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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로봇 꿈 이루는 휴머니스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문상박사

김문상! 너 그런 애인줄 몰랐는데, 장래 희망을 쓰라고 했지 누가 장난치랬니?”
“장난 아닌데요. 정말 농부가 되고 싶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장래희망을 농부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혼났던 기억이다. 현재 농부가 되고 싶다던 김문상 학생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휴먼로봇센터 소장이 됐다. 농부와 로봇? 왠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고 했더니 김문상 박사(43)는 어렸을 때 집안에 화분이 많아 식물 키우기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장시간에 걸쳐 뭔가를 키우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며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로봇 만드는 것을 긴 승부라고 생각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5년 혹은 10년 후의 기쁨을 먼저 맛보며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나무토막이 선반으로

99년 과학축전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곳이 있었다. 바로 휴먼로봇 센토가 있는 부스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형 로봇에 친근감을 느낀다. 그리고 뭔가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 휴먼로봇 센토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이유다. 휴먼로봇은 인간과 닮았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같이 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럴려면 사람의 언어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감성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전세계에서는 인간형 로봇 개발 열기가 대단하다. 공장 자동화를 위한 산업용 로봇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센토가두발로 걷고, 추론을 하며,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김박사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단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과 로봇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 수 있는 날을 앞당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박사는 언제부터 로봇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엔지니어인 아버님 덕분에 집안에서 필요한 것을 자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무로 화분 선반을 만든 적이 있는데, 아무것도 아닌 나무토막이 유용한 진열대로 탄생하는 것을 보고 뭔가 만들어 낸다는 기쁨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새로 보는 물건은 분해해서 그 속을 봐야 후련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가서 구체적으로 과학에 흥미를 갖게됐다. 비가 왜 오는지, 창문에 왜 서리가 생기는지, 하늘이 왜 파란지 등을 과학시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된 것은 물론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택할 때 주저함이 없었다. 김박사는 다른 것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학위를 마치고 8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으로 와서도 6-7년간은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일을 했다. 하지만 모든 기계공학자들의 꿈은 한결같이 휴먼로봇에 있다. 그도 마찬가지 였다. 휴먼로봇에 전념하자 김박사는 삶과 일이 즐거워졌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으면 그만큼 기쁨도 클 것이라고 믿고 길게 생각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문상박사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존해야

같은 연구팀에 있는 정우진박사는 김박사에 대해 “연구의 방향을 정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김박사는 로보틱스는 종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 팀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책임자로서의 큰 역할이라고 믿는다. 김박사는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구성원이 전체의 흐름을 모르고 따라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엔지니어로서의 마인드에 대해 묻자 독일 베를린 공대 유학시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독일 유학시절 기계공학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엔지니어가 갖춰야할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장인정신, 그리고 그 장인정신을 평생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생활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또 문제를 만들고 접근해 나가는 방법을 교수와 주변의 연구생으로으로부터 철저히 배웠다. 그래서 그는 유학 시절 모든 사람이 자신의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주어지는 경쟁에서 뒤쳐져본 적은 없지만 자신이 선택하고 하는 일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 힘을 실어주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공부만 잘하면 됐던 세대가 느낄 수 있는 갈등 아닐까. 그래서 그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기대한다. 흥미로워 하는 것에 매달릴 확신과 열정이 있다면 그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쁨을 담보잡아 오늘의 어려움을 견디는 지혜를 가진이가 김문상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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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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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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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윤 기자
  • 사진

    김녕만 기자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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