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토성은 1년만에 다시 관측 최적기를 맞이한다. 유명한 별들과 비교해 밝기를 가늠해보고, 둘레를 감싸고 있는 고리에서 틈새를 확인해보자. 또 위성 타이탄도 찾아보자.
요즈음 한밤중에 하늘 위를 쳐다보면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사계절 가운데 밝은 1등성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이렇게 밝은 별들 중에서 낯선 별이 하나 눈에 띈다. 노란빛을 뿜어내는 이 별이 바로 토성이다.
토성은 1년에 한번씩 좋은 관측 기회가 있다. 토성과 같은 외행성(지구 궤도 바깥쪽에 위치하는 행성)은 지구를 가운데 두고 태양 반대편에 위치할 때 가장 관측하기에 유리하다. 이 무렵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위치를 천문학 용어로 ‘충’이라고 한다. 토성은 지구에서 멀리 있기 때문에 지구가 한바퀴 공전하는 1년 동안 그리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토성이 잘 보이는 충의 위치도 1년에 한번 정도씩 찾아온다.
토성은 12월 18일 충을 맞이한다. 이번 12월이 토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 중간 밝기
겨울철에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를 비롯해 유명한 별들만 손에 꼽아도 다섯 손가락이 넘친다. 이들 사이에 토성이 위치하기 때문에 더더욱 볼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먼저 토성을 찾아보자. 요즘 토성은 오리온자리 북쪽 끝 부분, 즉 황소자리와 오리온자리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충을 맞이한 토성은 밤 12시가 되면 정남쪽 하늘 높이 뜬다. 왜 그럴까. 태양은 밤 12시 무렵 지평선 아래 가장 낮게 위치한다. 즉 지구 반대편 하늘에 높이 떠있다. 충의 위치에 있는 토성은 태양 반대편에 위치한다고 했으므로, 당연히 태양과 반대편 하늘에 높이 뜬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매우 단순한 원리다.
토성의 밝기는 얼마나 될까. 이미 밝기가 알려져 있는 다른 별들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부터 토성 주변의 유명한 별들과 비교해보자. 남쪽 하늘 낮게 위치한 시리우스는 푸른색의 느낌이 도는 밝은 별로 -1.5등급의 밝기를 가진다. 시리우스와 토성을 비교해본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토성이 더 어둡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오리온자리의 사각형 맨위쪽 꼭지점에 있는 밝은 별인 베텔게우스를 찾아보자. 베텔게우스는 붉은색이 감도는 밝은 별이다. 이 별의 밝기는 0.5등급 정도다. 이제 토성의 밝기와 비교해보자. 토성은 베텔게우스보다 더 밝은가. 만일 토성이 더 밝다면, 토성의 밝기는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의 밝기 사이에 어디쯤 위치할까. 이런 방법은 별의 밝기 측정의 기본이다.
12월 무렵 정확한 토성 밝기는 -0.5등급이다. 다시 말하면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의 딱 중간에 해당하는 밝기다. 물론 별의 색깔 차이 때문에 밝기 차이를 측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 그리고 토성을 차례로 보면서 밝기를 가늠해보면 토성의 밝기를 알아낼 수 있다.
오리온자리의 사각형 맨아래쪽 꼭지점에는 리겔이란 매우 밝은 별이 하나 있다. 이 별의 밝기는 0.1등급이다. 이 별과 토성도 한번 비교해보자. 토성이 리겔보다 좀더 밝게 보여야 정상이다. 이처럼 토성의 밝기를 한번 측정해봄으로써 별들의 밝기 간격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다. 시리우스와 토성의 밝기 차이가 1등급이고 토성과 베텔게우스의 밝기 차이도 1등급이다. 1등급이란 차이를 갖는 두 별의 밝기는 얼마나 다를까. 실제로 1등급 차이는 밝기에서 약 2.5배의 차이로 나타난다. 이 사실을 몸소 체험해보자.
목성과 달리 위성 위치 일정치 않아
목성을 쌍안경이나 소형망원경으로 보면 목성 옆으로 늘어선 작은 ‘별’을 여럿 볼 수 있다. 별처럼 보이는 이들은 바로 목성의 위성들로서 항상 목성 옆에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그렇다면 토성에서도 위성을 볼 수 있을까. 당연히 볼 수 있다. 목성처럼 익숙하지는 않지만, 소형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토성의 위성을 찾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토성의 위성은 목성처럼 그 위치가 일정하지 않다. 지구에서 볼 때 토성의 위성은 단순히 토성의 좌우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 어느 곳에나 위치할 수 있다. 그래서 토성의 위성과 주변의 배경별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위성의 위치가 일정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에서 봤을 때 토성이 바로 서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기에 따라 앞으로 많이 숙이고 있거나 뒤로 누워 있다. 이것은 때에 따라 토성의 적도를 감싸고 있는 고리의 윗면이나 아랫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요즈음엔 토성의 남쪽을 볼 수 있다.
쌍안경이나 소형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토성의 위성은 타이탄 하나뿐이다.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 다음으로 큰 위성이다. 타이탄의 밝기는 약 8등급이다.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약간 어두운 별처럼 보인다. 목성의 위성들보다 약간 어두운 밝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망원경으로 어느 별이 타이탄인지 금방 알아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물론 관측 경험이 많거나, 토성 주변에 비슷한 밝기의 별이 없다면 의외로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처럼 토성이 겨울 은하수에 위치해 있는 상태에서는 타이탄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타이탄의 위치는 의외로 토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토성의 동서로는 토성 고리의 가로 길이보다 5배 가량이나 먼 곳까지 움직일 수 있고, 토성의 아래위로는 고리의 약 3배나 되는 지점에 위치하기도 한다.
타이탄을 관측할 때는 토성을 보면서 주변에 있는 별들 가운데 타이탄과 비슷한 밝기의 별들을 후보로 기록해둔다. 며칠 뒤 다시 토성을 관측할 때 그 중에서 위치가 변한 별 하나가 눈에 띈다면, 그 별이 바로 타이탄이다. 주의할 점은 토성의 위치도 배경별에 대해 바뀐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토성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배경별들 사이의 위치를 중심으로 해 움직인 별을 찾는 방법이 더 좋다.
타이탄은 약 16일 걸려서 토성 주위를 한바퀴 공전한다. 그러므로 날마다 타이탄의 위치를 기록해 나가다보면 타이탄이 토성 주변을 어떤 경로로 돌고 있는지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타이탄 외의 다른 위성들의 밝기는 대체로 어둡다. 타이탄 다음으로 밝은 레아, 데티스, 디오네는 10등급 정도의 밝기다. 이들은 구경이 1백50mm 이상인 망원경으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배경별이랑 구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밝은 고리 바깥쪽을 주목하라
토성을 천체망원경으로 봤을 때 가장 특이한 점은 뭐니뭐니해도 토성을 둘러싸고 있는 고리일 것이다. 이 고리는 17세기 초 이탈리아의 갈릴레이가 처음 관측하긴 했지만, 망원경이 그리 좋지 못해서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토성 고리의 존재를 처음 밝혀낸 사람은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의 호이겐스다.
토성의 고리는 언뜻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세밀히 관측하면 고리의 밝기가 부분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즉 토성의 고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로 나뉘어 있는 모습이다.
토성의 고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특징이라면 고리 사이의 작은 틈이다. 이 간극은 1675년 이탈리아계 프랑스 천문학자 카시니가 처음으로 발견했다 해서 ‘카시니의 간극’이라 불린다. 토성 고리 중에서 가장 밝은 부분은 B고리다. B고리의 바깥 부분에는 어두운 A고리가 있다. A고리와 B고리의 사이에 나있는 틈이 바로 카시니 간극이다.
대개 소형망원경으로는 A고리를 관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밝은 B고리에 눈이 현혹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밝은 B고리의 외곽 부분을 주의 깊게 살핀다면 A고리는 소형망원경으로도 의외로 잘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구경이 80mm 정도인 망원경이라면 A고리와 함께 카시니 간극을 보기에 그리 무리가 없다.
좀더 큰 망원경으로 본다면 또다른 하나의 틈을 볼수 있다. 이 틈은 A고리의 내부에 있는 것으로‘엥케의간극’이라 불린다. 구경이 2백50mm 정도 이상인 망원경은 돼야 관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