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교수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기 위해 필요한 7가지 조건으로 성숙한 방어기제와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을 들었다. 이중 저자가 가장 먼저 설명한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다.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뜻일 터. 과연 방어기제는 무엇이고 성숙한 방어기제는 왜 가져야 할까.

의처증 남편의 속마음은?
정신적 방어기제는 불안한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세계가 마련한 일종의 심리적 장치다. 프로이드가 최초로 언급했는데, 후에 그의 딸 안나 프로이드가 더 자세히 연구했다.
방어기제를 알면 드라마 속 막장 캐릭터를 분석해 보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야단을 맞고 퇴근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내를 보니 화가 치민다. 아내의 고향이 상사와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당신 고향 사람들은 왜 다 그 모양이야”라며 화를 낸다. 남편이 사용한 방어기제는 ‘전치’다. 전치는 어떤 대상에게 느낀 감정을 대상을 대신할 만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다. 즉 남편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대상에 ‘전치’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의부증 부인 또는 의처증 남편에게서는 ‘투사’를 찾아볼 수 있다. 투사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이나 충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동이다. 이들은 욕구를 이루지 못해 괴로운 심정을 배우자에게 투사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계속 외도를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바람피우고 싶은 것이다. 이를 실천하지 못하자 자신의 욕망을 은폐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뒤집어씌운다.
문제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퇴행’하는 사람도 있다. 심한 좌절에 부딪친 사람은 현재보다 훨씬 유치한 과거 수준으로 후퇴한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어린아이처럼 치료진이나 가족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해당한다.
‘동일시’는 부모나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을 닮아가는 것이다. 마음 속 충동을 용납할 수 없을 때 그 충동을 갖고 있는 어떤 사람과 동일시한다. 프로이드는 오이디푸스 갈등기 동안 유아가 동성의 부모를 동일시함으로써 이성의 부모를 간접적으로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절대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는 ‘적대적 동일시’와 ‘병적 동일시’도 있다. 국회의원 비서(그것도 서열상 가장 급이 낮은)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마치 국회의원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병적 동일시 현상이다.
그 외에 심하게 좌절했거나 반대로 너무 좋았던 과거에 무의식적으로 집착하는 ‘고착’,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반동형성’,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성격의 일부가 의식의 지배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성격처럼 행동하는 ‘해리 등이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왼쪽)가 은메달을 수상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더라면 결과에 승복하고 우승자에게 축하를 건넸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불평하지 않는다
방어기제는 우리 정신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방어기제가 없다면 우리는 아주 사소한 충격에도 약한 마음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써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개 우리의 무의식이다. 건강한 사람은 상황에 맞는 방어기제를 선택적으로 융통성 있게 쓴다. 개인 내면에는 자신에게도 숨기는 다양한 정신기전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어기제가 한꺼번에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두 가지 방어기제만 오랫동안 사용하면 이것이 성격으로 굳어지게 된다. 사람들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주로 어떤 방어기제를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 같은 정신의학 전문인들은 상담자의 방어기제를 끄집어 내 성격적 특성과 정신적 건강상태를 파악하곤 한다. 어떤 방어기제를 쓰느냐에 따라 심리적 유연성과 나아가 인생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
부정, 분리, 투사, 투사적 동일화 등은 가장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해리나 자신의 행동을 그럴 듯하게 꾸며대거나 변경하는 합리화는 신경증적인 방어기제에 속한다. 의처증이나 의부증, 적대적 동일시나 병적 동일시, 퇴행 등의 방어기제를 쓰는 사람도 심리적으로 유연하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분노나 죄책감을 선한 일을 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이타주의나 승화, 유머는 성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수용하기 힘든 불안이나 충동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긍정적인 자세다.
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는 책 ‘열정’에서 “황야의 밤에 퓨마와 독수리, 자칼이 숨어 있듯이 동경, 허영심, 이기심, 사랑의 광기, 질투와 복수심이 인간의 밤에 매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죄책감, 적개심, 좌절, 불안, 우울, 선망 같은 심리적 압박을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심리적 압박의 원인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불평하지 않는다. 인생에는 여러 모습이 있고 힘든 만큼 때로는 좋은 일도 있다는 사실 역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신적 방어기제를 건강하게 가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인관계가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주로 어떤 방어기제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 힘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선택이 아닌,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깨달아야 한다.

의처증 남편의 속마음은?
정신적 방어기제는 불안한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세계가 마련한 일종의 심리적 장치다. 프로이드가 최초로 언급했는데, 후에 그의 딸 안나 프로이드가 더 자세히 연구했다.
방어기제를 알면 드라마 속 막장 캐릭터를 분석해 보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야단을 맞고 퇴근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내를 보니 화가 치민다. 아내의 고향이 상사와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당신 고향 사람들은 왜 다 그 모양이야”라며 화를 낸다. 남편이 사용한 방어기제는 ‘전치’다. 전치는 어떤 대상에게 느낀 감정을 대상을 대신할 만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다. 즉 남편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대상에 ‘전치’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의부증 부인 또는 의처증 남편에게서는 ‘투사’를 찾아볼 수 있다. 투사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이나 충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동이다. 이들은 욕구를 이루지 못해 괴로운 심정을 배우자에게 투사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계속 외도를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바람피우고 싶은 것이다. 이를 실천하지 못하자 자신의 욕망을 은폐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뒤집어씌운다.
문제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퇴행’하는 사람도 있다. 심한 좌절에 부딪친 사람은 현재보다 훨씬 유치한 과거 수준으로 후퇴한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어린아이처럼 치료진이나 가족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해당한다.
‘동일시’는 부모나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을 닮아가는 것이다. 마음 속 충동을 용납할 수 없을 때 그 충동을 갖고 있는 어떤 사람과 동일시한다. 프로이드는 오이디푸스 갈등기 동안 유아가 동성의 부모를 동일시함으로써 이성의 부모를 간접적으로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절대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는 ‘적대적 동일시’와 ‘병적 동일시’도 있다. 국회의원 비서(그것도 서열상 가장 급이 낮은)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마치 국회의원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병적 동일시 현상이다.
그 외에 심하게 좌절했거나 반대로 너무 좋았던 과거에 무의식적으로 집착하는 ‘고착’,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반동형성’,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성격의 일부가 의식의 지배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성격처럼 행동하는 ‘해리 등이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왼쪽)가 은메달을 수상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졌더라면 결과에 승복하고 우승자에게 축하를 건넸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불평하지 않는다
방어기제는 우리 정신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방어기제가 없다면 우리는 아주 사소한 충격에도 약한 마음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써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개 우리의 무의식이다. 건강한 사람은 상황에 맞는 방어기제를 선택적으로 융통성 있게 쓴다. 개인 내면에는 자신에게도 숨기는 다양한 정신기전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어기제가 한꺼번에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두 가지 방어기제만 오랫동안 사용하면 이것이 성격으로 굳어지게 된다. 사람들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주로 어떤 방어기제를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 같은 정신의학 전문인들은 상담자의 방어기제를 끄집어 내 성격적 특성과 정신적 건강상태를 파악하곤 한다. 어떤 방어기제를 쓰느냐에 따라 심리적 유연성과 나아가 인생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
부정, 분리, 투사, 투사적 동일화 등은 가장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해리나 자신의 행동을 그럴 듯하게 꾸며대거나 변경하는 합리화는 신경증적인 방어기제에 속한다. 의처증이나 의부증, 적대적 동일시나 병적 동일시, 퇴행 등의 방어기제를 쓰는 사람도 심리적으로 유연하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분노나 죄책감을 선한 일을 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이타주의나 승화, 유머는 성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수용하기 힘든 불안이나 충동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긍정적인 자세다.
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는 책 ‘열정’에서 “황야의 밤에 퓨마와 독수리, 자칼이 숨어 있듯이 동경, 허영심, 이기심, 사랑의 광기, 질투와 복수심이 인간의 밤에 매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죄책감, 적개심, 좌절, 불안, 우울, 선망 같은 심리적 압박을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심리적 압박의 원인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불평하지 않는다. 인생에는 여러 모습이 있고 힘든 만큼 때로는 좋은 일도 있다는 사실 역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신적 방어기제를 건강하게 가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인관계가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주로 어떤 방어기제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 힘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는 선택이 아닌,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