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고등학생들의 물리이론 및 실험능력을 측정하는 세계 물리올림피아드. 참가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되며 어떤 문제가 출제되는 것일까.
7월 6일부터 12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제26회 세계물리올림피아드에서 한국팀은 4번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금메달 1개를 획득했으며,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 51개 참가국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세계물리올림피아드는 고교 재학생들이 물리에 관한 이론 및 실험재능을 겨루는 대회로, 이번 대회에서는 각국에서 5명의 대표가 참가, 2백55명이 기량을 겨뤘다. 한국대표로 참가한 곽호중군(서울과학고3년)이 금메달을, 박철환 이홍락군(서울과학고3년)은 은메달을, 이동현군(한성과학고2년)은 동메달을 차지했으며 조영일군(대전과학고2년)은 장려상을 받았다. 지도교사는 신희명(서울대) 김수용(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중국 1위, 한국 9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나라는 중국으로, 참가한 학생 5명 전원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고점인 95점(100점 만점)을 받은 학생도 중국학생이었다.
2위는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를 받은 미국이, 3위는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받은 이란이 차지했다. 그 다음은 독일 러시아가 공동 4위, 영국 6위, 불가리아 7위, 베트남 8위, 헝가리 터키가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인 박상준군(제퍼슨과학고2년)이 미국대표로 참가, 금메달을 획득해 눈길을 끌었다. 1살때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학생.
금메달은 최고점을 받은 상위 3명 평균점수의 90%에 드는 학생에게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25명의 금메달 수상자가 나왔다.
개막식 하루전 모든 선수 및 지도교사들은 입국을 마쳤고, 각국 선수단에는 통역을 맡을 자원봉사자들이 따라붙었다. 한국팀 담당은 1살때 이민온 남수진양. 그녀는 현재 시드니대를 다니는데 일찍 이민왔어도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해 선수들이 잘 따랐고 지도교사 및 옵서버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6일 캔버라대 강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리드 상원의원이 참석, 개회선언과 함께 '과학의 불꽃'(Flame of Science)탑에 점화했다. 51개국 국기가 사관생들의 팡파레 속에 입장하여 회의장 양옆에 도열했고 오스트레일리아 물리학회장 등 관계자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에는 각국 지도교사들이 참석하는 출제위원회가 열려 주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출제한 문제가 타당한지 여부를 심사했다. 출제위원회에서 문제를 검토한 결과 문제가 애매하든지 지나칠 정도로 쉽거나 어려울 경우는, 이 회의에서 문제를 바꿔 출제할 수 있다.
출제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각국의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다. 그러나 출제위원회가 열려 문제가 위원들에게 알려지고 나면 학생들과 지도교사는 엄격하게 분리되어 서로 만날 수 없게 된다.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학 물리학과 2학년생 수준
올해 문제는 이론에 관한 것이 3문제, 실험에 대한 것이 2문제였다. 문제의 난이도는 보통 대학 물리학과 2학년생이 풀 수 있는 정도였다. 이번에 출제된 문제는 이론에서 △중력에 의한 적색편의(gravitational red shift)와 별의 질량측정 △소리의 전파 △원통형부표에 관한 것이었다. 이 문제들은 단답형이 아닌 논리적인 전개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문항들로 이루어졌다. 문제를 푸는 데 주어진 시간은 5시간.
또 실험문제는 △점성이 있는 액체 속에서의 종속도 측정 △레이저 광선의 회절과 산란에 관한 것이었다. 각 학생에게는 혼자서 실험할 수 있는 공간과 실험도구가 주어졌으며 실험 제한시간은 5시간이었다.
출제는 영문으로 되지만 각국어로 번역돼 학생들에게 주어지며, 평점은 위원회에서 한다. 각국간의 언어장애로 평점이 제대로 안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풀이에 대한 보충 설명이 가능하다. 이때 점수가 고쳐 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각국 대표들은 대개 경시대회를 거쳐 뽑힌 학생들이 몇주간씩 특별훈련을 거쳐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보통. 한국의 경우는 물리경시대회에 수상한 학생들과 과학고에서 물리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여름방학동안 합숙훈련시켜 대회에 참가시키고 있다. 다만 합숙훈련을 얼마나 많이 시키느냐는 것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한 것은 국가적인 관심과 강도 높은 훈련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폐막식은 같은 도시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강당에서 있었는데 장려상 수상자부터 차례로 호명돼 시상됐다. 금메달 수상자들에게는 이 나라 특유의 중절모자가 상으로 주어졌다.
물리올림피아드에서의 출제경향은 출제국에 따라 약간 달라진다. 이번에 주최국으로 문제를 낸 오스트레일리아는 파동분야에 중점을 두어 출제했다고 한국대표단 단장인 신희명교수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유럽국가들은 고전역학분야에 비중을 두어 출제하고 있으며 미국은 전기계통에 역점을 두어 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이 대회를 치른 중국은 상대성원리를 강조한 현대물리학에 비중을 두었다.
출제경향과 학생선발
한국 대표선수 선발은 여러 과정을 거친다. 우선 전국 수학·과학 경시대회 상위입상자를 30명 선발한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지난 해에 입상한 30명을 2주간 합숙교육시키고 겨울방학 동안에는 올해 입상한 30명을 합숙교육시킨다. 교육장소는 서울대. 방학동안의 합숙교육 기간에는 일반적인 물리교육과 과거에 출제된 이론 및 실험문제들을 푸는 연습을 한다. 겨울방학 동안의 학습교육이 끝난 2,3,4월 동안은 가정통신으로 문제를 각 학생들에게 보내고 답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교육시킨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2주에 한번씩 토요일에는 주말강좌를 열어 통신교육에서 미진한 부분을 정리한다. 이 교육은 서울지역에서는 서울대에서, 그외 지역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한다. 이 과정에서 전국 과학고에서 우수한 학생이 있으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교육에 참여시킨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을 대상으로 5월1일에 최종시험을 치러 5명이 최종대표로 선발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5-6월 매주 토요일마다 합숙교육을 받으며 대회를 준비한다. 이러한 학생대표의 선발방법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004년 이 대회는 서울에서 열린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만이 우리 학생들의 우수성을 입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계 올림피아드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진국 행세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