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왜 태양이 하나만 빛날까. 우리 태양 주변의 별들만 보더라도 두개 이상의 별들이 함께 돌고 있는 경우가 전체의 80% 가까이 된다고 하니 홀로 있는 태양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다. 목성이 몸집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제2의 태양이 될 수 있었다는 말도 빈말이 아닌 듯 싶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보자. 웬 별이 저리도 많은가. 수십만개의 별들이 구형으로 바글바글 모여있는 구상성단 가운데 하나인 M22의 중심부 모습이다. 우리가 구상성단 안에 살고 있다면 상황은 어떨까. 하늘에 대여섯개의 태양이 떠다니지는 않을까. 전설에 따르면 중국 요임금 시절에는 우리 하늘에도 태양이 10개나 뜬 적이 있다. 10개의 태양은 본래 하늘 임금의 아들들로 순서에 맞춰 하나씩 떠오르게 돼 있었다. 그런데 싫증이 났는지 이런 규칙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떠올랐던 것이다. 당연히 강물은 말랐고 초목은 타 죽었으며 사람들은 갈증과 폭염에 시달렸다.
요임금은 하늘 임금에게 이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한 영웅이 바로 최고의 활잡이 예였다. 하늘 임금의 부름을 받아 지상에 내려온 예는 태양을 향해 활을 한껏 겨누고는 화살을 한발씩 쐈다. 화살에 맞은 태양은 하나씩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세발 달린 까마귀로 변했다. 태양의 실체는 삼족오(三足烏)였던 것이다.
그런데 요임금이 옆에서 보자 예가 10개의 태양을 모두 맞출 태세였다. 태양이 모두 사라질 것을 걱정한 요임금은 꾀를 내 예의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몰래 빼두었다. 이렇게 해서 다행히 태양은 하나가 남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마터면 태양이 없는 암흑 세상에 빠질 뻔했다.
아직은 떠돌이 행성만 발견돼
여기서 잠깐 하늘에 태양이 여럿 돌아다니는 외계행성을 상상해보자. 러시아 태생 미국인인 SF거장 아이작 아시모프는 자신의 단편 ‘전설의 밤’(Nightfall)에서 여섯개의 태양을 가진 외계행성을 그렸다. 금빛의 오노스, 작고 붉은 도빔, 매우 밝은 트레이와 파트루, 차갑고 거친 섬광의 타노와 시다라는 여섯 태양이 행성 라가쉬의 하늘을 항상 밝게 비췄다.
라가쉬에는 밤이 없이 낮만 계속되는 것이다. 때문에 라가쉬인들은 자신들의 행성과 여섯 태양이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다. 특이하게도 라가쉬의 문명은 주기적으로 흥망을 반복하는데, 2천년마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와 문명을 파괴해 버린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과학자들은 고생 끝에 전설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성공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터득해 여섯 태양이 2천50년을 주기로 모두 가려진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던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라가쉬인들은 태양이 하나둘 사라지고 어둠이 몰려오자 폭도로 돌변했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으로 믿고 흥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섯 태양이 모두 가려지자 밤하늘에 별들이 나타났다. 3만개의 별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며 칠흑같은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행성 라가쉬는 구상성단 속에 존재했던 것이다.
구상성단의 안쪽에는 별들이 우리 이웃에 비해 약 1백만배나 더 집중돼 있다. 만약 지구가 구상성단 안쪽의 별 주위를 돌고 있다면, 가장 가까운 별까지 빛으로 수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실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4광년 이상 떨어져 있다). 성단의 별들은 하늘에서 점으로 보이겠지만 실제 지구에서보다 더 밝게 빛나고, 이들 별빛이 만들어낸 빛 아지랑이 때문에 은하수는 더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구상성단에 행성이 존재할까. 아직까지는 비관도, 낙관도 할 필요가 없다. 2000년 10월 천문학자들은 남쪽하늘 큰부리새자리의 구상성단 ‘47투카니’에서 3만5천개의 별을 조사했지만, 행성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반면 2001년 6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구상성단 M22에서 지구 질량의 80배 정도인 행성들이 성단 전체 질량의 10%나 차지한다. 놀랍게도 이 행성들은 별에 묶여 있지 않은 ‘떠돌이’라고 한다.
태양이 하나만 빛나는 지구의 하늘이 새삼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