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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베르 리브의 우주론 우주에는 또다른 생명이…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는 새 생명의 탄생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베르 리브(Hubert Reeves)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귀화한 천체물리학자다. 그는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부르고뉴지방의 소도시 말리코른(Malicorne)에 살면서 우주의 신비를 연구하고 이를 일반인에게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다. 엷은 초록색의 눈과 예언자 같이 긴 턱수염, 강한 퀘벡 액센트를 구사하는 달변가인 리브는 자연현상의 관찰과 우주신비의 탐구를 통해 인간의 삶의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하늘의 인내'(Patience dans l'azur) '열중의 시간'(L'heure de s'enivrer)등 2권의 저서외에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이름을 따서 '말리코른'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리브는 우주 뿐만 아니라 과학 시 자유 나비 모차르트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그의 생각도 정리해 놓았다. 프랑스의 유력한 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지는 최근호에서 허버트 리브의 삶과 사상을 표지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과학동아'는 이 기사를 발췌해 소개한다.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


'말리코른'은 산책하듯이 쓰여진 책이다. 인간의 운명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사상을 담고 있으며 철학적으로 과장되거나 독단에 빠지지 않고, 과학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호기심 사이의 갭(gap)을 채워주고 있다.

리브는 "90년대에는 과학자가 더이상 진리의 포교자(布敎者)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이제 지식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아무런 불편없이 살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는 일반대중이 지식에 대해 의문을 느끼고 갈구할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현실세계의 여러 문제를 물리학적인 법칙에 의해 설명해왔으며 이를 통해 미래도 예측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리브는 말한다. 가령 기상예측을 할 때 바로 다음날의 날씨는 정형화된 수식에 의하여 거의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1주일후의 기상을 예측하려면 여러가지 불확실한 변수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수식의 초기값들이 부족하여 계산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날고있는 나비의 율동이 대기층의 운동에 영향을 주어 갑자기 계산이 혼란에 빠지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점들은 수학의 혼돈(chaos)이론과 천체물리학의 개념들, 그리고 전산학의 접목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

리브는 그의 우주론을 통해 과학에 있어서의 '자유'를 설명한다. 빅뱅(big bang, 대폭발)이후의 우주는 급속한 냉각을 통해 불균형상태를 결과했고 이것은 '어떤 자유를 주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주의 팽창, 혼돈이론, 컴퓨터 등 세가지요소는 자유의 개념이 더이상 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리브는 과학이 반복적이고 수치적인 실험에만 의존한다면 고고학 진화론 빅뱅 등은 과학의 영역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과학에서의 '자유' 개념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눈(雪)의 결정을 살펴보자. 눈의 결정은 6각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별한 형태에 관해서는 정설이 없다. 따라서 결정체를 여러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는 자유가 과학자에게 허용되는 셈이다. 이러한 자유를 통해 과학자는 물리법칙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반복성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의 신비


동식물과는 다른 모습일지도

우주론의 역사는 "전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리브는 표현한다. 우주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의 학문적인 노력이 계속됐다. 이것이 핵 원자 분자 세포 조직 등으로 계속 복잡하게 발전해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인간의 두뇌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그는 설명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힘들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순서를 이해하고 있다. 즉 원자핵력은 광자와 중성자를 만들고 원자핵을 구성한다. 다음에 분자들이 전자장을 형성하고 마지막으로 중력에 의해 별이 탄생한다.

이러한 결과 "생명의 탄생도 예측가능하다"고 리브는 감히 말한다. 생명은 매우 추운 곳이나 밀도가 높은 곳, 강한 이온화 전리장치가 있는 곳에서는 탄생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건이 좋은 곳에서는 최소한 배(胚)의 형태라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리브에 따르면 물질은 생명을 잉태할 수 있고 생명은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좋은 조건하에서는 생명 지능 사고 등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관점을 확장하면 지구 이외의 별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리브는 믿고 있다. 은하계 내에 존재하는 수천억개의 별중에서 수십억개가 태양과 비슷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들 중에 많은 수가 유성의 행렬을 갖고 있는데 이 행렬내에 어떤 행성이 자신의 항성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물이 액체상태로 있을 정도의 평균온도를 유지한다면 확실히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높다. 비록 그 형태가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현상의 관찰


과학과 예술의 창조성

현대과학과 예술의 창조성에 관해 리브는 '말리코른'에서 많이 언급하고 있다. 그는 천체물리학자이지만 시와 예술을 그의 우주관에 연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가 부르고뉴지방의 오솔길을 거닐때 흔히 마주치는 꽃가루와 나비 시냇물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우주관을 다듬는다. 리브는 때때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녹음하기도 한다.

리브에 따르면 예술가는 어떤 의미에서 자연의 섭리를 연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예술가는 초현실을 얻기 위해서 존재하는 요소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마치 자연이 분자를 형성하기 위해 원자들을 모으는 것과 같다.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을 만든다. 화가는 색들을 결합해 그림을 그려낸다. '아비뇽의 처녀'(피카소의 작품)를 보고 사용된 색채의 정확함을 거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른바 '질(質)적 전환'이라는 창조적인 과정이 더해지는 것이다. 복잡한 우주에 대해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이론에 따라 우주론이 발전해갈 뿐이다. 예술품에 대한 평가도 시대별 척도에 따라 달라진다. 화가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창조적인 작업을 수행하므로 시대마다 동일한 그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작품의 창조성에 따라 후세에 남겨지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자연계에도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종(種)들이 도태돼왔다. 이것은 자연이 예술의 창조성에 주는 교훈이다.

리브는 과학과 예술의 유사성을 관찰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녁에 지는 노을을 보면서 과학자는 반사광을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수식화시켜 표현한다. 반면 문학가와 화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과학자가 현실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예술가는 현실을 미화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리브는 강조한다.

전갈이 지구를 지배할지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환경의 훼손이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리브는 비교적 낙관론을 펴고 있다. 1960년대와 1990년의 환경상태를 비교하면 결코 이러한 낙관론을 주장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리브는 "인간이 그들의 위험을 직감하고있고 인간에게는 이를 살릴만한 능력이 있으므로 비관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리브는 '전쟁'에 버금가는 결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모든 인류가 전원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하더라도 현재의 인류문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호가 실천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0억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산업화의 진전은 불가피하며 이와동시에 환경훼손에 대한 복구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환경보호 두가지의 '중용'을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인류가 지켜나가야할 과제라고 리브는 말한다.

공상과학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류의 멸망이 전혀 비현실적인 가정이 아니라는 점을 리브는 이제까지 지구상에서 멸종됐던 생물들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지구역사상 1천만종 이상의 동식물이 출현했지만 현재 존재하는 종은 1백만종 정도에 불과하다. 인간의 두뇌는 유례없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했으나 거꾸로 환경파괴 핵전쟁 등 인류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항간에는 우주의 모든 신비가 인간의 출현으로 인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는 '인간위주'의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있다. 이것은 인간의 독단에 불과하다. 만약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방사능에 특히 강한 전갈 종류들만 살아남아 수천년동안 전갈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시대가 올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이는 전혀 불가능하거나 특출한 사건이 아니다.

위베르 리브는 자연과 자연으로부터 창조된 예술의 무조건적인 찬미자다. 그는 '말리코른'이란 책을 통해 자연과 우주가 은밀하게 속삭이는 '자유'와 '창조'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실비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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