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이어 두번째로 척추동물의 게놈지도가 공개됐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공동연구팀은 복어의 게놈을 95% 이상 해독해 그 결과를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7월 25일자에 발표했다. 게놈이 분석된 종류는 우리나라와 일본 연근해에서 주로 잡히는 자주복(Fugu rubripes)이다.
연구팀이 복어의 게놈지도 작성을 시작한 이유는 복어가 척추동물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유용한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복어게놈은 30억개 염기로 구성된 인간게놈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로, 인간보다 훨씬 집약돼 있어 인간게놈의 요약판으로 불린다. 연구팀은 복어게놈을 분석하는데 샷건 방법을 사용했다. 샷건은 복사본을 여러개 만든 후 염기서열을 무작위로 분석해 짜깁기하는 방법으로 인간게놈 분석에서는 다국적팀에 대항한 벤처기업 셀레라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연구팀은 인간게놈의 95%나 차지하는 의미 없는 염기서열이 복어에서는 6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어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전자가 거의 없는 사막지역과 밀집한 지역으로 뚜렷하게 구별됐다. 특이한 점은 복어는 상대적으로 거대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복어의 게놈 분석 결과 인간 유전자의 약 25%는 복어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척추를 가진 물고기가 인간이 속한 포유류와 갈라진 4억5천만년 전 이후 단백질의 진화가 상당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서는 뒤엉켜 있지만 인간과 함께 공통 척추동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도 상당수 보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