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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일기] 현실 대학생이 알려주는 런던 문화생활 즐기기

임페리얼칼리지에 입학했을 때 한 화학과 선배가 “1학년 때 학교에서 여는 행사나 문화생활을 많이 즐기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임페리얼칼리지에는 신입생에게 주는 선물 같은 행사들이 많다. 기숙사별로 다양한 파티도 열고, 하이킹을 가거나, 아이스 스케이팅도 함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가비를 내야한다는 이유로, 혹은 아르바이트나 과외 시간과 겹친다는 이유로 많은 신입생 행사에 불참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아쉽다. 선배의 조언이 옳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현실 대학생’이 런던 문화생활 누리는 팁을 공개한다. 
임페리얼칼리지는 런던의 1존(Zone 1)에 있다. 1존은 런던의 중심부로 대표적인 관광지 역시 대부분 1존에 모여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 윈터 원더랜드, 불꽃놀이 등 특정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많고, 여유롭게 잔디에 앉아서 수다를 떨기 좋은 공원도 도처에 있다. 
특히 무료관람이 가능한 과학관과 박물관이 많다. 임페리얼칼리지 바로 옆에는 이런 곳이 3군데나 있다. 그중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은 건물이 맞닿아 있을 만큼 가깝다. 그래서 시간이 애매하게 빌 때 잠시 들를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은 공룡 뼈나 원석들이 많아서 흥미롭고, 건물 자체도 정말 예뻐서 둘러보기 좋다(지나칠 때면 이유 없이 사진을 찍게 될 만큼 예쁜 건물이다!).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도 한 번에 다 둘러볼 수 없을 만큼 크고, 예술품과 사료들로 가득하다. 학교 근처의 사우스켄싱턴역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건 이 박물관들 때문이기도 하다. 약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도 있다. 
런던의 볼거리 중 뮤지컬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다만 좋은 좌석은 가격이 75파운드(약 11만 원) 정도로 대학생에게는 다소 부담된다. 더욱이 주거비와 교통비를 제외하고 한 달에 40~50파운드(약 6만~7만4000원)로 생활비를 맞추는 내게는 무시무시한 가격이라, 1학년 때는 아예 뮤지컬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학년 3학기에 임페리얼칼리지 예술 동아리에서 제공하는 70% 할인 티켓과 ‘데이 시트(day seats)’라 불리는 당일 할인 티켓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내 생에 첫 뮤지컬인 ‘맘마미아’를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마틸다’ ‘위키드’ 등의 뮤지컬을 모두 이 방법으로 관람했다. ‘레미제라블’은 인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당일 할인 티켓은 구할 수 없었지만, 예술 동아리를 통해 아주 좋은 자리를 23파운드에 구매했다. 
예술 동아리처럼 내가 필요하거나 또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에 하나씩 가입하다보니 내가 소속된 동아리만 9개다. 그중 가장 먼저 가입한 건 말레이시아 동아리였다. 고등학교 시절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에서 약 10년을 지냈기 때문에 한인 동아리보다 먼저 가입했다. 활동은 전혀 안 했지만, 말레이시아 동아리에서 매년 주최하는 ‘M-night’라는 공연은 항상 보러 간다. 고등학교 시절의 분위기와 비슷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4시간을 보낼 수 있다. 
행사에 많이 참여한 동아리는 이공계생들로 구성된 역사 동아리다. 학기 초마다 모여서 오래된 펍(pub·주점)들을 돌아다니며 펍에 얽힌 왜곡된 역사나 흥미로운 사실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펍 순례(pub crawl)’를 했다. 
학기 중에는 런던정치경제대(LSE)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역사 교수님을 초청해 세미나도 진행한다. 역사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과목을 두고 화학공학을 택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할 만큼 동아리 친구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 이공계생들로만 구성된 탓(?)에 동아리 인원이 위태로울 만큼 적다는 흠이 있지만, 그조차 유쾌하게 여기게 된다.
한인 동아리 소속 기도 모임인 ‘ICKC’도 동아리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학업 등에 지칠 때마다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은 모두 이 동아리 소속이다.
매주 화요일 아침 8시, 목요일 저녁 6시에 모임을 갖는데, 화요일은 짧은 성경 말씀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목요일에는 찬양으로 시작해 소그룹으로 흩어져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학기마다 두 차례씩 런던 소재 대학들이 연합 집회를 열기도 해 다른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과 알게 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런던은 정말 즐기고 누릴 것들로 넘치는 도시다. 런던 자체도 훌륭하지만, 영국 전역이나 5만 원 이하의 비행기 티켓으로 갈 수 있는 다른 유럽 관광지들까지 고려하면 즐길 거리는 무한하다. 이 바쁜 학업이 끝나갈 즈음, 그것들을 마음껏 누릴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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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고승연 임페리얼칼리지 화학과 2학년
  • 에디터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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