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테크놀러지의 난제 중 하나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세균을 이용해 나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미 과학원회보’(PNAS) 10월 7일자에 발표됐다.
일본 임학연구소의 콘도 테츠오 박사팀은 아세토박터 자일리움(Acetobacter xylinum)이라는 세균을 홈이 패인 필름 위에 키워 셀룰로오스로 만들어진 완벽한 리본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아세토박터는 셀룰로오스를 분비해 이 추진력으로 앞으로 나가고 회전도 한다. 콘도 박사는 구리판 위에 네마틱(장축이 일정한 결정구조) 구조의 셀룰로오스가 침전돼 있는 홈들을 만들었다. 이 홈들은 1mm(1백만분의 1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 홈으로 아세토박터가 지나가면 미리 침전돼 있는 셀룰로오스와 세균이 분비하는 셀룰로오스가 결합해 결국 리본 모양의 셀룰로오스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실험 결과 세균은 1분당 4천분의 1mm의 속도로이 길을 따라가면서 셀룰로오스 섬유로 된 리본 구조물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세균이 자라는 배지 위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해 아세토박터가 나노 리본 구조물을 만드는 것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콘도 박사는 홈이 나있는 길은 세균이 분비하는 섬유질의 ‘나노-닻’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나노 구조물의 폭은 세균이 액체 배지 위에서만 자랄 수 있으므로 홈의 두께를 배지로 조절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 한편 콘도 박사는 “만약 셀룰로오스 대신 다른 물질로 길을 만들 수 있다면 상처를 치료하는데 이용할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다. 즉 유전자조작으로 세균이 피부를 구성하는 물질을 분비한다면 상처 난 피부 부위를 따라가면서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