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섬 '이어도'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파랑도에 다목적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세워진다. 이 기지에는 헬기착륙장 선박계류장 등대 관측실험실 통신실 등이 갖춰진다.
이어도는 (그림 1)과 같이 동경 1백25˚ 10´ 46˝, 북위 32˚ 07´ 48˝에 위치한 수중 암초다. 제주도에서 서남단 85해리, 일본의 도리시마(鳥島)에서 서방 1백60해리, 중국의 퉁타오(童島)로부터 동방 1백33해리가 떨어져 있으므로 삼국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앞으로 2백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할 때에는 삼국에 모두 포함된다.
1900년 영국상선이 발견
이 암초는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Socotra)호(6천 t급)가 발견, 영국 해군성에 통보해 국제적으로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로 불리게 됐다. 1901년 영국 해군의 측량선인 워터 위치(Water Witch)호는 소코트라호가 보고한 해역에서 이 암초를 확인(수심 5.5m)했다.
해저지형은 (그림 2,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등수심선 40m를 기준으로 할 때 길이가 남북 약 5백m, 동서 약 7백50m로 넓이는 약 37만5천㎡ 이며 이 암초의 정상은 해수면하 약 4.6m까지 돌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랑도'라고도 불리는 이 수중 암초는 제주도민의 전설에 나오는 실제 그 전설의 이어도와 같은 것인지는 논란이 된다.
일본은 1938년 이곳에 직경 15m, 수면상 35m의 콘크리트 덮개로 인공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으나 태평양전쟁의 발발로 무산됐다. 최근 이 수중 암초에 대한 KBS MBC 등 각 언론사의 취재조사 및 홍보로 이곳에 해양 관측 기지를 포함하는 다목적 해양전진 기지 건설의 필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점차 형성돼 가고 있다. 과학기술처는 1997년까지 이곳에 해양과학 기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그 기본 설계 사업을 수행중이다.
종합 해양관측소로서의 역할담당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연 현상을 관측을 통해 이해하고 그 법칙을 알아 이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해양은 항시 거칠고 잦은 폭풍의 통과와 어로 작업 등으로 인해 고정점에 직접 센서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장기간 관측하는 데는 문제가 많다. 따라서 적은 수의 정밀 관측소를 설치, 유지하고 이를 활용해 해양수치 모델 및 위성을 이용한 원격 해양탐사 기술로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는 경제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해양연구소는 과학기술처의 국책연구사업으로 1990년부터 3년간 '국가 종합해양관측망 구축기술 개발' 사업을 수행했는데,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 대한 고정 해양 관측소로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 주변 해역이 이런 목적의 해양관측소로 가장 적절한 장소로 꼽혀 이곳에 고정 관측소 설치가 역설됐다. 현재 설치를 추진하는 이어도의 기지는 우리나라 주변 해양에서의 인간 활동을 지원하는 종합 해양 관측소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넓은 바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측정장치를 많이 설치해 파악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근래와서 자연에 대한 이해가 점차 커져 가고 또 현대의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해양에서와 같은 거시적인 자연현상은 초기조건과 경계조건으로부터 자연 법칙에 따른 시간적인 변화를 미분방정식을 풀어서 예측,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은 수치 모델에 의해 자연 현상을 정확히 추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검정(檢定)을 위한 적절한 곳에서 적은 수의 정밀관측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각 연안에 대한 활용을 위해서는 우선 주변 해양을 전체로 하는 큰 격자의 수치모델들이 선행돼야 한다.
이의 검정을 위한 관측소로서 소코트라 암초 주변 해역은 적절하다. 이곳의 자료로부터 각종 해양 예측 모델을 검정하면 그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자연현상을 미분방정식을 풀어서 예측하는 데는 외해(外海)의 경계면에서의 조건과 또 해양과 대기의 경계면에서의 조건들이 제공돼야 한다. 해양수치모델의 각격자점의 해양과 대기 경계면에 운동량이나 열, 수증기, 각종 가스 등의 이동량을 경계조건으로 주기 위해 이를 정확히 추정, 제공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측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해양에서 이런 이동은 대부분 와동(渦動·turbulence)에 의한 것으로 이의 직접 측정은 매우 어렵다. 실제 수치 모델링에서는 일반적으로 각 격자점에서 경험적인 추정공식을 이용한다. 이 추정방법을 높이기 위해 적어도 바다 한 가운데 한 지점의 관측소에서만이라도 직접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이를 이용해 간접적 추정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와동에 의한 연직 방향의 이동량의 측정을 위해서는 연직 방향의 유속의 파동(Fluctuation)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움직이지 않는 고정 구조물이 있으면 열선을 이용하는 정밀 측정 장치나 레이저 및 광섬유를 이용하는 정밀 측정 기술을 현장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광섬유를 이용해 1/1000초마다의 온도 변화를 1/1000도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압력도 이렇게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가 위의 연구 과제에서 개발 중에 있다. 다른 요소들의 정밀측정 기술도 앞으로 크게 발전될 것으로 본다.
이어도 해양 과학 기지에서 이런 정밀 측정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주변 전 해양에 대한 예측을 더욱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초 연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인공위성의 원격 해양탐사에도 이용
해양과 같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나쁜 환경의 넓은 지역의 정보를 한꺼번에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직접 센서를 수중에 넣지 않고 음파 광 전자파 등을 이용하는 간접적인 원격 탐사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연안에서는 육상 혹은 항공기에 부착된 원격 탐사 장비를 이용하고 넓은 바다에서는 높은 상공의 위성에서 해양을 조사하는 기술이 최근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및 일본에서는 지구 관측용 위성이 발사돼 활용중에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발사될 계획이다. (그림 4)는 과거의 CZCS 위성 자료에서 분석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엽록소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인공 위성의 해양 표면 관측 기술을 활용해 넓은 바다의 모든 정보를 간접적으로 정확히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상의 몇개 지점에서 계기로 측정되는 관측자료가 요구된다. 해안 부근의 자료는 국지적 변동이 크다. 또 위성 자료에는 연안 육지에 의한 노이즈(Noise)가 포함돼 있어 검정 자료로 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바다의 한복판에 있는 이어도는 그 위치가 이런 목적으로도 적절하다. 이어도 주변에서 직접 센서에 의해 측정된 자료는 위성의 원격 탐사 자료를 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 해양에 대해 수온, 부유사 농도, 그리고 해양의 기초 생산량 추정을 위한 엽록소 등과 파랑 해수면 해상풍 등 우리나라 주변의 전해양에 대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 생활에 가장 밀접한 기상 예보를 위해서는 여러 지점에서 기상 관측 자료가 실시간으로 제공돼야 한다. 육상에는 많은 관측소가 밀접해 있으나 해상에는 매우 드물다.
기상 예보의 정확성 높여줘
편서풍대에 있는 우리나라는 서쪽지역의 기상 관측 자료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제주도와 중국사이의 바다에는 해양 기상 관측소가 거의 없어 이용 가능한 육상 자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해양 기상 관측소로서 이어도의 위치는 아주 적절하다. 이어도에서의 연속적인 자료는 기상 예보의 정확성을 크게 높여 국가 산업,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들은 거의 대부분 이어도 주변을 통과한다. 이어도의 기상 자료는 태풍의 예보와 동지나 해상에서 갑자기 발달해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온대성 폭풍의 예보, 그리고 이에 따른 고파, 해일의 예보에 크게 도움 돼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해양기상 관측 부이로는 해상 표면기상 밖에 관측할 수 없다. 그러나 고정 구조물에서는 라디오 존데나 초음파식 연직 유속분포 측정 장비를 이용해 저층 대기에 대한 연직 프로파일의 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해양-대기 상호 작용에 대한 연구와 기상 예보 향상을 위한 연구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해양과 지구환경변화 연구
소코트라 암초 주번 해역은 북상하는 쿠로시오 해류, 남하하는 황해 냉수 및 중국대륙의 연안수가 접촉하는 해역이다. 이처럼 이곳은 계절에 따른 각 수괴의 해양환경 변화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황해 해수순환, 남해의 해수유동에 관한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해양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역이다.
따라서 소코트라 주변 해역에 대한 지속적인 해양 관측 자료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양학적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돼 한국의 지역해양 연구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대기의 탄산가스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대기온도 상승으로 극지의 빙산이 녹고 해수온도가 올라가 해수면이 점차 높아 가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태평양에서의 해수면 관측 자료를 보면 최근에 와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대부분의 인류가 살고 있는 연안 지역의 재해 방지 등이 앞으로 연안 공학자들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지구가 인간의 활동으로 그 균형이 깨지고 생태계가 파괴돼 궁극적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최근 전 세계가 지구 환경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는 또 국제 정치 외교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지구 환경의 균형을 잃지 않는 적정한 수준의 조치를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지구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면서 지구 환경 변화의 원인이 되는 요소와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의 연구와 모니터링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고 국제 사회로부터 한국도 여기에 적극 참여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연안 관측소에서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영향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지구적인 환경 변화의 모니터링은 바다 복판에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어도 해양 관측기지에서 지구 환경 변화 연구에 핵심이 되는 여러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장기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우리 자신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동시에 한국이 지구 환경 연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선박 조난사고의 구난기지로도 활용
이어도는 처음 소코트라호의 좌초에서 알려졌듯이 해상 교통 안전을 위해 등대의 설치가 요구된다. 해운항만청에서는 1987년 8월부터 처음으로 이어도에 등부표를 설치해 국제적으로 이를 공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수많은 선박들의 항해지표로서 그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등부표는 태풍 등 자연력에 의해 자주 이탈 유실돼 매번 재설치하고 있다. 잦은 유실로 지친 해운항만청은 부이식 항로 표지 대신에 고정 구조물에 의한 등대의 설치를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도 해양관측 기지의 구조물에 등대를 설치하면 한국은 매년 이 주변 해역을 지나는 10만척이 넘는 선박들의 안전 운항과 조업을 지원해 국제 사회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해양은 위험한 곳이어서 어로 작업, 통행 등에는 항상 조난사고가 발생 할 수 있다. 또 선박내에서는 급성 질병, 화재 등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러한 선박들의 신속한 수색, 구난을 위해서는 헬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헬기는 항속 거리가 짧아 활동 해역이 제한된다. 해양경찰청의 수색 구난 활동 영역을 동지나 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헬기의 착륙장과 급유 시설이 필요하다.
이어도 기지를 해양 경찰청이 동지나해의 수색 구난 전초 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이어도는 동지나해에서 발생되는 여러 사고에 대한 신속한 수색 및 구난을 위한 전초 기지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이어도 해양기지는 앞으로 이 주변 해역의 대륙붕 개발을 위한 전초 기지 등 해양 개발에 많이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