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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기’라는 말이 있지요. 새끼는 안에서 알을 깨고 나가려고 하고 동시에 밖에서는 어미가 알을 쪼아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줄탁동기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줄탁동기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때마침 알파고 쇼크가 강타했습니다.”
3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만난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하루 전에 막 끝난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에 크게 고무된 듯 했다. “패러다임의 전환도 일어날 겁니다. 문화 충격, 교육의 변화, 산업계의 변신 등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한 줄기로 모일겁니다. 앞으로 어디로 그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해야지요. 반짝 이슈가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김 이사장이 알파고가 가져올 ‘충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물리학자로서의 애정이다. 복잡계 과학자로서 뇌과학을 연구한 김 이사장에게는(그는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로, 현재 한국물리학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종류의 ‘지능’이 탄생하고 있는 지금이 무척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그가 최근 열성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과학교육이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말 발표한 ‘과학교육종합계획’에 그 내용이 오롯이 들어 있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과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알파고 쇼크가 어미 새의 ‘탁’이라면, 학교 현장 교육을 창의적으로 바꾸는 게 ‘줄’입니다. ‘과학교육종합계획’은 그 목표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과학교육종합계획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즐겁게 학습하고 도전하는 교육”이라고 답했다. 학생이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게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실험하는 등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실 수업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거꾸로 과학교실’을 도입한다. 수업 전에 동영상 시청 등으로 미리 익히고, 교실에서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거나 과제를 하는 새로운 수업 방식이다. 교실에서 수업을 배우고 과제는 혼자 하는 지금과는 정반대다. 그래서 이름도 ‘거꾸로’ 과학교실이다. 올해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에 시범 운영을 거쳐 2018년부터 널리 확산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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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은 ‘만드는’ 활동을 중시한다. 그래서 메이커 활동을 자주 강조한다. 메이커 활동은 도구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창의적 만들기 활동이다. 교육, 특히 과학교육과 접목될 경우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보며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기주도형 과학동아리를 선발, 지원하고, 학교 과학실을 사물인터넷 등 ICT 활용이 가능한 곳으로 개선할 계획도 하고 있다. “학교를 메이커활동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많은 걸 바꿔야 합니다. 미래 세대에 필요한 소양이 뭔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확실한 건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화성에서도 살아남을 학생’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풀어나가야 하니까요. 새로운 과학교육종합계획이 이런 인재를 키울 창의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