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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대체할 휴대폰 결제시대

스마트카드 칩이 핵심기술

최근 TV에서는 휴대폰으로 전자결제를 하는 CF가 방영돼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휴대폰 금융 결제는 모바일 전자상거래(m-commerce) 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휴대폰을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원리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자.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광경이다. 첫번째 사례는 이동전화 가입자들의 변화될 라이프 스타일을, 두번째는 그들의 달라진 행동패턴이 실제 가맹점 현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보여주는 시나리오다. 이동전화 가입자 3천만명을 넘어선 지금,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기존 통신시장과 금융시장, 그리고 그 주변의 파생시장을 근본부터 뒤흔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스마트카드를 휴대폰에 내장한 형태의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소비자, 사업자, 가맹점 모두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KTF는 지난 4월 ‘K머스’라는 서비스 브랜드로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첫 신호탄을 올렸고, 늦어도 8월을 목표로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상용화를 못박고 나섰고, 후발주자인 LG텔레콤도 이 대열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스마트카드 기반의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모든 사업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을까.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통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구매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신용카드나 현금 대신 휴대폰을 쓰는 서비스다.
 

미래에는 기존의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방식 대신 휴대폰을 이용해 구매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각광 받을 것이다. 모바일 결제는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온라인 가맹점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과 대화하는 스마트카드

모바일 결제서비스에서 핵심기술로 동원되는 수단은 바로 스마트카드와 고주파(RF)·적외선(IR) 등의 통신방식이다. 스마트카드는 휴대폰에 내장돼 신용카드, 직불카드, 전자화폐, 마일리지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사용자 인증(정당한 가입자가 적합한 서비스를 쓰는지 검증하는 과정)과 결제처리도 담당한다. RF·IR은 휴대폰과 실제 가맹점 단말기간의 무선통신 방식을 일컫는다. 가맹점 단말기는 CF에서처럼 신용카드단말기나 자동화기기, 또는 버스카드단말기나 자동판매기가 될 수도 있다. RF·IR은 휴대폰과 이들 단말기를 잇는 일종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스마트카드부터 살펴보자. 전자화폐나 모바일카드를 통해 간간이 알려진 스마트카드는 플라스틱 외장 속에 기억소자(메모리)와 중앙연산장치(CPU), 암호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을 말한다. 즉 플라스틱카드 안에 손톱 만한 크기의 소형 컴퓨터가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카드 칩의 경우 최고 32비트 CPU에 64K급 메모리를 갖추고 있다. 운용체계(COS)나 각종 응용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이런 기술적 원리 덕분. 이에 따라 자기띠 배열을 조작하는 정도로 사용자정보나 금융정보를 수록하는 마그네틱카드와 달리 탁월한 보안성과 방대한 양의 기억용량을 자랑한다. 때문에 스마트카드는 그 자체로 복제나 위·변조가 힘들뿐더러 단말기에 삽입되면 스스로 단말기와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과정에서도 암호문을 쓴다. ‘주인의 신상·금융정보가 이러저러하니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전하면 단말기가 진위여부를 알려준다.

특히 신용·현금카드와 같은 금융용도 외에도 유럽에선 이미 이동통신 업계에 스마트카드가 보편화돼 있다. 이동전화회사에 가입하되 휴대폰은 빌려쓰는 유럽형 이동전화 환경에서는 오래 전부터 위장 가입자의 도용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사용자인증모듈(SIM, 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의 스마트카드를 써 왔다. SIM카드가 휴대폰에 삽입돼 가입자 진위여부를 가려주는 것이다. 길다란 자기띠가 필요없는 스마트카드는 핵심 칩부분만 오려내 단말기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서비스에서도 스마트카드는 물리적인 모양새가 SIM카드와 유사하다. 다만 기능적 측면에서는 훨씬 포괄적이다. 신용카드, 직불카드, 전자화폐, 마일리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신상·금융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해, 진정한 사용자인지 허용된 서비스인지 여부를 우선 검증해주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으론 휴대폰에 이런 기능을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을 분실할 경우 자칫하면 사고의 위험이 있는 데다, 스마트카드가 차세대이동통신(3G) 환경에서 표준규격(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fy Module)으로 확정되면서 대세가 되고 있다.

스마트카드에 이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구성하는 기술은 IR·RF 등 휴대폰과 결제단말기간 통신방식이다. IR을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활용하려면 휴대폰과 신용카드 단말기에 적외선 송수신모듈을 탑재하면 된다. 스마트카드에서 올라온 개인정보는 IR을 통해 신용카드단말기에 전송된 뒤 마치 신용카드로 긁은 것처럼 이후에는 같은 결제과정을 거친다.

특히 IR은 올초 국제적외선데이터통신협회(IrDA, Infrared Data Association)가 모바일 금융거래의 표준 규격으로 ‘IrFM’(Infrared Financial Messaging)을 확정, 발표하면서 상용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비자인터내셔널이 지원하는 IrFM은 단말기간 통신과정에서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방향과 거리에 제한을 둔 점이 특징이다. 또 접속 제어장치가 휴대폰(스마트카드)에 내장돼 타인이 도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전문업체인 하렉스인포텍이 LG텔레콤과 공동으로 지난 3월 성남지역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고 하반기에는 KTF와 SK텔레콤이 잇따라 IrFM을 수용한 서비스를 출시한다.

또 다른 통신방식으로 RF를 빼놓을 수 없다. RF는 이미 교통카드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서비스. 주파수 대역이 IR에 비해 낮다는 점 외엔 근본적인 원리상의 차이는 없다. 사용자가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통신방식으로 RF를 선택하면,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나온 전파가 휴대폰에 내장된 안테나를 인지해 RF로 정보를 교환하는 식이다.


국내선 RF 잠재력이 더 커

즉 IR 방식에선 휴대폰의 IR버튼을 누르면 송신칩이 카드단말기의 수신칩과 서로 IR 주파수대역의 전파를 보내 결제정보를 주고받는다. 이에 비해 RF 결제방식은 카드단말기에 탑재된 일종의 전파발생기가 계속 전파를 내 보내고, 핸드폰이 신용카드 단말기의 근거리(약 10cm이내)에 접근하면 핸드폰에 삽입한 코일(RF 안테나)이 전자기적 현상 때문에 ‘수동적’으로 반응해 결제정보를 송수신한다. 다만 IR과 달리 RF는 현재로선 세계적으로 합의한 금융결제 표준 규격이 없다는 게 취약점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RF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 광범위한 교통수단에 RF를 이용한 교통카드 단말기 인프라가 깔려 있다는 사실 덕분에 휴대폰 결제 역시 이 단말기를 활용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실물 가맹점에서 모바일 결제서비스의 원리를 단순화시키면, 스마트카드에서 올라간 결제정보가 RF·IR을 통해 휴대폰에서 카드단말기로 전해진 뒤, 그 이후에는 일반적인 ‘신용카드 긁은 행위’와 마찬가지 과정을 따른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온라인 가맹점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가정이나 회사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휴대폰의 무선인터넷에 접속한 뒤, 원하는 쇼핑몰과 상품을 선택하면 역시 휴대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실물 가맹점에서와 다른 점은 RF·IR 등 단말기간의 무선통신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단말기를 직접 작동시킬 필요가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대신 PC에서 인터넷 쇼핑을 할 때와는 달리 휴대폰에 내장된 스마트카드가 안전한 결제처리를 지원한다. 간혹 개념이 혼동되지만 진정한 의미의 모바일커머스(m커머스)는 이같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일컫고, 여기서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구매한 고객이 휴대폰으로 전자결제를 하는 장면. 최근 휴대폰 전자결제가 활성화되면서 일부 매장에서 휴대폰 전자결제를 위한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지향점은 휴대폰 무선인터넷 결제

일반인들은 올 하반기 이후에나 실제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마트카드와 RF·IR 모듈을 탑재한 신형 휴대폰을 사야 한다. 이동통신 대리점이나 제휴 신용카드사 대리점에서 모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단말기를 구입하는 절차가 까다로울 것이다. 신규 가입이나 단말기 교체 정도가 아니라 휴대폰에 내장될 신용카드 또한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통신과 금융서비스의 가입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KTF의 K머스폰은 우선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의 신용카드 기능과 지하철·버스의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나중에는 무선인터넷상에서 금융거래도 지원할 계획이다. 무선인터넷에 접속한 뒤 계좌조회나 자금이체, 증권거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미미하지만 지금도 사용되는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휴대폰을 사용해 인터넷의 정보를 신속히 검색, 표시할 수 있는 통신 규약) 방식의 무선인터넷 금융서비스와 차이는 스마트카드에서 기본적인 보안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이다. WAP은 무선 데이터가 떠다니는 경로, 예를 들어 핸드폰과 기지국사이에 한해 보안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반면, 스마트카드는 이동통신 가입자의 각종 저장정보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암호알고리듬을 핸드폰 안에서부터 구동시킨다. 스마트카드가 사용됨으로써 가입자 정보에서 핸드폰, 기지국, 수신자에 이르는 전 과정에 보안성이 구현되는 것이다. 최근 범유럽(GSM)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차세대(3G) m커머스용 보안기술로 WAP과 SIM카드를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기술적 배경에서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아있다. 지금도 신용카드나 현금을 잘 쓰고 있는데 왜 굳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써야할까. 조금은 싱거운 감이 들지만 답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환경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돈이 될만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휴대폰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어떤 수단에 부가가치가 응집하면 할수록 그 수단을 쥐고 있는 쪽은 힘이 생기는 법이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도 결국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휴대폰 없이는 살지 못하는 심각한 ‘모바일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경우 심지어 실제 금융사업 진출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발판은 오는 10월 출시할 스마트카드 기반의 모바일 결제서비스다. SK텔레콤이 최근 전북은행 카드사업부문을 인수하려는 것도 아예 칩카드 형태로 신용카드를 자체 발급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통신사간 호환문제가 걸림돌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겐 편리한 경제생활을, 사업자들은 금융·통신을 융합한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감이 높지만 현재로선 성패를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카드, 단말기, 솔루션 등 관련 업체들이 이동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진영이 갈리면서, 서비스간에 기술적으로 호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016·018 고객들은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가입해도, 011·017 가맹점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해관계 탓에 사업자들은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위한 가맹점 단말기를 제각각 깔아야 한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지원할 가맹점 단말기가 대당 50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10만개 가맹점만해도 무려 5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엄청난 중복투자가 우려되고, 그 부담은 슬그머니 사용자에게 넘겨질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통신사업자들간의 서비스 호환이 전제되지 않는 한 모바일 결제서비스는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절름발이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사례1 - 광고에 등장한 모바일 결제 시대


요즘 눈길을 끄는 CF. 영화배우 안성기는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신용카드 대신 휴대폰을 내민다. 그리곤 카드단말기에 휴대폰을 살짝 갖다대는 것으로 계산을 마친다. 마치 교통카드로 버스요금 낼 때를 연상시키는 행동. 탤런트 김남주는 자동화기기(CD/ATM)에서 휴대폰으로 현금을 찾는다. ‘지금도 신용카드를 쓰냐’며 사람들을 문맹 취급이나 하듯 한껏 첨단의 이미지를 뽐낸다.

두 경우 모두 신용카드를 쓰고 있지만, 용도가 서로 다를뿐더러 유심히 살펴보면 휴대폰 작동방식도 차이가 난다. 김남주가 CD/ATM에서 현금을 찾을 때는 휴대폰의 특정 부위에서 램프가 밝혀지면서 자동화기기가 반응한다. 굳이 기술적 차이를 보면 안성기씨는 교통카드로 버스요금을 지불하는 방식, 김남주씨는 리모콘으로 TV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휴대폰을 쓰고 있다.


사례2 - 카드업계 지각변동 유발

서울 종로 극장가에 위치한 한 퓨전 중식당. 번화가에 자리잡은 데다, 신세대 취향에 맞는 깔끔한 메뉴와 인테리어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 식당에 최근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하루 평균 1백여건에 이르던 신용카드 손님들이 카드 대신 휴대폰으로 식사대금을 계산한다. 6개월 전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를 신형으로 교체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가 워낙 방대한데다, 이들과 제휴를 맺고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준 것도 한몫했다.

또 한번 놀랄만한 변화 한가지. 그동안 가장 실적이 미미했던 H 신용카드가 갑자기 이 식당에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카드로 떠올랐다. 주로 플라스틱카드를 소지하고 다녔던 예전에는 L카드, S카드의 이용실적이 두드러졌지만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덕분에 식당을 운영하는 김 사장은 H카드로부터 최우수 가맹점으로 지정돼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받고, 포상도 얻게 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집중 공략처인 종로 지역에선 최근 이런 현상이 빠르게 번지면서 L카드, S카드는 고민에 빠졌다.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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