 벼락을 맞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벼락을 맞아 사상자가 종종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체계적인 통계는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해양대기국(NOAA)이나 미기상청(NWS)뿐만 아니라 기상관련 민간회사에서 우리나라보다 좀더 체계적으로 벼락을 관측하고 벼락에 의한 피해를 집계하고 있다. 2001년 6월 18일자 CNN 보도에 따르면 1년 동안 미국 전역에 떨어지는 벼락은 2천5백만개 가량이고, 연평균 73명이 벼락에 맞아 숨진다. 이는 1년에 토네이도 때문에 죽는 사람이 68명, 허리케인으로 숨지는 사람이 16명인 것에 비하면 많은 숫자며, 34만여번 벼락이 치면 1명 정도 죽는 셈이다.
로또 복권 당첨률과 비교하려면 전체 인구 중에서 몇명이 벼락에 맞아 피해를 당하는지에 대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NOAA에서 매년 발행하는 ‘폭풍 자료’(Storm Data)에 근거해 1959년부터 1994년까지 벼락과 관련된 미국 내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주목할 만하다. 36년 동안 벼락으로 인해 3천2백39명이 죽고 9천8백18명이 다쳤는데, 특히 연평균 미국인 1백만명 당 0.41명, 즉 2백40만명 당 1명이 벼락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이 매년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은 2백40만분의 1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미국 폭풍 자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벼락에 의한 사상자는 1년 중 7월에, 1주간에는 일요일에, 하루 중에는 정오에서 오후 6시까지 가장 많았다. 성별로 비교하면 남성이 벼락에 의해 사망한 숫자는 여성의 5.6배, 부상숫자는 4.9배 많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벼락 맞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전세계적으로 따져보면 어떨까. 2002년 1월 28일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 국립우주과학기술센터(NSSTC)는 지구 전체에 걸친 ‘번개 지도’를 처음 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번개 지도는 2대의 인공위성이 각각 3년과 5년 동안 관측한 전세계의 번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지도에 따르면 중앙 아프리카의 콩고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번개가 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콩고 지역의 1km2 넓이에 연평균 무려 81번의 번개가 쳤다. 대서양에서 넘어오는 기류가 이 지역의 산과 만나 번개가 칠 수 있을 정도의 구름으로 자주 발달하기 때문이다. 콩고에서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보다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이 높을 것임에 틀림없다.
번개 지도에 따르면 중앙 아프리카를 비롯해 히말라야, 남아메리카 일부에 번개가 많이 치고, 바다에는 번개가 드물며 남극과 북극 지역에는 번개가 거의 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는 중간 정도로 번개가 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세계인구 60억명 가운데 몇명이나 벼락에 맞을까. 과학자들은 1초에 약 1백번의 번개가 지구의 어딘가에 떨어진다고 예상하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1천명 이상의 사람이 벼락에 맞아 죽고 매년 수천명이 벼락에 맞아 다친다고 추측한다. 벼락에 맞는 사람을 60억명 가운데 1만명만 잡아도 지구에서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60만분의 1인 셈이다. 확실히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10배 이상 높다.
하지만 두가지 확률을 비교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우선 벼락 맞을 확률은 1년치의 뇌우에 적용된 것인 반면, 복권 당첨 확률은 단 1회의 제비뽑기에 적용된 것이다. 기간을 동일하게 하면 좀더 공평한 비교가 되겠다. 로또 복권의 경우 1년(52주)에 걸쳐 매주 한번씩만 참여해도 1등 당첨 확률은 15만7천분의 1로 올라간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높아진다.
물론 아직도 문제는 남아있다. 벼락에 맞을 확률의 추정치는 관측으로부터 나온 경험적인 것인 반면,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의 추정치는 수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권 당첨과 벼락을 비교하는 것은 왜일까.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때로 수십억원의 돈벼락을 맞기 때문은 아닐까.
1천년에 1번 서울 휩쓸 만한 소행성 충돌
마른 하늘에 돌벼락을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먼저 지금으로부터 거의 1백년 전에 벌어졌던 사건을 살펴보자. 1908년 6월 30일 이른 아침 시베리아의 외딴 지방 퉁구스카에서 눈부신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 약 8km 상공에서 발생했던 이 폭발의 충격파로 인해 수천km2 지역에서 6백만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불타고 넘어졌으며 순록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죽었다. 다행히 사람이 살기 어려운 불모지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퉁구스카 대폭발사건이다. 폭발력은 TNT 10-15Mt(메가톤, 1Mt=1백만t)에 맞먹는 위력으로 계산됐다.
과학자들은 퉁구스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잡석이 뭉친 구조를 가진 50m 크기의 석질 소행성으로 추정했다. 그래서 이 소행성이 대기 중에서 폭발해서 산산이 부서졌고 단지 충격파만 지표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만약 크기가 좀더 컸거나 더 단단한 조성을 가진 소행성이었다면 돌벼락을 내리며 일부는 땅을 파고 들어가 커다란 충돌 구덩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퉁구스카 사건을 일으킨 소행성이 서울 같은 대도시 상공에서 폭발했다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대도시 하나를 싹 쓸어버릴 만한 퉁구스카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2백-3백년에 한번이라고 예측됐다. 매주 10만원씩 로또 복권을 산다면 1등이 당첨되는데 3천1백여년이 걸린다고 했으니 복권 당첨 확률보다 높은 셈이다. 그런데 2002년 11월 21일자 ‘네이처’에 실린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천문학과 피터 브라운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퉁구스카급 소행성의 충돌 확률이 1천년에 한번으로 줄었다. 그래도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보다는 높다.
다른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어떨까. 브라운 교수팀의 연구를 좀더 살펴보자. 소행성 크기가 작은 경우 지상에서 관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브라운 교수팀은 지구 상공에서 핵실험을 감시하는 미 국방부 군사위성의 관측자료를 이용했다. 이 관측자료를 분석하자 1994년 2월에서 2002년 8월 사이에 소행성이 대기권 상층에서 폭발하면서 생긴 섬광이 3백회 가까이 밝혀졌다. 대부분은 TNT 1t의 폭발력에 미치지 못하는 1-10m 크기의 소행성이었고, 관측된 소행성 가운데 가장 폭발력이 컸던 것은 2002년 6월 6일 지중해 상공에서 발생한 것으로 TNT 25kt의 위력(히로시마 원폭의 2배 이상)에 맞먹었다.
이같은 관측결과를 통해 브라운 교수팀은 지구에 충돌하는 소행성의 위협이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감소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TNT 5kt에 해당하는 위력을 가진 작은 소행성은 1년에 한번씩, 50kt의 위력을 가진 소행성은 10년에 한번씩, 1Mt의 파괴력을 가진 소행성은 1백년에 한번씩 지구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과학자들은 지구 규모의 대참사를 몰고 올 1km 크기의 ‘킬러 소행성’은 약 1백만년에 한번씩 지구에 충돌할 것으로 예측했다. 6천5백만년 전 공룡을 멸망시켰다고 생각되는 소행성은 크기가 10km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킬러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에 비해 상당히 작다.
확률이 크든 작든 소행성 충돌은 복권 당첨보다 심각한 문제다. 일단 소행성이 충돌한다면 지구에 큰 재난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돌 확률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 못지 않게 실제 지구에 위험이 될 만한 소행성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감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이같은 작업은 미국, 독일, 한국 등 20여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2월 11일 현재 국제소행성센터(MPC)에서 집계한 관측자료에 따르면 ‘지구 위협 소행성’(PHA)이 4백95개로 확인됐다. 지구 위협 소행성은 지구 궤도를 통과하고 지구에 가장 가까울 때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20배 이내로 들어오며 크기가 1백50m 이상인 소행성이다. 이들 가운데 전지구적인 피해를 가져올 1km 이상의 크기를 가진 소행성만 1백21개나 된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앞으로 10년 동안 크기가 1km 이상인 킬러 소행성 가운데 90%를 발견할 계획이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 나타나기까지
벼락 맞을 확률이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에 비해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비교적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복권 당첨 확률보다 훨씬 일어나기 힘든 사건을 알아보자. 이런 사건 가운데 대표적인 예로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태어난 사건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45억년 전에 탄생했다고 추정되고, 약 38억년 전에 살았다는 원핵생물의 화석이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화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초의 생명체는 이 사이의 기간에 탄생했을 것이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과학적인 입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자연발생설과 외계도래설이다.
1920년 옛소련의 오파린은 생명체가 원시 지구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오파린의 가설은 1952년의 한 실험을 통해 힘을 얻었다. 미국 시카고대의 대학원생 밀러가 플라스크에 원시지구의 대기 속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 물질을 넣은 다음 번개와 같은 전기 방전을 일으켜 아미노산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한편 생명의 기원이 우주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돼 왔다. 이 주장은 특히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서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발견되면서 힘을 얻었다. 그런데 아미노산 같은 생명의 씨앗이 어떻게 운석에 들어가게 됐을까. 2002년 3월 28일자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가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막스 베른슈타인 박사팀과 네덜란드의 무뇨츠 카로 박사팀이 우주공간을 흉내낸 상태에서 우주에 있을 만한 얼음알갱이에 자외선을 쪼여 아미노산을 합성하는데 각각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미노산이 합성된다고 해서 바로 생명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여개의 아미노산이 적당히 결합해 아미노산 사슬이 만들어지고 이 사슬을 통해 생명체의 바탕이 되는 단백질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최초 생명체의 바탕이 되는 분자는 30-40개가 넘지 않는 단위물질로 구성됐을 것이다.
1997년 10월 16일자 ‘네이처’에 실린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가디리 박사팀의 연구를 보면 32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자기 복제 가능한 아미노산 사슬인 펩티드 라가제가 등장한다. 이것이 우연히 만들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먼저 20종류의 아미노산에서 하나를 무작위로 뽑을 확률이 1/20이므로, 이런 식으로 32개를 뽑아낼 확률은 ${(1/20)}^{32}$=1/(4.29×${10}^{40}$)이다.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보다 엄청나게 낮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한 사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1/(4.29×${10}^{40}$)이라는 확률은 하나의 아미노산 사슬만 생긴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억개의 아미노산 분자들이 수억번의 시도를 동시에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들어보자. 4번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4}$=1/16이다. 그렇다고 4번 모두 앞면이 나오기 위해 16번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몇번 던지지 않고도 가능할 수 있다. 1/16이라는 확률은 16번 가운데 한번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4번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오는데 평균 8분 걸린다고 하자. 그러면 16명이 동시에 각자의 동전을 4번씩 던질 때는 전부 앞면이 나오는데 평균 1분 걸린다. 6번 던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6}$=1/64이다. 혼자 동전을 던진다면 약 30분 걸리지만, 64명이 동시에 던지면 1분 정도밖에 안 걸릴 수 있다. 만약 확률이 10억분의 1인 동전던지기를 할 때는 어떨까. 혼자 하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인구 모두가 함께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원시지구에 수십억개의 아미노산 사슬이 동시에 자란다면 펩티드 리가제와 같은 효소가 발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외계 문명과 교신할 확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우주에 문명을 가진 존재가 과연 우리뿐인가’라는 것이다. 과연 외계문명이 존재해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선 우리은하 내에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문명의 수를 따져봐야 하겠다. 이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과학자는 미국의 전파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였다. 1961년 드레이크 박사는 외계문명이 탄생하고 외부와 교신하는데 기여한다고 생각되는 여러 요소를 구체적으로 찾아내 하나의 식으로 표현했다. 이것이 바로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이 식은 현재도 외계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프로젝트(SETI)의 과학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우리은하에서 전자기파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문명의 수(N)를 나타내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지적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적합한 별의 생성률(${R}_{*}$)을 고려한 후 이들 별 가운데 행성계를 가지는 비율(${f}_{p}$)을 따지고 이런 행성계에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진 행성의 수(${n}_{e}$)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실제로 생명체가 나타나기에 적합한 행성의 비율(${f}_{l}$)과, 생명체를 가진 행성 중에서 다시 지적생명체가 나타나는 행성의 비율(${f}_{i}$)을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이들 중에서 우주공간으로 자신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발달시킨 문명의 비율(${f}_{c}$)과 이런 문명이 자신의 신호를 보내는 시간의 길이(L)를 생각해야 한다.
이들 ${R}_{*}$, ${f}_{p}$, ${n}_{e}$, ${f}_{l}$, ${f}_{i}$, ${f}_{c}$, L을 모두 곱하면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문명의 수 N이 나오는 드레이크 방정식이 된다. 앞쪽 세개 항은 천문학적 요소이고, 다음 두개 항은 생물학적 요소이며, 나머지 두개 항은 사회학적 요소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아직까지 결정적인 해를 갖고 있지 못하지만, 이들 요소를 연구하는 과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이는 도구다.
한번 드레이크 방정식에 구체적인 수치를 대입해보자. ${R}_{*}$=40/년, ${f}_{p}$=0.5, ${n}_{e}$=0.5, ${f}_{l}$=1, ${f}_{i}$=0.1, ${f}_{c}$=0.1, L=5백년이라고 가정하면, N=50이 나온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선택한 수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드레이크 방정식의 해를 계산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1천억개의 별이 모여 있는 우리은하에 약 10개 정도가 문명세계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지적생명체가 적당한 환경에서 발생해 우리와 통신할 확률은 너무나 작은 것이다. 어쩌면 인류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무한대 분의 1
약간은 황당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우주에서 가장 낮은 확률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우주가 탄생한 확률이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에 비할 바가 못될 정도로 작다. 고등과학원 김정욱 원장은 “거의 무한대 분의 1”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확률은 0이 아니다. 우리가 바로 이 우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기원 문제는 본질적으로 난해하다. 현대과학의 대답은 우주는 무에서 저절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알렉산더 빌렌킨, 스티븐 호킹, 짐 하틀의 가설을 들어보자.
우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시공간마저 양자역학적인 물리량이다. 이것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앞뒤를 따질 수 있는 고전적인 시공간이 아니다. 양자역학은 시공간의 양자역학적 혼동상태에서 우주가 무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주가 탄생하기 이전 에너지가 0인 무의 상태에서 시공간은 에너지 벽에 가로막혀 양자역학적으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공간(우주)이 에너지 벽을 뚫고 나갈 확률은 무지하게 작지만 0이 아니다. 이렇게 생겼다가 없어지는 우주 가운데 하나가 우연히 에너지 벽을 뚫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제 시간은 흐르고 우주공간은 팽창하기 시작한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어감에 따라 물질이 만들어졌고, 우주 초기 물질에 생긴 양자역학적 요동이 자라나 별과 은하가 태어났다. 이렇게 해서 인간과 같은 호기심에 가득찬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 태어난 우주가 다 우리우주처럼 진화하지 않을 수 있다. 우주팽창률이 다양하고 기본적인 물리적 속성이 다른 많은 우주들이 태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참으로 극소수만이 생명체 탄생에 적합한 우주인 것이다. 그 예가 바로 우리우주다.
우리가 우리우주와 같은 곳에 속하지 못했다면 우주가 탄생할 확률에 대한 질문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은 엄청난 대박의 주인공
여러분이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는가. 사람은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결합된 수정란에서 태어난다. 여성의 난소에서 약 1달에 한번씩 나오는 난자는 하나지만, 남성의 음경에서 한번 뿜어져 나오는 정액에 들어있는 정자는 3억-5억마리 정도나 된다. 이렇게 많은 정자 가운데 하나가 난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하니 사람은 3억분의 1에서 5억분의 1이라는 확률을 이겨내고 태어난 셈이다.
선택된 정자 하나는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겪는 것일까. 우선 음경에서 뿜어져 나온 정자는 꼬리에 의한 운동과 자궁의 근육수축운동 덕분에 자궁을 거쳐 나팔관까지 매초 자신의 길이만큼씩 헤엄쳐 간다. 그런데 여성의 질은 산성이기 때문에 약한 정자는 자궁에 도달하기 전에 수없이 죽어간다. 이 와중에서도 다른 강한 정자들이 질의 산성을 이기고 무사히 알칼리성인 자궁의 입구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궁 입구에 간신히 도달한 정자는 점액을 뚫고 자궁으로 들어가야 하는 탓에 원기 왕성한 정자만이 살아남는다.
자궁에 들어간 힘센 정자는 자궁상부의 양쪽에서 좌우로 이어져 나간 난관의 팽대부까지 헤엄쳐 나간다. 이곳에서 아래쪽을 향해 소량의 점액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정자는 이 흐름에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시간 정도 걸려 난관에까지 도달한 정자의 수는 5백-6백마리 정도다. 이들 정자는 주름 많은 점막의 난관 벽에서 3일 동안 살다가 난자를 만나는 오직 한마리만이 선택된다.
억세게 운좋은 정자 한 마리가 난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난자의 세포막에는 재빠른 변화가 일어나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다. 정자와 난자가 융합된 수정란이 분열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생명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무한대 분의 1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이 우주의 조그만 오아시스 지구에 속한 후,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 덕분에 몇억분의 1이라는 확률을 갖고 아름다운 생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리고 매일 몇십만분의 1이라는 벼락 맞을 확률과 1천년에 한번이라는 돌벼락 맞을 확률을 다행히 피해 다니고 있다. 우리는 이미 소중한 생명이라는 엄청난‘대박’을 맞았고 매일 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행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